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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샤 Dec 22. 2018

쿠팡과 제로페이, 그리고 알리바바

핀테크 살리기 #11

쿠팡은 단순한 온라인 마켓을 넘어 이제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보아야 할 듯합니다.

2010년 하버드대 출신들이 만든 신개념 소셜 커머스라며 요란하게 등장한 이후, 이나영, 김태희, 비, 전지현, 송중기 등 탑클래스 모델들을 연이어 기용하며 TV광고를 도배해 버렸죠. 회사 이름 그대로 쿠폰 팡팡 때리며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상품의 '원가' 자체를 완전히 뒤흔들어 버립니다. 저런 사업 모델이 과연 계속 돌아갈 수 있을까... 사람들이 의아해할 무렵, 물품을 직매입하여 재고를 보유하는 아마존 방식으로 전환하더니, 주문 다음날 바로 배송해 준다는 로켓배송을 세상에 내어 놓습니다.


G마켓, 옥션, 11번의 3대 메이저에 한참 못미치는 소셜 오픈 마켓의 하나였던 쿠팡은, 로켓배송을 모멘트로 대한민국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산업변곡점을 일으킵니다. 배송이라는 단순 노가다 프로세스에 '물건 받는 사람의 감동'을 입힌 쿠팡맨의 배송 인증 정책은 생필품의 핵심 구매층인 '부'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내며 그들만의 차별적인 존재가치를 만들어 냈고, 지나가는 쿠팡 트럭만 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주부들의 '찬송'을 흔하게 들을 수 있었지요.


재고 보유와 직접 배송이라는 난이도 높은 유통 구조를 선택한 쿠팡은, 소비자의 사랑을 얻어내는 대가로 돈을 '태워 먹는' 사업 모델로 본격 전환합니다. 쿠팡맨이라는 직업군을 새로 만들어 내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안아 오더니 수조 원이 넘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끊임없이 물류 창고와 배송 인프라를 확장했지요. 쿠팡의 재무제표를 보면... 영속 기업은 커녕 1년을 채 버틸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에는 분명합니다.


자금을 태워 먹는 위태위태한 사업 모델은 명백한데, 조 단위의 투자금 확보에 연속적으로 성공하며 사업을 이어갑니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정한 고수 손정의 회장했으니 '어쩌면'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만은 버릴 수 없지요.


물류만으 쿠팡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로켓배송 때문에 손정의 회장이 수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감행했을 리는 만무합니다.

'쿠팡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김범석 대표의 꿈에 비로소 공감을 하게 된 것은, 로켓페이와 정기배송 그리고 구매후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프로젝트를 지켜보며 쿠팡이라는 회사에 '사용자 경험 극대화의 DNA'가 빽빽이 채워져 있음을 깨닫고 난 이후입니다.



로켓페이와 제로페이


쿠팡의 로켓페이는 매우 신선했습니다. 제로페이처럼 계좌이체 방식만을 지원하진 않지만 신용카드와 계좌이체 방식 간의 원가 차이를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 '로켓페이 간편결제시 2% 적립, 단 계좌이체 방식만'이라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추진한 그들의 용기에 눈물이 날 정도의 박수를 쳐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이러한 방식의 가격 이원화 정책은 이른바 여신금융전문업법 상의 신용카드 차별 불가 조항과의 충돌 때문에, 명백한 미신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선빵을 날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쿠팡은 다르더군요. 이 법의 제정 취지가 계좌이체 방식의 페이먼트 방식에 반하지 않음을 이전의 글을 통해 충분히 설명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러한 상식을 현실의 세계에서 구현고자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쿠팡은 실로 용감Bold 합니다.


https://brunch.co.kr/@humaneheart/28


제로페이는 로켓페이의 오프라인 버전입니다.


제로페이가 적용한 계좌to계좌 결제방식은, 카드회사와 VAN을 통해 유통되는 POS와의 연결이 어려워 QR코드라는 우회로를 사용했을 뿐,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는 메커니즘은 로켓페이가 사용하는 펌뱅킹 시스템과 완전히 동일합니다. 온라인 메신저에 기반한 카카오페이가 오프라인 QR키트의 배포를 통해 온오프 결제 플랫폼의 통합에 도전하듯(aka 위챗페이), 온라인 커머셜의 쿠팡이 로켓페이라는 엔진에 PG 라이센스를 붙여 오프라인에서 돌리면 바로 작동합니다(aka 알리페이). 쿠팡앱을 이용하여 오프라인 매장에서 밥도 사 먹고 머리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참 아쉬운 점을 느낍니다.


