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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위 Jun 05. 2022

아기가 열이 나요

태어나서 처음 아파보는 우리 딸

아기가 아프기 전 엄마가 먼저 아팠습니다.


저는 혼자 송도의 부모님 집에 있었습니다. 아내는 고된 육아에  많이 지쳤었나 봅니다. 평소에는 아기를 저녁 9시쯤 재우고, 이런저런 웹서핑도 하다가 자곤 하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저하된다고 먼저 자겠다고 카톡이 왔습니다.

 걱정은 조금 되었지만, 육아에 지치고 힘들어서라고 생각했고 어서 푹 쉬라고 답장하고 저도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아내가 열이 나고(39) 근육통이 있다고,  코로나 일지도 모르겠다 톡을 했습니다. 밥을 허둥지둥 먹고 서둘러 서울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아내는 자가검진키트, 그리고 내과의 신속항원 검사에서 다행히 음성이 나왔고요. 주사를 맞고, 약을  왔습니다.


혹 계속 코로나여서 아기에게 옮길 수도 있다는 걱정으로, 아내는 쉴 때도 제대로 못 쉬고 집안에서 온종일 마스크를 끼고 있었습니다. 불편했을건데.. 아기를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에 뭉클했습니다. 이틀 동안 고생하고, 코로나 음성을 몇 차례나 확인한 후, 삼일 째가 되어서야 열이 내렸습니다.



오랜만에 아기와 아내와 같이 동네 산책을 나와, 엄마는 정말 아프지 않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남편으로서 좀 더 아내가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도와줘야겠다는 생각 또한 했지요. 코로나가 아님을 확신하고 무사히 잘 지나갔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음날 아침, 아내 말로 아기가 뜨겁다고, 열을 재보니 39도가 넘어가 버렸습니다.


아내는 침착하게, 미온수 거즈로 아기 몸을 닦아주고 모유를 마져 먹였습니다. 그러고는 119에 전화해서 상담을 하고는 예전 아기 예방접종을 맞고 받아 놓은 아기 해열제를 먹였습니다. 그러곤 동네 소아과가 열기를 기다려서 문이 열자마자 다녀왔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아기 열을 재고 몸무게를 쟀습니다. 이어서 소변검사를 그리고 병원을 나오기 직전에는 코로나 검사를 했습니다. (소변검사는 혹시나 요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가의 작은 코에 면봉을 쑤셔 넣으며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아가가 큰 소리로 울다가 잠시뒤 울음을 그쳤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이 맘때쯤에는 보통 열감기를 걸리곤 하는데, 3일 정도 지켜보자 하시고는 열을 꾸준히 재서 38도가 넘어가면 해열제를 먹이라고 가이드를 주셨습니다.


3일 이상 지속되면, 다른 병일 수도 있다고 하셔서, 우리 가족은 3일 안에는 아이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기도를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아가를 먹이고 재우고 하는데 평소보다 많이 보챘습니다. 찡징거리기보다는 약간 흐느껴서 울기도 했지요. 그러곤 울다 지쳐서 멍을 때리기도, 잠에 들기도 했습니다. 오후 두 시경이 되었을 때 다행히 코로나 음성 결과가 날라왔습니다. 우리 가족은 안도했습니다.


해열제를 먹이고 나서는 온도가 37도 정도로 까지 괜찮아졌는데, 약효가 다한 시간이 되니 다시금 38도가 넘어갔습니다. 그래도 빨리 병원에 다녀와서 해열제도 있고, 코로나가 아닌 것도 확인했으니, 아기가 정상 컨디션이 될 때까지 잘 견뎌내면 될 것입니다.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아기가 그래도 39도까지는 다시 열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긴긴밤을 두 번 보내고 이틀째 밤에는 그다음 날도 열이 지속되면 아기 피검사도 해야 할 상황이라 아기가 열이 내렸으면 하는 간절한 맘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마지막 3일째 되는 날에 열이 내렸습니다. 엄마도 3일, 아기도 이어서 3일 열감기에 걸렸다 나은 것입니다.

울다 지쳐 잠든 우리 아기.. 속눈썹이 아주 길다

아기를 키우면서 언젠가 아기가 아프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막상 닥치고 나니 아내가 많이 대비를 해 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기 온도계도 진작 구비해 두었고, 아기 해열제가 코로나로 인해 공급 차질로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여 미리미리 알아봐서 준비를 해 놓았지요.


아가가 아플 때 119에 전화해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나는 몰랐는데, 아내가 차분하게 잘 대응을 한 것입니다.


아내도 아프고 아기도 아프고 하니 정말 정신없이 일주일이 후다닥 지나가 버렸네요. 그래도 이번 계기로 엄마 아빠도 평소의 건강과 체력을 챙기는 조금 더 어른이 되고, 우리 아기도 면역이 생겨서 더 튼튼한 아이로 자라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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