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는 혼자다. 자유에 대한 대가는 혹독한 자기 관리다. 누가 나보고 출근하라 강제하지도 않고, 누가 나보고 언제 밥 먹으라 하지도 않는다. 빈둥거리며 일하든, 똥을 싸며 일하든 일만 마감에 맞춰 끝내면 된다. 그러다 보니, 작업 중간과정의 내 삶에 대해 소홀해질 때가 많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프리랜서를 택했는데,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건 일에 찌든 삶이다. 그것이 다 스스로를 혹독하게 관리하지 못해서다.
업무에 관해서 일정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하루에 일하는 시간이나 쉬는 시간, 앉아있는 시간과 일어나 걷는 시간을 정해두고 관리하지 않으면 몸이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다. 젊을 때나 일을 막 시작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았을 때는 괜찮다. 나처럼 20년이 넘도록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고인물로 있다 보면, 내가 일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나 자신도 분간이 안 갈 때가 많다. 때로는 '누가 날 좀 일어나서 밥 먹고 일하고 운동하도록 관리해줘!'라고 외치고 싶다. 잠깐, 그건 회사원이잖아?(...)
업무 관리하기
프리랜서가 되면 일정을 잡은 다음에, 마감이나 중간보고 날을 보며 쉬엄쉬엄 하고픈 욕구가 생긴다. 여유 있게 햇살이 드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노트북을 들여다본다. 색 하나 칠하고 다시 커피 냄새를 맡으며 카페에 나오는 재즈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인데.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 지금 좀 즐기다가 이따 집에 들어가서 또 하면 되지. 이런 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다 보면 결국에 마감 직전 피를 토하며 일하게 된다. 큰 여유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스로 일정을 짤 때는 큰 일정뿐 아니라, 시간별로 짜두는 게 좋다. 오늘 하루에 어디까지 일하고 몇 시에는 어딜 가고 몇 시에 운동을 할지, 자세하게 짜 둔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은 금방 지나가 없어져버린다. 요새는 그런 일정관리 앱이 많이 나와있어서, 그걸 이용할 수도 있다. 타임트리나 투두메이트 등이다. 프리랜서의 특권인 '아무 때나, 아무데서나 일을 하기'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왜 프리랜서를 하겠는가. 다만 그 '아무'를 일정 짜서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업계 동향에 신경을 쓰고, 새로운 트렌드와 새로운 툴에 관심을 가지고 사용해야 한다. 이 업계는 시시각각으로 빠르게 변화한다. 내가 지금 쓰는 툴이 언제 구닥다리가 될지 알 수 없다. 요새는 AI가 디자인을 한다는 게 이슈다. 그렇다면 실력 있는 프리랜서라면 'AI가 나왔으니 난 이 업계를 뜰까'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AI를 내 일에 어떻게 이용하지?'를 먼저 생각한다. 항상 내 업무와 관련해 변화하는 세상에 관심 가지지 않으면 금방 도태된다.
돈 관리하기
프리랜서는 돈이 들어오는 시기가 일정치 않기 때문에, 재테크를 하거나 관리하기 쉽지 않다. 많이 벌면 여유가 있지만 안 들어올 때는 몇 달씩 무일푼이기도 하다. 따라서 프리랜서는 항상 3개월 생활비 정도의 여유자금은 확보해두는 게 좋다. 마감이나 지급이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나도 재테크를 한다고 적금이나 보험 등을 들어봤는데, 수입이 불규칙해서 적금을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따라서 돈 관리를 한다고 재테크에 올인해서 돈을 다 넣어버리면, 정말 돈을 많이 벌면서도 돈에 허덕이는 프리랜서가 된다. 프리랜서는 직장인보다 유동자금을 많이 확보해둬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일 자체가 크진 않지만 주기적으로 일과 페이를 따박따박 주는 클라이언트가 있다. 그런 클라이언트와 인연을 맺게 되면 하찮게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잡아라. 당신이 어려울 때 큰 힘이 되어줄 곳이다.
몸 관리하기
20년 넘게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알게 된 가장 중요한 관리는 업무나 돈이 아니라 바로 건강이다. 프리랜서는 초과 업무를 하면서도 초과 업무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장기간 앉아있어 각종 관절 증후군을 앓거나 심혈관 계통 질환을 앓는 경우도 생긴다. 누가 챙기지 않더라도, 수영장에 왔다 생각하고 1시간에 10분은 일어나거나 눕거나 걸으며 쉬어준다.
또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걷는 시간이 많이 줄어드는데,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많이 걸어야 한다. 인간은 걷는 동물이다. 걸으면 해마가 활성화되어 기억력도 좋아진다는 것이 최근 과학연구로도 증명되었다. 단순히 다이어트하려고, 혹은 기분전환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 업무에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특히 히키코모리 성향을 가진 프리랜서는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켜먹으며 며칠씩 집안에만 있기도 하는데,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살이 찌고 안 찌는 것과 관계없이, 자신의 프리랜서 수명을 갉아먹는 일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작업이 깃든다.
그리고 사람은 나이가 들며 근손실이 오게 된다. 근손실이 오면 그저 힘이 약해지는 게 아니라 관절도 약해진다. 오래 앉아있거나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조차 염증이 생긴다. 그러기에 항상 단백질을 챙겨 먹으며, 웨이트 트레이닝하는 것을 추천한다. 프로필 사진을 찍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운동하라는 게 아니다. 자기가 할 수 있을 정도로 만 운동하면 된다. 강도를 높게 할 필요는 없지만, 쉬지 않고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면 몸은 답을 해 준다. 나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10여 년을 해 왔는데, 나는 어릴 적 양쪽 어깨가 빠진 적이 있어 어깨가 약하고 허리가 삐뚤어져있어 오래 앉아있기 힘들다. 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극복해, 지금은 20대 때보다 더 몸이 건강하다. 나이가 들 수록 웨이트 트레이닝이 도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