쿠팡은 오직 아마존만 공부하고 알리바바는 공부하지 않는 걸까요?

알리바바의 대주주는 소프트뱅크입니다. 쿠팡과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를 통해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데, 쿠팡은 알리바바가 창조한 유통과 금융의 융복합 모델은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카카오페이와 TOSS가 서울페이에서 이탈한 후 현재 은행계열이 아닌 참여 사업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네이버페이, 페이코, SSG페이, 하나멤버스, 한국스마트카드, 한국정보통신, 인스타페이,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쿠콘...

네이버와 페이코, SSG페이 정도만이 기억 속에 있을 뿐, 그 뒤에 따라오는 사업자들의 존재감은 미미하기 그지없습니다. 더구나 유통 사업라인을 보유한 사업자는 오직 신세계 계열의 SSG페이 밖에는 없구요. 그러고 보니 이 바닥 역시 삼성 가문의 나와바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페이가 창조한 온오프 페이플랫폼의 모멘트


한 국가 혹은 사회의 결제payment 시스템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돈을 주고받고 물건을 사고파는 인프라는 그 국가 혹은 사회의 진화과정 그 자체입니다. 중국에서 알리바바가 QR코드라는 낡은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결제의 혁명을 이뤄낸 것은 중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가지고 있는 퍼텐셜potential에 가장 적합한 '도구'였기 때문입니다. 20년 전만 해도 문명국이라 말하기 어려웠던 중국의 결제 인프라 수준은, 신용credit 이라는 자본주의적 경제 변수는 아예 제로였고 플라스틱 카드를 이용한 전자 결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은행에 계좌를 보유한 사람도 극소수였습니다. 결제 인프라가 워낙 낙후 있었기 때문에, 신용이 개입되지 않는 선불 충전의 시스템과 종이에 인쇄해서 배포하는 초저원가의 QR코드가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혁명적 편리를 중국 인민에게 제공한 대가로 알리바바는 돈이 흐르는 물줄기를 모두 휘어잡게 되었고, 은행과 카드사가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15억명 인구가 사용하는 결제 인프라를 장악한 메이저 금융 플레이어로 삽시간에 진화지요.


일본의 경우는 더욱 특수합니다. 1만 엔짜리 고액권의 유통이 보편화된 일본에서는 굳이 현금이 아닌 제3의 결제 수단이 자리 잡을 여지가 습니다.

우리나라는 소득공제라는 달콤한 정책 때문에 신용카드를 통한 전자 결제에 강제로(?) 익숙해졌지만, 내가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했다는 기록을 세상에 남기는 것이 그리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탈세를 우려하지만 그건 매장 주인들이 알아서 신고하고 세금 내면 되는 것이지, 구매 기록을 반드시 세상에 남겨야 하는 시스템은 사생활의 자유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본능에 반하는 제도지도 모르죠.

일본은 고액권 유통의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굳이 신용카드가 필요 없는 결제 인프라를 오랜 기간 유지해 왔고, 현금 결제가 갖고 있는 '무비용'의 이점 덕에 신용카드 업종의 무덤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제로페이라는 새로운 결제 방식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수백만 가맹점이 매년 부담하 14조 원 규모의 어마어마한 비용 요소를 제거하는 사회적 경제적 '명분'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어떤 새로운 결제 인프라를 시도하건 기존과 다른 경제적 효용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소프트뱅크가 '페이페이'라는 사업을 통해 결제금액의 20%를 적립금으로 환원해주는 극단적인 출혈 마케팅을 시도한 것도 결제 방식을 바꿈으로 인해 고객과 가맹점이 세이브할 수 있는 유용성이 기 때문입니다.


제로페이는, 결제payment 비즈니스를 매개로 알리페이와 같은 유통~금융의 융복합 모델이 대한민국에 탄생할 수 있는 혁명적 모멘트를 국가정책의 힘으로 창조했습니다.


