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태 Mar 09. 2018

역지사지가 본사의 할 일이다

가맹점을 돈으로 보지 마라

가맹점의 장사는 본사가 하는 것이 아니다. 책임의 의무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체인점이 안전하다고 믿는데 그건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이다. 체인점은 완성된 노하우를 통째로 파는 것이다. 상표와 메뉴 그리고 컨셉을 그대로 돈을 받고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것이 대체로 좋은 매출로 귀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다 가만히 가게를 지킨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그건 필자가 컨설팅으로 만들어 내는 독립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자의 할 일이지. 가게 매출까지 책임지고 뭘 어쩔 수는 없다. 가게 하나만 붙어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같이 지낸다면야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하다. 필자의 가족 생계는 누가 책임질 것이며, 그렇게 해서 호전된 장사는 절대 고비가 없을까? 한 5년은 거뜬히 아무런 흔들림 없이 잘 되어 나갈 수 있을까?


장사는 결국 자신이 풀어야 한다. 특히 체인점을 맹신하는 사람들은 본사가 다 해준다는 말에 스스로 달려온 사람들이지만, 그렇게 만든 것은 그 광고를 낸 본사의 탓이다. 단물을 빼먹는 본사들이 늘 쓰는 뻔한 수법이고 패턴이다. 음식점에서 주방장이 없어도 된다. 이 말은 도저히 먹을만한 음식이 못된다는 뜻이다. 마트에 가면 그런 음식은 널렸다. 봉지만 뜯으면 식사가 되는 인스턴트는 지천으로 널렸다. 그럼 거기서 모두 사서 먹지, 뭐하러 식당에 가서 그보다 비싼 값을 내고 밥을 먹을까?     


그런데 본사는 고임금의 주방장이 없어도,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자랑을 한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본사는 주방장이 없어도 만들어지는 음식을 납품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재료를 개인이 구매하는 가격보다 싸게 공급하면 된다. 본사는 개인이 만드는 레시피보다 월등히 낫고 검증된 레시피를 알려주어야 한다. 본사는 가맹점의 인력 문제가 생겼을 때 직영점의 숙련된 직원을 파견해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어야 한다. 그런 것이 본사의 할 일이다. 장사가 잘 되고 안되고까지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정말 장사의 신이 와도 되지 않을 자리가 아니라면, 점주 스스로가 풀어가도록 계속 정보와 노하우를 공급하면 된다. 그런 지속적인 제공으로 로열티를 받는 거라고 앞서 설명했었다.     


현재 가맹점들이 본사들에게 갖는 불만을 귀 기울이면 뭘 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가맹점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들이 갖는 공통적인 불만들이 있다. 희한하게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그걸 고치면 체인사업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가맹점주가 원하는 것은 번듯한 본사의 사무실도 아니고, 본사의 많은 인력도 아니다. 내 점포에 주어지는 작은 이득이다. 실질적인 이득이다. 그것을 만족시키면 그게 좋은 본사, 멋진 본사다.

오픈하면서 벌어지는 지출의 과함은 무경험자가 치르는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악랄하고 지나치게 과하지 않다면 크게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그보다 더 큰 실망은 높은 물류비용이다. 정확하게는 사입 가격이 높다는 점이다. 동네 슈퍼보다 비싸게 받는 멀쩡한 공산품에 가맹점은 치를 떤다. 낱장으로 구해도 그 값보다는 덜할 거라고 여기는 메뉴판 가격에 넌덜머리를 떤다. 특별한 노하우나, 신메뉴 까지도 기대하지 않는다. 가게를 오픈한 순간 그 바램은 참 순진한 궁금증이었다는 점을 대번에 알았기 때문이다. 


본사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급(?) 소스나 양념 이런 것이 비싼 거는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골뱅이 통조림, 황도캔, 심지어 쌀 이런 것이 시중보다 비싸게 공급받아서 누가 거래에 대한 믿음을 가질 것인가? 냅킨도 비싸고, 수저도 비싸다. 심지어 물병조차 본사가 가져다주면 비싸기 짝이 없다.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해서 납품을 시작하면, 가격이 싸서 결정된 업체인지 궁금하다. 본사에게 백마진을 얼마나 주고 거래처로 승인이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전 거래처보다 가격이 비싸기 일쑤다.


바로 이런 부분을 고쳐주면 본사는 가맹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장사가 되고 안되고를 본사에게 떠넘기진 못할 것이다. 본사는 본사로써 할 일을 충실히 해주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장사의 책임도 본사가 가지고 있다면, 필자도 가맹비와 시설비를 투자하고 그 총액에 맞는 수익을 기다리고 있으면 될 테니, 지금의 직업보다 몇 배 나을 것이다. 가맹점이 본사에게 매출에 대한 책임 전가를 하는 까닭은

- 나에게 터무니없는 자리를 권유했으니 책임을 나눠야 한다.

- 그 자리를 권하면서 투명하지 못한 권리금을 중개했으니 책임지는 게 맞다.

- 반드시 된다고 했고, 안되면 책임지겠다고 했었으니 나는 떼를 쓰는 게 아니다.

- 인테리어부터 간판까지 남의 돈이라고 마음껏 해 먹었으니 매출로 보상해라.

- 슈퍼바이저나 본사의 전문가를 투입해서 돕겠다고 했으니까 이제 숙제를 풀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맹점 내주기 거절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