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민재 Jul 19. 2021

수익률10,000% 주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

 큰일 났습니다. 친구를 다 잃게 생겼습니다. 그들의 대화에 좀처럼 껴들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주제는 바로 ‘주식’과 '비트코인'입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 말하자면 톡 방의 대화 분위기만 보아도 대략 코스피 지수가 그려질 정도입니다. 저금리 시대, 팍팍한 근로 소득만으로는 멀쩡한 미래를 그리기 쉽지 않은 직장인들이기에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장이 시작하는 월요일 오전 9시에는 회사 화장실의 변기 칸이 만 원이라고 합니다. 친구 말 따라 냄새는 나지만 가장 마음 편히 주식 창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식에 힘을 쏟는 만큼 회사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일각의 투자 수익이 하루의 근로 소득을 초라하게 만들다 보니, 같은 시간에 힘과 노력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당연한 고민일 것입니다. High Risk High Return. 물론 투자에는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격무로 소진되어가는 불쌍한 몸뚱어리, 상사와 동료들과의 불편한 관계, 거래처와 고객에게 쏟아야 하는 감정 노동 등 이것들은 로우 리스크인가요? 목숨이 하나뿐이라 반드시 건강해야 하는 우리 인생에 아주 큰 위험 요소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이런 이유로 회사를 관두고 전업투자의 길로 들어선 친구도 있습니다.


 사실 증권 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건강한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바람직한 행위입니다. 기업에게는 안정적인 산업 자금을 공급하는 채널이며, 투자자는 기업 성장의 성과를 나눠 받습니다. 사회적으로 소득의 재분배를 실현합니다. 결과적으로 주식 투자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바람직한 투자는 반드시 장려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열심인 이 일에 유독 배제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스타트업 대표들입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겠지만, 저를 포함한 주위 몇 분에게서 우연히 이 공통점을 발견하여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 주변 대표분들은 특이한 분들만 계셨는지 몰라도 주식 투자, 특히 단기 투자의 경우는 신기하게도 아무도 안 하시더군요. 왜일까요?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놓고 오르길 바라는 것보다 직접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쪽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 부류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투자한 종목을 추적하고 관리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그런 세심한 관리는 자신의 사업으로 족합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모든 에너지를 사업에 온전히 쏟아도 부족하다고 느끼니 말입니다. 물론 주식으로 놀랄만한 금액을 벌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주식을 해야 하나 순간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곧 수익을 실현한 투자자보다 그 투자자가 보유한 종목의 기업가를 더 부러워하는 걸 보면 전 다른 부류의 사람인가 봅니다.

 스타트업이라면 대부분 엑싯의 순간을 그립니다. 저 또한 인수합병(M&A), 상장(IPO) 등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도전과 계속되는 노력을 큰 기업가치로 인정받는 순간을 말입니다. 상상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날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년간 손발을 맞춘 창업 멤버들과 출자하여 법인을 설립하였고, 시작부터 일으킨 매출과 구성원들의 증자로 나름 회사의 재무제표를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스코어가 크진 않지만, 앞으로 건실한 회사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필요한 단추들을 차례로 잘 끼워가고 있습니다. 10여 년 동안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로서 한 회사의 성장 사이클을 경험하고 동시에 주변의 많은 사례들을 보았을 때, 처음의 이  과정을 소홀히 하기 때문에 (또는 잘 모르기 때문에) 훗날의 일기일회를 놓치는 사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1월 회사를 설립할 때 기업 경영 면에서 저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이 분야를 공부하며 여러 자격을 갖추신 분을 경영 이사로 모셨습니다. 전략 파트와 경영 일반을 이사님께 위임하여 감사하게도 저는 사업에만 더 몰두하고 있습니다.

카페에서의 경영 이사님과의 대책 회의

 오늘 경영 이사님과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자진하여 오늘부터 제 급여를 월 100만 원으로 정하였습니다. 받던 급여를 한참 줄여,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치는 대가를 받기로 한 것입니다. 회사의 데스벨리를 조속히 극복하고픈 바람이자, 스스로를 향한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가치를 더욱 키워 제대로 된 급여와 보상을 받겠다는 진심은 물론, 내 지분만큼의 소득을 반드시 만들어내겠다는 각오입니다.


 제 자리를 지켜도 마이너스인 시대에, 노동과 보상의 비상식적인 산술 방법은 어찌 보면 대출하여 투자한다는 소위 '빚투'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하여 주식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수익의 실현은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소 무모한 투자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평균은 실패니까요. 하지만 스타트 업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것은 사실이나 스타트업에 속한 개개인은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크래프톤 의장 장병규 님이 하신 이야기입니다. 쏟는 에너지만큼 얻는 게 분명 있다는 것이죠.


 저는 저라는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듣도 보도 못한 '잡주', 동전으로도 살 수 있는 낮은 가격의 '동전주'가 될 것이냐, 아니면 이름만으로 가슴 떨리는 '급등주', '우량주'가 될 것이냐.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최소 오늘은 상한가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잠재 투자자, 당신을 만났거든요.

과연 이 주식의 운명은..?
이전 07화 발가벗고 참석한 주주총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