과거에는 돈과 관련된 산업의 중심이 은행이었습니다. 성장과 저축의 시대에는 쓰는 돈보다 '모은' 돈이 중요했고 모은 돈을 가지고 조금이나마 높은 추가 수익을 올리려면 은행에 예금을 하거나 부동산을 사야만 했지요. 부동산을 자기 자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무니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만 했구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소비'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통장의 잔액은 월급날 잠시 스쳐가는 숫자에 불과할 뿐, 카드대금, 통신대금, 보험료... 등등 무언가를 소비하고 나면 남는 돈과 모을 돈이 하나도 없는 '저성장의 노멀화'가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소비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금융기능이 바로 '결제payment'입니다.

소비는 결국 결제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움직이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이 결제 프로세스를 신용카드가 완벽하게 장악하고 었지요.


아무도 깨지 못했던 이 철옹성에 드디어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카카오페이의 플랫폼 파워로 이 성벽을 조금 건드렸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박원순 시장이 비로소 이 철옹성을 깰 수 있는 강력한 공성 무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시간 지나면 저절로 월급이 오르고, 시간 지나면 저절로 승진도 하고, 시간 지나면 저절로 집도 살 수 있었던 성장의 시대에는, 장사하는 사람들도 그깟 몇% 의 카드수수료는 푼돈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성장이 멈추고 경쟁만이 치열해진 지금의 소상공인들에는, 몇% 밖에 안 되는 카드수수료가 흑자와 적자를 가르는 생존의 변수로 치열하게 부각된거죠.


박원순 시장은 이러한 시대정신의 변화를 기가 막히게 읽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어려웠지만 언젠가는 될 것 같았던 혁명적 변화의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라고 선언합니다.

나의 가족이자 나의 친구이자 미래의 나일 수도 있는 수백만 식당 커피숍 편의점 사장님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과도한 통행세로 배를 불려 온 신용카드의 성벽을 드디어 부숴내기 시작합니다.


시간만이 변수일 뿐 이 전쟁의 승패는 자명합니다.

제로페이의 타겟이 오직 신용카드 수수료만은 아닙니다. 제로페이는 결제라는 일상 경제 프로세스에 단돈 1원의 통행세도 물리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웅변합니다. 


시간만이 변수일 뿐 이 전쟁의 승패는 자명합니다.

새롭게 바뀌는 '결제 비즈니스의 성주'가 과연 누구일지를 가리는 논공행상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통행세는 사라지고 신용은 남는다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한 저항이 박원순 시장의 '쇼' 때이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중국의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이미 결제 수수료가 완전 무료입니다. 일소프트뱅크는 '페이페이'라는 사업을 진행하며 구매액의 20%를 적립해  있고, 뒤를 이어 LINE페이도 그대로 따라합니다. 1천억이 넘는 돈을 그냥 사람들에게 막 뿌려니다. 듣보잡 회사도 아니고 알리바바 텐센트 소프트뱅크 LINE 같은 4차 산업혁명의 거인들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걸까요?

도대체 그들이 숨기고 있는 '꿍꿍이'는 과연  무엇일까요? 


돈이 흐르는 물줄기를 쥐고 있으면 통행세를 안 받아도 돈 벌 구석이 마구 생겨납니다.


최초의 은행업은 지역 간 국가 간의 송금을 대행하는 '배달' 사업에서 시작되었 합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돈을 보내야 하는데 직접 가기는 어려우니 누군가에게 배달을 부탁하고, 돈 배달을 많이 하다 보니 굳이 직접 가지 않고도 보내는 쪽과 받는 쪽에 금고를 두어 '영수증' 만으로 처리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이런 거래가 많아지다 보니 금고에 쌓인 돈이 늘어가고, 쌓인 돈 묵히긴 아까우니 빌려주고 이자 받고, 돈이 많으면 더욱 많이 빌려줄 수 있으니 아예 예금이자 주고 돈을 더 땡겨오고... 이렇게 진화하게 된 것이죠.


알리바바의 진화과정도 똑같습니다.

알리바바의 시작은 인터넷 쇼핑몰이었습니다. 눈 앞에서 거래가 완성되는 오프라인 상점과 달리 주문하면 한참 후에 물건을 배송받는 온라인 쇼핑몰은 서로가 서로를 믿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사는 사람은 파는 사람이 제대로 된 물건을 보낼까 의심하고, 파는 사람은 사는 사람이 제대로 돈을 치를까 못 미더워하죠.


