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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위 Aug 18. 2023

사당살이, 고시원 창업기

1. 낡은 고시원을 인수하다

직장을 휴직하고 지난 1년간 다양한 부동산 공부를 했습니다. 마침 금리 상승과, 부동산 하락장이 오면서 주변 투자공부하는 분들이 모두 힘들어하더군요. 하여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보단 다시금 직장을 대신할 "현금흐름"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인카페, 무인아이스크림, 무인성인용픔, 스터디카페 등 직장인 투잡 아이템들을 살펴보고 검토한 끝에 결국 '고시원'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강화되는 소방법과 규제로 인해 고시원 신설이 쉽지 않아 경쟁업체가 늘어나기 어렵고, 권리금이 이미 많이 붙긴 했지만 보수적으로 그래도 어느 정도 방어는 할 수 있다 판단했습니다.


고시원 매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무작정 찾아보고 다양한 고시원 중개 전문 컨설턴트를 직접 만나고, 또 현장 답사를 해나갔습니다. 블로그 검색으로 알게 된 고시원 원장님을 찾아가 조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사는 곳에서 가까워야 관리가 쉽다고 하여, 동작구 중심으로 해서 정말 많은 고시원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동시에 유튜브, 책, 클래스101을 보면서 고시원 창업에 대한 간접경험들을 쌓았습니다. 100% 맘에 드는 물건은 찾을 수가 없었고, 나름의 기준을 정해서 70% 이상, 가능성이 보이면 해보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고시원을 고르는 다양한 기준이 있었는데,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입지입니다. 고시원 수요가 뒷받침되는 지역이라면 다양한 실험을 리스크 적게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외에도 총투자금액, 월세, 방 컨디션, 건물 상태, 현재 만실 여부, 건물주 성향 등 아주 다양한 요인들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70점 정도 되는 물건을 발견하게 되고, 물건을 보고 며칠 만에 가계약을 하게 됩니다.

사당 고시원의 인수당시 모습

인수당시의 모습입니다. 당시 저는 낡은 고시원을 저렴하게 인수하여, 인테리어를 통해 가치를 높여보자는 생각으로 이 물건에 접근했습니다. 썩음썩음 한 모습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방은 30개가 조금 안되는데, 만실이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몇 년씩 사신 기초수급자 분들도 많이 계셨었습니다.


미니룸은(보통 고시원 룸 형태는 원룸형, 샤워룸, 미니룸으로 나뉩니다. 원룸은 방 안에 화장실, 샤워실이 포함된 형태, 샤워룸은 샤워실만, 미니룸은 공용화장실, 공용샤워실, 공용주방을 활용하는 형태입니다) 공용공간이 아주 중요합니다. 변기 개수가 조금 적어 보였지만 방 옆에 따로 있어서 쾌적해 보였고, 주방공간과 휴게공간이 썩음썩음했지만, 방과 분리되어 있어서 리뉴얼하면 쾌적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이 고시원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공간은 탁 트인 넓은 옥상이었습니다. 사당역 근방 상업지역, 시장거리 중심에 위치해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시원한 뷰였습니다. 루프탑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어떻게 가성비 있게 꾸미는 게 좋을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기존 고시원 그대로 운영해도 가성비 있게 수익이 나오는 물건이었습니다. 다만 저는 리뉴얼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것을 꼭 해보고 싶어서 기존 살고 계신 분들을 다른 숙소로 옮겨드리고, 전격적인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자 결심했습니다.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데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전 원장님도 젊은 사람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려 하니 잔금일 전에 최대한 도움을 주시기로 합니다. 기존에 몇 년씩 사시던 분들에게 새 거처를 조속히 만들어 드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원장님과 어떻게 기존 사시던 분들을 무리 없이 명도 할지 고민합니다.


고시원 곳곳에 안내문을 붙이고, 한 달 이후에 새로운 원장이 고시원을 전면 리모델링 할 예정이라 안내문을 붙입니다. 그리고 주변 고시원들 전화를 해서 가격 최대한 비슷한 곳들을 파악해서 입실자분들 한분 한분에게 안내를 해 드립니다. (짐이 많은 분들에게는 이사비용까지 드렸습니다)


잔금 전까지 한 달 동안 전 원장님은 기존 원생분들의 원활한 명도를, 새로운 원장인 저는 어떻게 빠르고 가성비 있게 인테리어를 진행할지 충분한 계획을 세우고 견적을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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