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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그림 Aug 13. 2018

#3. 아이가 낯설게 느껴졌다.

느리지만 한발자국씩 앞으로, 그림이맘 이야기



시어머니의 병수발로 하루하루 시간이 가던 어느 날

반나절의 휴식이 나에게 주어졌다.



오랜만에 주어진 그 시간이 참 귀하게 느껴져 

놀이방 하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가기로 했다.


생각지 못한 엄마의 등장에 좋아할 그림이를 생각하니 

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놀이방 옆에 위치한 놀이터에서 아이의 하원을 기다리기로 했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느껴지는 따사로운 봄날의 햇볕과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같은 아파트 엄마들과의 담소가 참 행복하게 느껴졌다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또래 엄마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주고받았다


아이 이야기남편 이야기시댁이야기.... 


그러다가 그림이가 다니는 놀이방 이야기가 나왔다

조심스럽게 놀이방에 대해 묻는 엄마의 질문 뒤에 걱정 어린 얼굴이 내비쳐졌다.

그리고 그림이가 다니는 놀이방이 체벌 때문에 말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때 문득 아이의 이상한 행동들이 생각났다.     

아이의 손을 잡고 슈퍼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 날

정문 근처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 아이가 다니는 놀이방을 가로지르면 바로 정문 앞의 위치한 슈퍼가 나온다

그런데 아이가 내 손을 잡아끌며 슈퍼에 가는 길은 후문으로 나가 아파트 담벼락을 빙 둘러 슈퍼로 가는 것이었다     

그땐, “왜 이렇게 돌아서 가지?”하고 생각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여유롭게 아이를 기다리고 있던 내 마음이 떨리기 시작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하원하는 그림이의 손을 잡아 끌고 서둘러 집으로 왔다

아이의 몸을 살펴보니 다행히 상처같은 것들은 없었다.

내 불안한 예감이 맞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졸였던 마음이 스르륵 풀어졌다.

  



그리고 가만히 아이가 놀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천장을 보고 빙글빙글 도는 놀이를 반복해서 했다

돌고 또 돌았다.

빙글빙글.     

심심해서 하는 놀이인 것 같아 같이 놀기 위해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가 손에 쥐고 있던 장난감에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아이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시어머니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일찍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놀이방에서 집에 돌아 온 아이를 다시 한 번 유심히 바라보았다.

거실에서 또 한없이 돌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아이의 놀이에 타일러보려고 아이에게 다시 다가갔다.

서툰 단어지만 나는 알아들었던 아이의 말이 들리지 않았고 

몸짓과 손짓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갑자기 우리 사이에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벽이 생긴 거 같았다.

아이와 소통이 되지 않았다     

내 아이가 아닌 것 같았다.

빙글 빙글 도는 놀이를 반복하고

물건에 집착했다.

엄마이기 때문에 알아들을 수 있었던 아이의 언어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내가 키우던 아이가 아닌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다람쥐 같았다.     







갑작스런 아이의 행동 변화에 집에 다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덜컥 겁이 났다.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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