알리바바는 구매자의 물품 대금을 일단 선불로 받아 놓은 후 물건이 정상적으로 도착하면 판매자에게 입금해 주는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내고, 이후 중국의 온라인 상거래는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에스크로 시스템에는 필연적으로 '꽁돈'이 생겨납니다. 구매자가 '먼저' 돈을 보내면 알리페이가 '보관'해 뒀다가 물건이 '배송'되고 나면 판매자에게 '입금'해 주는 방식이므로, 아무리 짧아도 배송기간 3~5일 정도는 알리페이의 지갑에서 판매 대금이 놀게 됩니다. 거래량이 커질수록 이 돈도 늘어나는데, 보통의 깜냥을 가진 사업자에게 이런 꽁돈이 생기면 애먼한 데 쓰거나 굴려 먹을 궁리를 하기 십상입니다. 중국의 예금 금리가 5% 정도 한다고 보면 가만히 앉아서 엄청난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지요.


그런데 마윈은 이걸 사람들에게 그대로 나눠줍니다.

우리나라의 MMF와 같은 단기 펀드 상품인 '위어바오'를 만들어 고객들의 놀고 있는 돈에 '이자'를 붙여 준 겁니다. 그것도 아주 많은 이자를요.

그랬더니 사람들은 딱히 물건 살 일이 없어도 알리바바에 '돈'을 맡기기 시작합니다. 인터넷 쇼핑몰 업자가 졸지에 은행 노릇을 하게 된 겁니다. 이 위어바오 통장에 쌓여 있는 돈이 얼마인가 봤더니... 2017년 상반기에 무려 240조 원. 우리나라 어지간한 은행보다 규모가 더 커져 버렸지요.


알리바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마켓에서 장사를 하는 Seller들은 돈과 관련한 아쉬움을 크게 느끼곤 합니다.


셀러 A

아... 한 달 후엔 명절이네, 그럼 스팸세트 많이 팔릴 것이고, 미리 대량으로 사두면 쌀 텐데...

돈이 없네?

 

셀러 B

야아~, 신상품 대박 났다, 빨리 재고 확보해야 되는데, 결제 대금 들어오려면 며칠 더 있어야...

돈이 없네?


마윈은 자신이 만든 플랫폼에서 물건을 팔아 생업을 잇는 오픈마켓 셀러들의 아쉬움과 페인 포인트에 대해 또다시 관심을 갖게 됩니다. 거래하는 은행과 제휴하여 셀러 전용 대출 상품을 만들어 보려고 한 거죠.

그런데 은행의 입장에서 오픈마켓 셀러들이란, 상점이 없으니 부동산 담보도 없고... 매출도 들쭉 날쭉해서 불안하기만 하고... 잘 안되면 금방 접고 딴 거 차릴지 모르고... 그야말로 장똘뱅이 무담보 영세업자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대출해서는 절대 안 되는 위험 고객군으로 인식하겠죠.


마윈은 해결사를 자청합니다.

아예 마이뱅크MYBANK라는 은행을 하나 만들더니 즈마신용芝麻信用 이라는 신용평가 전문회사를 차리고 신런푸信任付 라는 오픈마켓 셀러 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합니다. 그리고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회사답게 대출 프로세스 전체를 '온라인'상에서 5분 만에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줬지요.

은행들로부터는 신용불량자 취급을 받았으나 엄연히 우리의 일상 소비생활을 책임지는 파트너였던 오픈마켓 셀러들의 자금 운용에 '숨통'을 틔워 주자 이번엔 대출 분야에서 대박을 내고 맙니다.

 

신런푸는 출시한 지 1개월 만에 5만 명의 고객을 확보한 후 7백만 명이 넘는 소규모 영세 사업자들에게 75조 원의 대출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진정한 '서민금융' 상품을 국가의 도움없이 스스로 공급한 것이지요.

무담보/ 영세/ 온라인/ 사업자 대출이라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영역에서의 신용 창출에 성공하며 마윈은 드디어 유통과 금융을 아우르는 융복합 포트폴리오를 완성니다. 카드회사보다 훨씬 편하고 저렴한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며, 은행보다 대출업을 훨씬 더 잘하는 유통업자가 탄생한거죠. 


