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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Aug 26. 2018

*15. 요쿨 (2) 스비나펠스 요쿨

170924

 일주일 정도, 링로드를 따라 아이슬란드의 많은 색깔들을 마주했다. 회색으로 덮인 하늘에서부터 들판의 검은 돌들과 그 위에 끼어있는 초록 이끼까지. 누군가가 아이슬란드에서 무엇을 보고 돌아왔는지 물어본다면 여기까지의 색상표 안에서 아이슬란드를 표현할 것이다. 

 스카프타펠에서 차를 타고 1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가는데, 들판 너머 산의 협곡 사이로 영롱한 빛깔의 거대한 무언가를 발견한다. 바로 빙하다. 새로운 색깔 하나를 발견하고 추가하는 순간이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맑은 하늘색을 뿜는다.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얼른 방향지시등을 켜고 좌회전을 한다. 

 1번 도로와 시내의 도로들은 잘 관리되어 일반 승용차로 이동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테지만, 그 외에 도로는 그렇지 못하다. 요쿨을 보기 위해서 지나야 하는 비포장도로는 퍼부었던 비로 인해 여기저기 깊은 웅덩이가 파여 막장 도로가 되어있었다. 웅덩이를 피해 조심조심 이동하는 차들 사이로 우리 차는 거침없이 들어간다. 4륜 구동 오프로더 짐니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핸들을 꽉 쥐어잡는다.

 차로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펼쳐지는 빙하의 향연이 환상적이다. 저 것을 내 다 담아오리라. 차 안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던 고프로, 소니 카메라들을 준비한다. 다행히 비도 완전히 그친 것 같아 필름 카메라들까지 모두 들고나간다. 

아이슬란드는 장갑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추운곳에서 방전되지 않는 아이폰도 필요하다.

 이 요쿨은 바트나요쿨에서 남쪽 방향으로 흐르며 생성된 Svinafellsjokull 스비나펠스요쿨이라고 한다. 황토색 흙탕물, 그 위에 부유하는 푸른 빙하, 그 속에 적층 된 화산재 부스러기들. 마치 냉커피 속에 얼음과 쿠키가 떠있는 꼴이다. 지금 내가 당이 필요해서 떠오른 것 같지만 정말 딱 들어맞는 비유다.

라떼 속에 오레오 쿠키를 적셔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위를 타고 조금 더 올라가니 빙하가 더 내려다보인다. 겨울부터는 이 스비나펠스요쿨 위로 하이킹을 하거나 빙하 속에 자연이 만든 얼음 동굴 투어도 가능하다고 한다. 푸른얼음으로 뒤덮인 자연 동굴이라니. 지금 시기에는 볼 수 없어 정말 아쉽다. 겨울의 아이슬란드가 무척 궁금해진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적기는 언제일까. 먼 거리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언제가 가장 좋을지 아마 여러 가지를 따져볼 것이다. 동화 같은 설경과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라면 겨울이 좋을 것이고, 가성비를 생각해 여행 동안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싶다면 백야 현상이 펼쳐지는 여름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신혼여행이라 시기가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에 이런 어려운 고민에서 자유로웠던 것이지 아마 선택하라고 했으면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하나를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너무 큰 여행지이기 때문에.


 시기를 고르는 것도 어렵고 갈 수 있는 상황과 조건을 갖추기 까다롭기 때문에 아이슬란드 여행의 적기는 내가 지금 아이슬란드를 갈 수 있을 때인 것 같다. 다만 기간은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도록 넉넉하게 계획할 것을 추천한다. 일주일 동안 링로드 한 바퀴를 무리하게 돌았다가 실제 코피 흘린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로 워낙 다른 포인트들 간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시간이 꽤 필요하다. 또 날씨가 아주 큰 차이로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의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것도 긴 여행을 계획해야 하는 큰 이유다. 더불어 이렇게 다양하게 공존하는 총천연의 자연 빛깔들을 담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 있는 마음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힘들게 들어왔다면 나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엉덩이가 신체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배우는 혹독한 시간이다. 핸들을 꽉 움켜쥐고 엑셀을 나눠 밟으며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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