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으로 만들지 말고 , 정상으로 팔지마라)
열에 아홉인 창업자는 정통으로 음식을 만들 수 없다. 정통으로 만들려면 좋은 스승을 찾아야 하는데 어렵다. 게다가 음식을 배우는 데는 돈이 든다. 좋은 스승에게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정통음식을 만들 수 있는데, 그러기엔 당신이 가진 자산은 턱도 없다. 시간도 문제다. 서너달이야 견디겠지만, 1년 2년을 벌이도 없이 돈을 써가면서 정통음식을 배운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냉면집을 하더라도, 평양냉면이나 진주냉면은 접는 게 낫다. 되도 않는 평양냉면으로는 욕이나 먹을테고, 모양만 비슷한 진주냉면으로는 한철 더위도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손님이 고수라서다. 손님은 거의 대부분이 장금이다. 그런 고수에게 정통의 맛으로 승부하는 식당을 차린다는 건, 어쩌면 미친 짓이다. 그래서 실패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가당치도 않게 정통 운운하는 창업자는 그래서 가엽다.
정상으로 파는 것 또한 큰일이다. 김치찌개를 혼자 먹기 알맞은 1인분으로 팔아본들, 그 손님이 또 오지 않는다. 그런 집은 흔한 탓이다. 김치찌개 8천원, 9천원 받아서 6천원쯤 남겨본들,이다. 매출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식당이 많이 가질수록, 손님은 늘지 않는다. 역시나 손님은 고수라서다. 손님은 예외없이 손해를 보는 거래는 반복하지 않는다. 바보짓임을 알기 때문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정상의 양은 틀렸다. 당신이 생각하는 정상의 가격도 어리석을 뿐이다. 6천원짜리 김치찌개로 팔아 3천원을 남기는 것도 답답하다. 재료를 많이 써본들 3천원이다. 3천원어치의 재료로 손님을 만족시킬 실력과 스킬은 당신에게는 불행히도 없다. 6천원의 3천원은 50% 재료비지만, 그정도로는 손님에게 어필되지 못한다. 그래서 원가율보다 원가액을 높게 책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메뉴의 특성상, 낮은 원가로도 푸짐할 수 있다면 그 메뉴(대표적인 것이 면 음식)를 선택한 자의 축복이다.
나는 음식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음식의 역사나 족보도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왜 남쪽에서는 진주냉면이 탁월한지 그 이유를 모른다. 앞으로도 모를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음식을 평하지 않는다. 나는 오직 상차림만을 평가한다. 정통의 음식보다는 가치가 있는 상차림이 살길이라고 컨설팅의 개념을 정의했다. 1억도 안되는 돈으로 식당을 차린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원가와 마진, 팔릴만한 상식적인 판매가로 승부를 하라고 할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과거 한때는 그랬었다. 그렇게도 컨설팅을 10년쯤 했다. 역시 결과는 뻔했다. 열에 한둘이 겨우 간신히 고맙다고 해줬다. 당시의 나머지 여덟, 아홉은 나를 만난 것을 후회했을 거다. 음식의 결도 모르면서 정통으로 만들라고 했으니, 손님의 니즈도 모른체 정상가로 팔라고 했으니 한심하고 부끄럽다.
나부터 살아야 했다. 내 곳간부터 채워야 했다. 그러자면, 의뢰인이 잘되어야 했다. 내가 차려준 식당에 손님이 넘쳐야 했다. 정통과 정상을 버리기 시작했다. 정통에 일부러 매달리지 않았고, 정상적인 가격과 원가를 작정하고 버렸다. 그렇게 팔아서는 연명하다 가난해진다는 것을 의뢰인들에게 알려주었고, 그렇게 새로운 개념의 식당을 하나씩 만들어갔다. 맛보다는, 맛있게 먹도록.에 방점을 찍었다. 모든 셈을 손님이 맛있게 느껴지도록 장치했다. 어차피 손님이 없으면 매출도 없고, 내일도 없다. 폐업만 있을 뿐이다.
망하는 것보다는 3명을 2명으로 생각하는데 훨씬 이득이다. 1인분을 1.5인분으로 넉넉히 주고 양이 많아서 셋이 충분한 2인분이 되게끔 했다. 손해는 없다. 원가율은 높지만, 마진액은 똑같다. 1인분에 만원으로 팔고 5천원이 남으나, 1인분 15,000원을 받고 5천원이 남으나다. 원가율, 마진율로 계산만 하지 않으면 천하무적이 된다. 그걸 나는 조삼모사,라고 우긴다. 8천원으로 3명에게 3인분 24,000원을 받고 15,000원을 남기면 참 좋은 마진이다. 그러나 그 3명이 얼마나 자주 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양을 더 담고 11,000원으로 값을 매긴 후, 양이 많으니 그걸 3명에게 2인분 팔고 12,000원이 남았다고 손핼까? 그렇게 2인분을 만족하고 먹은 3명이라면 여러번 올 게 분명하고, 새로운 손님도 안내할 거라면 그건 백퍼 이익이다.
3명일 때 3인분을 포기하는 이상한 셈은 초보, 빈자의 창업자들에게 동아줄이다. 결단코 가난은 굿바이하게 된다. 이게 바로 비정상적인 셈의 뜻밖의 결말이다. 이 간단한 조삼모사로 인생이 역전된다. 식당의 운명도 역전되고, 그 식당의 주인 인생도 꽃바람 속이다. 그러자 컨설턴트인 내 곳간도 푸짐해졌다. 별일 없는 한 20년쯤은 끄떡 없이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