이러한 신화가 만들어진 출발점이 바로 결제payment 서비스, 알리페이입니다.



통행세는 사라지고 구독료는 생겨난다


그런데 이 알리페이가 바로 카카오페이의 대주주입니다. 카카오페이의 지분 40%를 2,300억을 주고 샀습니다. 2017년에 2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카카오페이의 주식을 알리페이는 왜 이렇게 높은 가격을 주고 산 걸까요?


돈이 흐르는 길목을 잡고 있으면 단지 금융업의 나와바리만 집어삼키는 것이 아닙니다.


알리바바가 온라인 커머스와 지급 결제 인프라를 동시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 진출하는 사업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한마디로 'O2O의 모든 것'입니다.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비즈니스.

택시호출, 차량공유, 식당예약, 음식배달, 집구하기, 교육, 여행 등등 오프라인 사업장과 스마트폰 사용자를 연결하는 거의 모든 비즈니스에 알리바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돈거래'는 알리페이가 완벽하게 지탱하고 있구요.


돈을 주고받는 결제 인프라를 스스로 보유하지 않으면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누군가에게 삥을 뜯기게 마련입니다. 누군가에게 삥을 뜯기면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그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경쟁력이 떨어지겠지요. 하지만 결제 인프라를 스스로 보유하고 있으면 경쟁력이 2배 3배로 증폭됩니다. 유통의 부가가치와 결제의 부가가치를 결합시킨 융복합 가격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결제 비용을 무료 제공해도 유통마진에서 벌충을 하고, 구매에 대한 보상을 현금이 아닌 포인트로 제공하여 소비자의 매몰비용 회피 심리를 통해 충성도를 가속화시킵니다. 아이폰 사용자가 앱스토어에서 구매한 기존의 컨텐츠를 포기하지 못해 안드로이드로 갈아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플랫폼 내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공급을 희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이들끼리의 자연스러운 경쟁을 통해 가성비 좋은 상품을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도 자연스레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드라마틱한 것은 O2O 비즈니스를 통해 오프라인 사업장들로부터 '구독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알리페이가 결제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오직 소비자와 매장 양쪽으로부터 '선택'받기 위함입니다. 일단 선택을 받아야 Next 비즈니스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 Next 비즈니스의 부가가치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합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커피숍에서는 종이로 된 쿠폰에 도장을 찍어줍니다. 매장 주인의 입장에서는 옆 가게 말고 자기 가게에서 계속 커피를 마셔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겠지요. 그런데 이 종이쿠폰 제대로 모아서 쓰는 사람 별로 못 봤습니다. 어찌 보면 그냥 무의미한 종이 낭비 같은데 매장 주인은 오늘도 열심히 나눠주고 열심히 도장을 찍습니다.

그런데 만약 알리바바가 이 가게의 주인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사장님, 결제할 때마다 자동으로 모바일 쿠폰을 적립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한번 써보실래요? 굳이 명함 같은 거 받지 않아도 이벤트 추첨해서 고객에게 메시지도 날려드리고 새로운 메뉴 만드시면 공짜로 홍보도 해드리지요. 1개월에 고작 5천 원짜리 1장만 내시면 됩니다'

가게 주인이 이 제안을 받을까요, 안 받을까요?

쿠폰 인쇄비용만 해도 1달에 5천 원은 족히 넘을 텐데, 굳이 나눠주고 도장 찍지 않아도 '결제와 동시에' 척척 쿠폰을 날려주는 모바일 서비스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요?

매장의 입장에서 한 달에 5천 원은 전혀 부담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전국의 커피숍이 몇 개인가요?

식당은 이런 서비스 필요 없나요?

미용실은요?

얼추 100만 개의 오프라인 매장에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600억입니다. 그것도 매년 600억입니다. 다른 사업자는 하기 어려워도 이미 매장과 사용자'연결'에 성공한 페이 사업자에겐 이런 비즈니스는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일 뿐이죠.


같은 방식으로 전개할 수 있는 O2O 비즈니스의 영역은 무한대입니다.

식당만 예로 들어도, 예약, 대기, 주문, 쿠폰, 적립, 배달, 정산 그리고 빅데이터를 이용한 마케팅 정보 등등. 얼추 봐도 한 달에 1만 원 이상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내용들이고 궁극적으로는 무인Kiosk와 전부 연결되는 아이템 들입니다. 한국에서 무인Kiosk 1대 쓰려면 월 15만 원 이상 내야 된다지요 아마...


