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2013)
#1. 누구나 한번쯤 평범함을 넘어선 능력을 선망해본 적이 있을 거다. 무지막지한 힘을 가진 초인이 되어 위기에 빠진 사람을 돕기도 하고, 투명인간이 되어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보기도 하고, 하늘을 날아 저 멀리 닿지 못하는 곳에 마음대로 가볼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능력이 또 어디 있을까. 여기에 시간을 마음대로 다뤄 과거의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마음 속 후회까지도 지워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지금껏 유년시절을 채워주었던 만화나 영화 등은 이런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소원들을 간접적으로 채워주는 좋은 자극제가 되어왔다. 최근 마블과 DC의 히어로들이 영화계를 점령해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 총집결해 우주 최강의 악당과 싸우는 어벤져스 이야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추억을 돌이킬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2. 비록 상상에 불과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있었기에 세상은 지금까지 빠르게 변하고 발전했다. 꼭 히어로가 아니어도 좋다. 영화는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다방면에서 품기 위해 이를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다고 해서 나를 희생하여 꼭 세상을 구해야만 할까. 영화 <n번째 이별 중>(2018)은 여자 친구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 타임머신을 만들어 시간을 반복적으로 거스르는 한 천재의 이야기를 다뤘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타임머신을 만들었는데 기껏 여자 친구와의 지속적인 만남을 목표로 하다니.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가장 거룩하고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는 거다. 사랑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이자 인생의 전부니까 말이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채 상대방만 생각나고 그 느낌이 온몸을 휘감는다. 모든 이들이 한 번쯤 겪어보는 가장 위대한 사건이지 않은가.
#3. 시간을 반복적으로 거슬러 사랑을 쟁취하는 이야기는 또 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는 드물게 타임 리프를 소재로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낸 <어바웃 타임>(2013)은 첫눈에 반한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여행한다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이를 꾸며주는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가슴 따뜻한 메시지가 조화를 이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팀(도널 글리슨 분)은 자신의 성인식 날 아버지(빌 나이 분)로부터 해당 가문의 남자가 성년이 되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평소 자신의 사랑을 열심히 찾아왔던 팀은 그의 능력을 이용해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분)를 만나게 되고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의 타임 리프 능력이 반드시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가정을 두고 때로는 자신의 동생과 때로는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4. 이 영화는 타임 리프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능력 자체보다는 가족의 소중함과 삶을 바라보고 대하는 마음과 자세를 보다 중요시 여긴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보지만 누구에게나 완벽한 시간은 존재할 수 없다. 조금은 부족하고 아쉽더라도 오늘, 현재,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최선을 다하는 그 마음이 자신을 행복으로 이끌 수 있다. 시간을 돌리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반복된 타임 리프도 소용없다는 거다. 영화는 타임 리프라는 초인적인 능력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단순하지만 강렬하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여기에 도널 글리슨과 레이첼 맥아담스의 통통 튀는 연기는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말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시간을 바라보고 삶의 무게를 진지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필자의 삶에도 충분한 흔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