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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Jul 30. 2023

경비아저씨가 바뀌었다

우리 아파트는 잘은 모르지만 경비아저씨들을 3-6개월 정도 단위로 계약하는 것 같다. 한 업체에서 파견해 주시는 것 같은데 한 분이 오래 계신 것이 아니라 비교적 짧게 계신다. 주민이 많은 것도 아니고 딱히 일이 힘들 것 없는 아파트라고 생각하지만 아저씨들의 입장은 내가 모를 일이다. 오시는 분들도 다 좋은 분들이신데, 경비아저씨들께 늘 눈인사라도 하는 나로서는 이제 좀 얼굴 익을만 하면 바뀌시는 것이 아쉬울 때가 있다.


경비아저씨는 두 분이 24시간씩 교대로 계시는데, 요번에 계셨던 분 중 한 분은 유난히 좋으셨다. 머리가 KFC 할아버지처럼 아주 하얀 백발인 분이셨다. 피부도 엄청나게 하얗고 좋으시고 꼭 성직자처럼 인자하고 푸근해 보이셨다. 인사를 할 때마다 반갑게 함께 인사를 해 주셨다. 분리수거를 하고 오면 조용히 가서 다시 정리하시는 모습을 몇 번 보았다. 원래도 플라스틱 통을 깨끗이 씻어서 버리지만 혹시나 아저씨가 힘드실까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어제 오전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는데 아저씨가 다른 경비아저씨께 업무 인수인계를 하시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침에 오자마자 여기를 쓸고요, 여기가 입주민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데니까 이 쪽은 이렇게…”

아, 아저씨가 그만 오시는구나. 직감하고 나자 괜히마음이 서글펐다. 그냥 경비실에 아저씨가 앉아 계신 모습만 보아도 푸근한 느낌이 들곤 했는데.


며칠 전에 날이 더워져서 주스 한 박스를 사다 드린 적이 있는데, 그 때 드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주에 드려야지 했다가는 아저씨가 안 계셨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하면, 인수인계를 하는 아저씨는 매우 밝아 보이셨다. 연세가 있으시니 2교대 업무도 힘드셨을 테고, 쉬고 싶으실 수도 있겠지. 혹시나 해서 오후에 외출하며 보니 처음보는 아저씨가 계셨다. 새로오신 아저씨께도 인사를 드리니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해 주셨다.


아저씨는 이제 어디로 가실까. 일을 아예 안하시는 걸까. 맛있는 거라도 좀 더 갖다드릴걸. 불볕더위에 아저씨는 이제 고생 안해도 된다며 만세를 부르고 쉬실 수도 있는데 나 혼자 주책이다.

아저씨,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혹시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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