예상되는 기대수익이 몇십억 몇백억이 아닌 몇천억 몇조 원의 빅빅빅 비즈니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받는 돈에는 '저항'이 없습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불편했던 서비스가 새로 만들어져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는데 매장 주인 입장에서 아깝거나 싫어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고 지나 이러한 O2O 비즈니스가 완전히 보편화되어 또 하나의 통행세로 인식되기 전까지는, 플랫폼 사업자의 통장에 천문학적인 이익이 꼬박꼬박 들어오게 됩니다. 애플이 돈을 쓸어 담고 있지만 아이폰 구입 시 통행세를 뜯긴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직 없지 않나요?


이미 중국에서 페이먼트 비지니스의 비전을 완벽히 체화한 알리바바는 한국 땅에서 카카오페이를 통해 이를 구현하려는 것이고,  2,3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흔쾌히 투자한 겁니다.



모든 페이 사업자는 POS에서 만난다


만약 중국의 식당이나 소규모 가게들이 POS 시스템을 100% 갖추어 놓은 상태였다면, 알리페이의 오프라인 진출은 실패했을지도 모릅니다. 전 세계의 모든 POS는 신용카드 결제를 위한 마그네틱 리더기 중심으로 견고하게 세팅되어 있어서 은행이나 카드사는 어떻게 해서든 알리페이의 Card-less 결제를 막으려 했을 테니까요.

알리페이가 QR코드 방식을 어느 날 갑자기 냅다 적용해서 한방에 성공시킨 것이 절대 아닙니다. 처음엔 금융기관의 도움을 얻으려 했고 직접 POS를 공급해 보려고도 했지만 이권과 특권을 쉽게 놓칠 집단들이 아니었겠죠. 알리페이는 음파 결제, NFC 결제 등 당시 존재했던 모든 신용카드 우회 결제 기술을 트라이했고, 다행히 영세한 소규모 오프라인 매장에 POS기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배포 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QR코드 방식을 통해 '서민들의 결제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던 겁니다. 문제를 풀고자 하는 마윈 선생의 집념과 투쟁struggle의 결과이지 어쩌다 그냥 얻어걸린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에서의 모바일 결제는 그야말로 황당한 수준입니다.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가 이루어져 신용카드 수수료라는 경제적 공격 대상이 아예 없다 보니, 새로운 페이먼트 인프라를 깔려고 하는 사업자들의 입장에서는 오직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명분을 만들어 낼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일본은 신용카드 거래는 미미해도 POS기가 대부분 설치되어 있습니다. 기록과 증빙을 중하게 여기는 문화 때문에 회사 경비 처리를 하거나 가계부 정리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영수증을 꼭 발급해 주어야만 하기 때문이지요.

POS는 단순히 결제와 영수증 출력만을 제공하는 기계가 아니라, 주문과 정산을 일괄적으로 처리해주는 종합관제 시스템니다. 은행원들이 하루 종일 손님들과 거래하고 난 후 그 돈거래가 제대로 맞았는지 확인하는 '시재 마감'을 끝내야만 퇴근할 수 있듯이, 매장도 매일매일의 매출을 확인하고 제대로 돈을 받았는지 맞춰 보아야 합니다. 또한 오늘 주문받은 통계 등을 체크하면서 다음 날 필요한 식자재를 미리 주문하기도 하는 것이구요.


일본의 모바일 페이 사업자 들은 이 POS를 통째로 갈아엎어 버리지 않는 한 자신들의 시스템을 받아주는 매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아예 결제용 태블릿 패드를 제공하거나 염가로 팔면서 POS와 분리된 하나의 결제 수단을 배포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용 디바이스는 오직 자신들의 페이먼트만 지원하도록 폐쇄적으로 세팅을 해놓다 보니 조금 매장의 캐셔 뒷자리에 보면 태블릿 패드가 여러 대 놓여 있는 것을 수가 있습니다. 페이먼트 사업자의 개수만큼 태블릿 패드를 비치해 놓았기 때문이지요. LINE페이는 청구금액이 포함된 가변 QR코드 생성이 가능하도록 금액 입력 패널과 디스플레이 모듈이 장착된 생뚱맞은 디바이스를 개발하기도 했지요.


