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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태 Mar 03. 2018

가맹비를 받아야 한다

베풀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당신이 건실한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간절히 바라는 사람을 위해 가맹점을 내주기로 결심했다면, 로열티 수익과 가맹비 수익만 생각하면 된다. 오픈 수익금은 목적하지 않는다. 그리고 물류수익도 신경 쓰지 않는다. 딱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금전적으로도 행복하고, 떳떳하고 당당함에서 얻어지는 행복은 그보다 더 클 것이 분명하다. 


가맹점주가 적든 크든,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는 까닭은 오픈하면서 많은 돈을 뜯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때야 내가 몰라서 지불한 돈이니까 참는데, 장사를 하면서까지 본사에게 호구 노릇을 당할 수는 없다는 그런 각오가 곁들여져 있기 때문에 로열티는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은 가맹점 오픈으로 인해 개인이 손해 본 것이 없다면, 합당한 로열티는 지불할 수 있음이라는 공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 


본사도 오픈하면서 얻어낸 수익이 투명하다면 정당하게 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장난처럼 하는 “나는 흙 파서 장사하나?”를 뱉을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받아야 하는 가맹비 외에 얻어간 것이 없으니까, 앞으로 나(본사)와 좋은 관계, 서로가 돕는 인연이 되려면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당연한 말이다.  가맹비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 그것마저 공짜로 줄 이유가 없다. 신문에 보는 체인 모집 광고를 보면 “3無”를 강조하는 문구를 보곤 피식 웃음이 난다. 가맹비 없다. 보증금도 없다. 로열티도 없다. 이런 식으로 3무를 강조하는데, 그럼 그 본사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업을 하는 것일까? 공짜로 가맹점 100개를 만들어야 곰에서 인간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 그런 광고만을 보고 본사와 상담하는 창업자도 있으니 한심하긴 도찐개찐이다. 


가맹비에는 본인이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쌓아진 노하우를 공유하는 값이다. 그리고 브랜드 사용료도 포함된다. 본사가 직영점을 통해 테스트한 메뉴판, 음식 사진들, 그릇, 주방 레이아웃, 화구 시스템 등등 갖가지의 경험을 공유하는 대가가 바로 가맹비다. 그런데 그걸 받지 않고 알려준다? 그걸 돈으로 보상하지도 않고 알려달라? 둘 다 말이 아니다. 가치도 없는 소리다. 그래서 필자는 가맹비는 무조건 받으라고 한다. 필자가 컨설팅 비용을 받는 것이 이것과 같은 이유다. 내가 십수 년의 시간과 경험으로 다져진 노하우를 타인에게 길잡이를 해주는데 공짜로 해 줄 이유가 하등 없음과 마찬가지다.    

  

가맹비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그걸 쓰기 위해서다. 가맹점에게 쓰기 위해서라도 가맹비는 받아야 한다. 무슨 말일까?


필자는 컨설팅을 하면서 창업자에게 부족한 자금을 빌려준다. 심지어 창업자가 가진 돈보다 더 많은 액수를 만들어서 가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자 없이 빌려주고, 계약서도 쓰지 않고 모아준다. 매번은 아니지만,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서슴없이 그리한다. 그건 필자가 컨설팅 수임료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받아서 벌어 놓은 돈이 있으니까 쓸 수가 있다. 벌어 놓은 돈이 없다면 부자도 아닌데 불가능하다. 아내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컨설팅 수임료(체인사업에서는 가맹비)는 노하우를 제공하기에 받는 돈이다. 그러나 재료비 원가가 들어가는 돈은 아니다. 그래서 수입과 지출의 폭이 넓다. 원가가 있고, 고정비가 있다면 매출액 대비 순수익이 산출되지만, 원가가 들지 않고 고정비가 없으니(사무실 없고, 직원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번 돈을 투자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처럼 본사 역시도 가맹비를 받아야 베풀 수 있다. 직영점에서 올리는 수익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유지하고 있다면, 가맹비 수익은 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덤은 필요할 때 유용한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 만일 가맹비를 받지 않으면, 내 직영점에서 얻어낸 수익을 꺼내어 해결해야 한다. 잠시 맡아 둔 돈과 내 돈이라는 차이가 있다.


가맹비를 덤으로 생각하고 필요한 때에 쓴다?

- 공사를 하는데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추가 비용이 들어가게 되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게 커졌다. 그런 때 본사가 가맹비의 일부를 흔쾌히 가맹점주에게 준다면 그걸 받는 사람의 입장은 어떨까?

- 좌식으로 설계를 했다가 불가피하게 입식으로 공사를 하게 되어서 의자 구입비라는 생각 외의 지출이 발생했다. 본사가 가맹비에서 일부를 의자 사는데 보태라고 준다면 점주는 어떨까? 남들은 본사가 의자 구입비에서도 붙여 먹는다고 치를 떠는데, 오히려 보태주는 본사라는 것을 확인했는데, 나중에 본사가 요구하는 로열티를 마지못해 내게 될까?

- 충분히 본인과 본사의 협의 아래 고르고 고른 점포가 생각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아서 고전 중이다. 그때 본사가 가맹비의 일부를 조건 없이 월세로 쓰라고 쥐어준다면 그걸 받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 확인하고 확인해서 한 일인데도, 어쩌다 보니 오타가 나서 메뉴판을 모두 못쓰게 되었다. 때로는 주방 설비의 일부를 못 쓰게 될 때도 있는데 그런 때에 본사가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하고 배상한다면 가맹점주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이런 일을, 이걸 하기 위해서라도 가맹비는 받아야 한다. 안 받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쩔 수 없어 몰라라 하는 것보다 받고서 필요시 챙겨주는 게 나을 거란 계산법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내용이다. 어떤가? 이래도 가맹비 없이 본사를 운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가? 가맹비로 헐값을 받아야 할까? 이처럼 가맹점에게 줄 마음이 있다면, 쓸 마음이 있다면 가맹비는 더 받아도 된다. 가맹비를 내지 않는 조건이라서 내 브랜드를 선택한다면, 얼마나 불쌍한 일인가? 노하우가 탐이 나서가 아니라 그깟 가맹비 면제 때문에 나와 파트너가 된 사람이 과연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갈 수 있을지 곰곰이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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