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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으면 어찌 된다고?

by 이경
울다가웃었다.jpg





출간 후에, 내 책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찾아보면 다른 책과 함께 묶여 팔리는 경우를 보곤 한다.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라는 골프 에세이를 냈을 때는 한 골프 레슨서와 함께 묶여 팔리는 것을 보기도 했다.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는 처음 필드에 나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초보 꼬꼬마 골퍼의 연습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였는데 (재밌습니다, 깨알 홍보 ㅋ), 프로의 레슨서와 함께 묶여 팔리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이번 신작 <작가의 목소리>를 찾아보니 11번가에서 코미디언 김영철 아저씨의 에세이 <울다가 웃었다>와 함께 팔린다. 아니 대체 왜?


나와 김영철 아저씨의 공통점이라면... 음... 모르겠다. 김영철도 얼굴이 좀 긴 편이고, 나도 좀 얼굴이 긴 편이라서... 따지고 보면 둘 다 얼굴이 잘 생기진 않았다, (못생겼다... 영철이 아저씨 죄송...) 하는 공통점은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렇게 책도 함께 묶여 팔릴 일인가 싶다.


어쨌든 나보다는 김영철 아저씨가 훨씬 인플루언서이고 책도 더 잘 팔리는 거 같으니까 이렇게 묻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래도 왜 하필 다른 에세이도 많은데 김영철 아저씨와 함께 묶인 걸까, 한참의 고민 끝에 나는 이 질문의 답을 김영철 아저씨의 책 제목에서 찾고 싶다.


<울다가 웃었다> 크흑.


작가라는 일, 그러니까 글을 쓰는 일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다 웃다 하는 일이 틀림없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보통은 평탄하게 한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라, 울려면 울든가, 또 웃으려면 웃든가, 한쪽으로 진행이 되어야 마땅할 텐데, 어째서 이 글이라는 것을 쓰는 인간들에겐 울고 웃고 울고 웃고 하는 감정의 급격한 변화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작가의 목소리>에 이런 구절까지 써둔 것이다.


'전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관종이었다면, 글을 쓰기 시작하며 우리는 슈퍼 관종이 된 달까요. 그렇잖아요? 그러니 매일매일 정서적으로 불안할 수밖에요. 옛말에 울다 웃으면 똥꼬에 털이 난다고 했는데, 아마도 이게 사실이라면 글을 쓰는 이들은 모두 다 수북할 것입니다. 나는 아니거든, 하고서 빠져나갈 생각일랑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작가의 목소리 中-


김영철의 책 제목 <울다가 웃었다>와 이경의 <작가의 목소리>가 함께 묶여 팔리는 데에는 이렇게 울다 웃으며 수북하다는 공통점이... 드러운 얘기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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