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시모프 Sep 26. 2024

<트랜스포머 ONE> 변신이란 무엇인가

어린이는 어른이 되길 꿈꾼다. 자신은 힘없고 약하고 지혜롭지 못한 존재지만, 언젠가는 부모처럼 어른이 되어 세상을 마음대로 다니며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기를 꿈꾼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 어린이니까. 그래서 아이들은 변신물을 좋아한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로봇들이 변신하거나 합체하고, 어른이나 아름답고 강하게 변신해 소원을 들어주거나 악을 물리친다.


많은 애니메이션이 변신을 다루지만, 변신 그 자체를 주제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드물다. 트랜스포머는 그 이름에서 보듯, 로봇이 다양한 탈것으로 변신하는 것을 테마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며 특히 이번에 극장에 개봉한 <트랜스포머 ONE>은 트랜스포머가 가지는 기장 근본적인 메시지, 바로 변신을 주제로 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주인공은 단연 거대한 트럭으로 변신하는 옵티머스 프라임이다. 그는 오토봇들의 리더이며 현명하고 강인하고 헌신적이다. 모든 오토봇들은 그를 존경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대부분은 이 옵티머스 프라임이 완성된 어른의 모습이지만, <트랜스포머 ONE>은 옵티머스 프라임의 성장서사, 즉 옵티머스 프라임이 어떻게 하찮은 광부에서 위대한 옵티머스 프라임이 되었는가. 메가트론은 왜 옵티머스 프라임과 대립하게 되었는가.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변신할 수 있었는가를 다루고 있다.



<트랜스포머 ONE>에는 인간이 나오지 않는다. 기존의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인간보다 훨씬 강한 존재인 오토봇들이 인간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이야기였던 것에 비해, <트랜스포머 ONE>은 그보다 훨씬 이전 그들의 고향인 사이버트론 행성에서의 일을 그린다. <트랜스포머>는 독특하게도 시리즈마다 설정이나 스토리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이번 <트랜스포머 ONE> 역시 기존 이야기와 세세하게는 조금 다른 부분들이 있다. 그래도 그게 또 이 시리즈의 재미니까.


아래 계급인 광부일을 하는 오토봇들은 가슴에 변신할 수 있게하는 '코그'가 없어 덩치도 작고 변신을 하지 못한다. 코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변신을 통해 표면으로 형상화하게 하고, 전투 시에 더욱 강력하고 빠른 완성형 몸이 되도록 한다. 즉 변신할 수 없는 광부들은 미완의 오토봇처럼 그려지며, 명령을 따라야 하고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나중에 옵티머스 프라임이 엄청난 변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오토봇들의 성스러운 힘인 '리더십의 매트릭스'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안다. 즉 이 애니메이션은 결말보다는 과정을 즐기면 된다. 그리고 얼마나 멋지게 변신해서 등장하는지 쇼를 지켜보면 된다.



변신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신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변신 애니메이션은 그 부분의 작화에 엄청난 공을 들여 매화 똑같이 반복하고, 아이들은 그 장면만을 기다린다. 특히 로봇이 변신하는 과정은 각각의 파츠들이 접히고 분리되고 연결되어 아이들의 공학적인 상상력을 마음껏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실사로 만들어졌던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CG기술을 보여주려는 듯 너무 조각조각 분해하고 복잡하게 변신해, 그 변신의 맛이 많이 줄어들고 조금 징그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 <트랜스포머 ONE>은 그렇지 않다. 반짝거리는 형광 안료가 칠해진 메탈의 질감으로, 파츠들이 크게 돌아가고 접히고 연결된다. 그런 로봇 완구를 사고 싶게 만든다. 원래도 완구를 팔기 위해 만든 애니메이션이었으니, 그것이 바로 근본이다. 아빠 나 저거 사줘! 아니다 이제 내가 아빠 나이다...


커다랗고 무게감 있는 각각의 파츠들이 돌아가 연결되며, 볼품없던 작은 로봇이 멋진 로봇으로 변신한다. 그것을 보며 아이들은 꿈꾼다. 언젠가 나도 그렇게 멋지게 변신할 거라고. 오토봇들이 변신을 할 수 없어도 가슴속에 스파크가 있다는 것으로 정의되듯, 아이들도 희망을 품으며 살아간다. 원래 누구나 변신할 수 있다. 변신할 수 있어야 한다. 변신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트랜스포머 ONE>은 바로 그 '변신'자체가 가지는 의미로 주제와 줄거리를 만들고,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근본을 상기시키는, 간만에 변신로봇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흥분시킬 애니메이션이다. 변신물에서 또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변신이 끝나고 난 후, 시그니쳐 포즈나 대사를 내뱉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변신로봇물 매니아들의 감성을 제대로 충족시켜 줄, 바로 그 등장 씬과 대사가 당신의 도파민을 폭발시켜 줄 테니까.







*더 많은 영화의 리뷰는 아래의 <카시모프의 영화관>을 봐 주세요 :)

https://brunch.co.kr/magazine/newmovies


* 영화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해보는 글들인 <사소하지만 무거운 영화들>시리즈도 재미있습니다 :)

https://brunch.co.kr/brunchbook/haveyouever

https://brunch.co.kr/brunchbook/haveyouever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