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을 찍었다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요정 이야기에 심취해있던 누군가의 재밌는 발상 정도로. (물론 계속 우긴다면 무섭겠지만) 그저 해충이 아니길.
사진을 찍다 보면 때때로 의도하지 않은 피사체가 담길 때가 있다. 나도 이것저것 담다 보니 요정까지 찍어본 적이 있다. 결혼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기념 사진을 남기던 2017년, 강원도 어느 인적 드문 숲 속에서 찍은 사진이다.
준비한 옷과 장식으로 연출하고, 초점 거리와 구도,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를 맞춘다. 그리고 우리를 돕기 위해 함께 온 동생에게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넘긴다. 동생이 숫자를 외치고 셔터를 누른다. 그 순간, 등장한 한 꼬마.
아이는 우리가 떨어뜨렸던 꽃송이를 줍고, 돌려주기 위해 달려들었다고 한다. 어정쩡하고 얼떨떨한 우리의 표정을 제외하고는 아이의 동작을 비롯해 전체적인 구도와 색감 모두 자연스러웠다.
예상치 못한 아이의 깜짝 등장이 우연히 찾아온 우리 부부의 인연과 참 잘 어울린다. 아이가 뭔가 소중한 것을 넘겨주는 모습은 앞으로 우리에게 찾아올 특별한 소식을 전해주는 것도 같다.
‘앞으로 6개월 뒤에 저처럼 예쁜 딸이 곧 찾아올 거예요.’
요정 사진은 이렇게 찍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