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민재 Aug 24. 2018

*14. 요쿨 (1) 스바르티포스

170924

 아이슬란드어 jökull 요쿨은 눈에 눈이 쌓이면서 생기는 중력과 압력으로 형성된 거대한 얼음 덩어리, 빙하(Glacier)를 말한다. 빙하라는 글자 그대로 풀면 얼어붙은 채로 움직이는 강이다. 아이슬란드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 바트나요쿨 Vatnajökull National Park이 있다. 아이슬란드를 위성사진으로 보면 바트나요쿨을 한 번에 구분할 수 있는데, 바로 섬의 동남쪽에 하얗게 칠해져 있는 부분이다.

구글에서는 '바트나이외쿠틀'이라 부른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바트나요쿨을 느껴보기 위해 스카프타펠로 이동했다. 스카프타펠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멋진 빙하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어제부터 계속되는 흐린 날씨로 사라진 지 오래다. 스카프타펠에는 트래킹 코스가 있다. 아쉬운 대로 맑은 공기나 마시자라는 생각으로 아내와 걷기로 하며 비닐 넝마를 쓴다. 싱벨레르에서 샀던 비닐 넝마는 참 요긴하게 쓴다.  

 뿌연 안갯속 젖은 공기가 무척 상쾌하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산림욕이다. 비교적 낮은 경사의 언덕을 느른한 걸음으로 설렁설렁 걸어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높은 지대까지 다다른다. 맑은 날에는 저 멀리 광활한 들판과 거대한 빙하가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출발한 지점에서 몇 고개를 넘으면 곧 검은 폭포라는 이름의 Svartifoss 스바르티포스를 만날 수 있다. 용암이 식으며 만든 파이프오르간. 우리보다 이 곳에 먼저 도착한 여행객들이 저마다 이 폭포를 담기에 좋은 좋은 지점에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고 있다. 기괴하지만 규칙적인 기둥 패턴의 주상절리, 그 검은 기암절벽 틈으로 세차게 내리치는 빙하수가 자욱한 안개 속에서 우아한 산수화를 그린다.

 이 절경의 잔상은 후폭풍이 대단한 것 같다.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인 할그림스 교회가 이 스바르티포스를 모티브로 지어졌다고 한다. 결말을 알고 있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교회 다음 폭포를 보니 느낌이 덜하다. 우리의 아이슬란드의 일주 방향이 지금과 반대 방향이었다면 건축가의 감동을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 스카프타펠 트래킹 코스의 정상인 듯하다. 더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빗방울도 줄어들고 안개가 조금 걷히자 언뜻 내려다보이는 국립공원의 전경을 보면서 감탄한다. 동시에 맑은 날에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풍경을 상상하니 날씨가 야속할 따름이다. 그래도 지금 펼쳐지는 모습 또한 가히 장관이다. 돌아서면 잊혀질까 서둘러 카메라에 담는다.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온다. 같은 길이지만 내리막 일 때의 풍경과 느낌은 오르막일 때와 상당히 다르다. 하산의 여유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그보다 안개가 걷히고 있다. 오늘 여행의 좋은 징조다. 두고봐야겠지만.



이전 14화 *13. 여행 일기 쓰기를 시작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