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부모님께 드리는 안부 메시지의 시작과 끝은 당신들의 손녀의 사진이다. 보내지 않고 건너뛴 날은 그렇게들 아쉬워하신다. 의무감은 시시때때로 스마트폰 카메라 어플을 실행하게 만든다. 예쁜 표정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지극히 일상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기쁨과 안식이라니.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생각난다. 주인공 백승수(남궁민 분)는 매 끼니마다 스마트폰으로 음식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보낸다. 9화가 지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머니께 전하는 안부 사진이었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엄마가 끼니를 걱정해 주면 안심이 된다. '엄마가 아직 버틸 만 하구나. 우리가 아직 걱정해 줄 여유가 되는 거구나'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계속 보내는 거다.
우리가 아이 사진을 부모님께 보내드리는 것도 부모님의 기쁨을 위해서가 아닐 수도 있겠다. 나를 향한 걱정과 관심의 확인이 주는 안심에서 출발한 행동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