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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코리 Mar 29. 2020

이번 주도 연락 안 올 것 같은데?

진상 브런치 작가와 에디터의 고달픔

편집자의 일을 하다 보면 글을 쓰겠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다들 작가가 되고 싶어 하지만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은 많지 않고, 막상 꾸준히 쓰더라도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이는 드물다. 그래서인지 처음 카카오 페이지로부터 의뢰를 받고 서야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에디터님, 코리 작가님을 담당해주세요.
(뭐야, 이름이 코리야?) 


일단 연락을 받고 코리라는 사람에게 메일을 보냈다. 간단히 진행 내용을 확인하고 카카오 페이지에 어떻게 연재할지 등을 고민했는지 작가의 생각을 물었다. 


'저도 구체적인 연락을 못 받아서 아직 고민을 못했습니다.'
(아니.. 연재 기회를 준다고 공모전 시작할 때부터 적혀 있었는데, 
고민을 안 하다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벌써 느낌이 좋지 않다. 이거 연재까지 갈 수 있을까. 이야기만 나누다가 사라진 수많은 예비 작가들이 떠올랐다. 


일단 내가 할 일은 해야 하니 목차를 잡고 기획안을 만들어서 며칠 후 다시 메일을 보냈다. 


코리 작가님, 제가 만든 기획안입니다. 카카오 페이지에도 전달할 예정이에요. 
보시고 어떻게 구체화할지 작가님의 의견도 부탁드립니다. 


이상한 인간이다... 기획안을 보냈는데 일주일째 연락이 없다. 와.. 열 받아. 사정이 있으면 말을 하던지. 아무런 회신이 없다. 꾹 참고 다시 메일을 보냈다. 


작가님~ 메일 보셨나요? (중략) 회신 기다리겠습니다. 


할 거냐고 말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적당한 뉘앙스로 마지막에 꼭 회신 보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 이 인간이 이틀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아놔...


그리고 짧은 메일이 왔다. 


기획안이 너무 좋습니다. 혹시 저희 동네로 와주실 수 있나요?



아.. 이거 진상인가. 어떻게 해야 되지. 죽일까? 카카오 페이지를 봐서 일단 참고 가자. 


네~ 작가님. 제가 가겠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괜찮은가요? 전화번호도 알려주세요.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자기가 나코리라며 화요일은 콜이란다. 누가 전화하래?! 통화가 편안한지 물어보고 하라고! 역시 뭔가 맘에 안 든다.


저 도착했는데 어디 계신가요?


조금 일찍 도착하긴 했지만 그는 역시 먼저 나오지 않았다. 그냥 내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마시고 있으니 곧 어떤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회의가 길어져서 늦었다며 연신 미안하단다. 


그래. 미안하면 치즈 케이크라도 주문해봐.


딱 지 커피만 주문해서 앉는다. 악!! 이 녀석!! 센스도 없어!!


간단히 카카오 페이지의 피드백 사항을 전달한 후 기획 방향과 독자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보다 이상한 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역시 글을 안 쓸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미리 약속을 받자는 생각으로 물어봤다.


일주일에 몇 편 쓰실 수 있을까요?
(한참 고민하더니) 3편 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야! 인마! 이미 써놓은 글을 무슨 2달 동안 써!)


꾹 참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그렇다면 5월까지는 다 쓰고 6월에는 오픈할 수 있겠군요. 
(약속한 대로 꼭 써라. 앙?!)


그래. 왠지 그렇게만 써도 다행일 것 같다. 일단 오늘은 이만 일어서자. 



그리고 2주가 지났다. 


이 인간이 소식이 없다. 다시 한번 꾹 참고 문자를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네요. 샘플 원고 잘 진행되고 계신가요?


연락이 없다. 와.. 이거 진짜.. 죽여? 죽일까?


죄송합니다. 진행을 못하고 있어요. 
이번 주에는 뭐라도 드리겠습니다.


다음 날 답장이 왔다. 뭐라도? 는 뭐냐. ㅋㅋㅋ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 뭘 줄려는 거냐?


네. 꼭 뭐라도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뭘 줄지 무섭다. 그리고 이번 주도 연락이 없을 것 같아 불안하다.

아.. 이거 진짜 연재 갈 수 있겠지?




제 글이 결국 출판이 되지 못한다면 자비 출간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돌린 이유는 딱 한 가지였어요. 좋은 편집자님을 만나서 꼭 제 글의 윤문과 교정교열을 받아보고 싶었지요. 


꿈만 꾸던 그 기회가 눈 앞에 왔는데 요즘 너무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감당을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다들 어려운 시기에 바쁜 것이 감사하면서도 글을 쓰지 못해 '~ 해야 하는데' 마음 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떻게든 글을 써서 뭐라도 보내 드리려고 PC를 열었는데 글이 써지지 않아 에디터님의 입장에서 글을 쓰며 죄송한 마음을 전해 봅니다. 


꼭 연재까지 갈 수 있도록 채찍질을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글인데 좋은 인연과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socialbroker/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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