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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Aug 30. 2023

히든레이크 - 빙하물에서 수영하기

글래시어 국립공원

등산화를 사고 우리 가족은 히든 레이크로 향했다.

히든 레이크를 트레일 해드는 로건 패스에 있다.

로건 패스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고잉 투 더 썬 로드 (Going to the sun road)를 운전해서 올라와 아프가 비지팅 센터에 주차를 하던지  셔틀버스를 타고 비지팅 센터까지 오는 방법이다.


우리 가족은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아낄 겸 또 고잉 투 더 썬 로드를 드리이브 하다가 아름다운 곳이 있으면 차에서 내려 경치구경도 할 겸 차를 몰고 가기로 했다. 고잉 투 더 썬 로드를 직접 운전해서 올라가려면 입장권을 예약해야 한다. 한 번 예약하면 3일 동안 유효하다. 새벽 6시 이전과 오후 3시 이후에는 예약하지 않고 입장 가능하다. 하지만 6시 이전에 입장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오후 3시 이후에 입장하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다. 고잉 투 더 썬 로드가 메인 도로이기 때문에 3시 이후에 입장하면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입장권 개념이 아니라 인터넷 예약 처리 비용이 2 달러인 거니 뭐든 비싼 미국치고 참 착한 가격이다.


고잉 투 더 썬 로드는 몇 달 전에 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도로 입장권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내가 구글맵으로 글래시어 국립공원 지도를 보다가 리뷰를 읽게 됐는데 리뷰 중 하나가 도로 입장권이 있는 줄 몰라서 그날 하루를 날렸다는 글이었다. 그래서 다행히 도로 입장권의 존재를 알 수 있게 됐다. 입장권은 35불 정도 하는 국립공원 입장료와는 다른, 그야말로 차량의 수를 조절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다. 미국 최북단이고, 워낙 굽이진 곳이라 눈이 오면 도로를 개방하지 않아 6월 중순에서 10월까지만 여는 길이다. 눈이 늦게 녹은 어느 해에는 7월 초순에 개방한 일도 있다. 그러니 관광객이 더 붐빌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다행히 남은 티켓이 있다면 방문 하루 전에도 예약이 가능하다. 우리가 방문했던 8월 중순 이후에는 이미 개학한 학교가 많아서 힘들이지 않고 도로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https://www.recreation.gov/


국립공원의 도로 입장권이나 추첨은 모두 이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이렇게 티켓이야기를 길게 쓰는 이유 그만큼 글래시어 국립공원은 기대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빙하가 다 녹기 전에  그리고 우리 가족이 미국에 있는 동안에. 100개가 넘던 빙하는 기후 변화로 다 녹고 이제는 23개가 남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대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2030년에는 남은 빙하가 하나도 없을 거라고 한다.  


그런데 로건 패스에 주차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주차장에는 차량 80대 정도가 주차할만한 공간밖에 없었고 자리를 찾으려는 자동차들이 주차장을 빙빙 돌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주차자리를 정말 못 찾았다. 어른 한 사람이 차에서 내려 하이킹을 끝내고 차로 돌아가는 사람에게 "지금 떠나시는가요?" 하고 물은 다음 자리를 맡는 사람들이 많아서 주차를 하려고 해도 "미안해요. 여기 다른 차가 맡았어요." 하기 일쑤였다. 주차를 하는데 30분이나 걸렸다. 성수기가 조금 지난 8월 중순에도 이 정도였으니 성수기인 7월에는 웬만하면 셔틀을 타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캐나다는 워터톤 레이크 내셔널파크 미국은 글래시어 내셔널 파크로 이어져 있는 이곳에는 미국 국기와 캐나다 국기가 함께 휘날렸다.




우리 가족은 거의 3시가 되어서야 하이킹을 시작했다.

히든 레이크 오버룩까지는 왕복 2.4킬로미터, 약 1시간 반정도 걸으면 된다. 길도 포장이 되어 있어서 휠체어를 타거나 어린아이들도 쉽게 갈 수 있다. 거기서는 히든 레이크 전경이 보인다. 하지만 기왕 글래시어까지 온 데다 등산화까지 샀으니 조금 더 걷기로 했다. 왕복 4.8킬로미터. 길이는 딱 두 배지만 거기서부터는 포장된 도로가 끊어졌다. 해를 내리쬐며 땡볕을 걷고 걸어야 한다. 한쪽으로는 오랜 시간 퇴적된 지층, 맡은 편으로는 호수가 보이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등산화가 없어도 갈 수 있을 만큼 미끄럽지 않은 길이다. 개인적으로는 글래시어 국립공원은 꼭 하이킹을 하길 바란다. 곁에서 봤을 때는 '장엄하다' 정도지만 하이킹을 하면서 다람쥐나, 빅혼쉽을 만나기도 하고, 눈앞에 있는 푸른색 퇴적암을 보고 작은 개울을 지나기도 한다. 땀에 젖어서 빙하에 도착했을 때의 서늘한 감각도 잊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숨을 헐떡이며 히든 레이크에 도착했다.

”빙하물에 수영하세요. 생에 한 번인 경험이잖아요. “

딸과 둘이서 수영을 하고 나온 미국인 아저씨가 말했다.

나도 다른 미국인들처럼 겉옷을 벗고 물로 들어갔다.

물은 시원했다. 피곤했던 발가락도 편안해졌다.


다시 물 밖으로 나와서는 젖은 속옷 위에 대충 곁옷을 입어야 했다. 산을 내려가다 보니 산 바람에 옷은 천천히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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