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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Jun 13. 2022

맥도널드에서 기업가 정신을 만나다

@사업을 한다는 것


 여행지에서 꼭 맥도널드에 들르는 친구가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똑같은 메뉴라도 나라별로 햄버거의 크기나 구성이 조금씩 다르니 비교해보고 싶은 호기심이다. 두 번째는 보다 현실적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여행자는 실패 없는 식사를 하고 싶다. 저렴해 보이는 메뉴라고 덥석 집었다가 낭패를 보기 일쑤다. 검증된 곳은 세계적인 브랜드, 맥도널드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무난한 맛을 보장한다. 그 나라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함은 없지만 언제든 믿고 먹을 수 있는 ‘아는 맛’이다. 맥도널드의 창업자 레이 크록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다며 껄껄 웃을 것이다. 맥도널드의 브랜드 가치는 매장의 수와 같은 단순한 숫자로 평가할 수 없다. 맥도널드는 하나의 지표가 되었다. 수많은 나라는 물가를 측정하기 위해 ‘빅맥 지수’를 활용한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맥도널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레이 크록이 52번째 생일을 맞이한 해에 그 신화가 시작되었다.




몽상가 소년의 100만 불짜리 꿈 


나는 내 꿈을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지 않았다. 내 꿈들은 단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현실화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미소와 열정으로 움직일 수 있고, 커피 한잔을 마시러 온 사람에게 선데 아이스크림을 팔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맥도널드의 유명세와 달리 레이 크록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부모의 지원이나 풍부한 사업 자금은 기대할 수 없었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고등학교를 그만두었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몸으로 부딪치며 일을 배웠다. 한 가지 차이라면 그는 자신의 꿈을 터무니없다고 여기지 않았다. 시행착오 속에서 배움을 얻었고 진심 어린 태도로 고객을 대했다.



변화하는 시장을 발로 뛰어다니다 


나는 늘 새로운 시장이 있는지 세심히 살폈다. 때로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판로가 열리곤 했다.

자존심 있는 투수라면 모든 타자들을 같은 방식으로 상대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존심 있는 세일즈맨은 여러 고객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레이 크록의 첫 번째 직장은 종이컵을 판매하는 회사였다. 일회용을 거의 사용하지 않던 시기였다. 마뜩잖게 생각하는 가게에 공짜로 종이컵을 주고 편리함을 체감하게 했다. 그는 물건만 팔지 않았다. 고객의 사업을 관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소다수 매장에 포장 판매를 제안하여 가게의 매출과 자신의 실적을 함께 올렸다. 이후 밀크셰이크용 멀티 믹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세일즈맨에서 경영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가장 단순한 식당, 최대의 효과 


 시작은 멀티 믹서 주문 전화였다. 맥도널드 형제의 이름을 대며 요청이 쏟아졌다. 시골 마을 샌 버너디노의 드라이브인 식당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맛있는 햄버거의 비결은 적은 메뉴와 단순한 제조 과정에 있었다. 효율을 극대화한 형태는 공장의 생산 라인을 떠올리게 했다. 일관되고 간소한 절차로 고품질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레이 크록은 가맹점을 내기로 결심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원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맥도널드 매장의 주방을 둘러본 적이 있는가? 얼핏 보아도 세계 어느 곳이나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불판을 놓는 위치, 프렌치프라이를 튀기는 자리, 밀크셰이크를 만드는 공간을 분리하고 동선을 효율적으로 배치한다. 상품을 만드는 과정도 비슷하다. 지정된 납품 업체를 통해 안정적으로 재료를 받고 동일한 레시피로 조리한다. 통일된 시스템의 힘은 회사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게 한다.  



동업자에게 이익을 구하지 말라 


거래를 할 때 나는 맥도널드에 좋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만을 염두에 둔다. 양쪽 모두 거래의 승자가 되고 만족하는 일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내가 공정하고 정직한 거래를 하면 상대방이 돈을 벌고 그가 돈을 벌지 못하면 나는 빈털터리가 되는 그런 관계입니다. 나는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할 거예요. 그렇게 하는 한 내가 망할 일은 없어요.


 레이 크록은 회사가 공급업자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가맹점을 대상으로 원재료를 팔아 이윤을 남기는 행동은 점주에게 피해를 주고 결국 맥도널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믿었다. 오히려 개별 매장의 성공을 도우려고 필요한 물품을 최저 가격에 살 수 있는 구매 시스템을 만들었다. 가맹점주와 매니저를 교육하기 위해 햄버거 대학까지 열었다. 동시에 현장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하여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였다. 히트상품인 빅맥, 필레오 피시, 핫 애플파이, 에그 맥머핀은 여러 가맹점의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맥도널드는 자그마한 벤처 회사에서 출발하여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다. 창업자 레이 크록의 위대함은 단순히 그가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세상에 없던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만들고 전 세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무려 그의 나이 52세에 말이다. 불가능한 꿈을 꾸고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다시 도전하고 상생의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은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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