제로페이 첫날, 아무것도 못 샀다


한국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카카오페이가 오프라인에 진출하면서 노란색 하드보드지에 QR코드를 인쇄하여 배포하였는데, 이 역시도 POS랑 완전히 따로 노는 모듈이고 제로페이도 똑같은 방식을 따라했습니다.

어제 12월 20일 자로 제로페이가 처음 시행되었고 박원순 시장이 실제로 결제하는 장면이 뉴스에 나오더군요. 제로페이의 취지와 노력은 가상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의 결론은 위의 기사 타이틀과 같습니다.

스마트폰을 활성화시켜 뱅킹 앱을 열고 제로페이를 가동하는 데에도 한참 걸리고, 막상 QR코드를 찍고 결제하려 해도 돈이 제대로 입금되었는지 매장 주인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영수증 출력이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구요. 된다고 하니까 속는 셈 치고 해 보는 것이지 소상공인들에 대한 웬만한 애정 없이는 사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편의성이 턱없이 미흡합니다.


이 모든 페인 포인트는 계좌to계좌 방식의 모바일 페이먼트 시스템이 신용카드 위주로 철저하게 세팅된 기존의 POS와 연동되지 않다는 점에 기인합니다. 매장 주인은 고객이 무슨 결제방식을 택하건 돈만 받으면 되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의 경험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편한 방식에 대해 저항하게 마련이고, 특히 줄을 서 있는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얼른 지갑을 꺼내 카드를 내밀 수밖에 없겠지요.
매장 입장에서도 저녁에 매출 마감하고 정산을 하려면 POS를 통해 일원화된 결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카카오페이나 제로페이는 POS와 따로 놀고 있으니 사장님의 퇴근시간을 늦추는 귀챦음만 쌓이게 할 뿐입니다. 삼성페이는 비록 고비용 구조의 신용카드업에 충성하는 포지셔닝으로 카드리더기의 마그네틱 센서를 통해 POS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허접한 사업모델이지만, 매장 주인과 점원의 편의성을 전혀 훼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선택받은 것이죠.


POS와 제로페이를 어떻게든 연동시키려면 QR리더기가 필요한데, 여기에도 단점이 많습니다. 일단 디바이스 자체의 가격이 비쌉니다. 최소 3만 원 정도 하는데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 이외에는 쓸모가 없으니 매장 주인의 입장에서는 괜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지요. 게다가 POS 프로그램 자체를 손봐야만 합니다. 고객의 스마트폰에서 생성된 결제 승인 QR코드를 리더기가 읽어서 카카오페이의 웹서버와 제로페이의 웹서버로 해당 정보를 보내주어야만 승인이 완료되기 때문에 이의 처리를 위한 프로그램 수정과 네트워크 연결이 반드시 필요하지요. 수십개나 되는 VAN사와 수백개의 POS 기종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이것도 돈과 시간엄청나게 많이 드는 일입니다.

아래의 글을 읽어 보시면 POS와의 연결 문제 때문에 VAN-less의 제로페이가 VAN사에 쩔쩔매고 있 한 편의 코미디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humaneheart/52


그렇습니다.

모든 페이 사업자는 POS와의 연동이라는 난제 앞에 운명적이고 필연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영수증은 QR에 담을 수 없다


QR코드는 매우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매장 입장에서의 배포 비용이 무료에 가깝고 카메라가 달려있지 않은 핸드은 없을테니 사용자 디바이스의 스펙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QR코드는 '무선wire-less' 이라는 기술적 화두를 담을 수 없고, 한번 인쇄하고 나면 수정과 변형이 불가능하며, 무엇보다 전송 가능한 데이터의 양이 제한적입니다.

QR코드를 설명할 때 4천 개 이상의 문자를 담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만, 현실적으로는 틀린 말입니다.


아래가 제로페이의 QR 형태이고,


다음 것은 카카오페이의 QR형태입니다.


QR코드는 점과 선으로 이어진 2차원 공간에서의 배치를 이용하여 문자를 저장하는데, 저장하는 문자의 양이 증가할수록 점과 선의 복잡성이 커집니다. 언뜻 봐도 카카오페이 QR에 담긴 정보량이 제로페이 QR의 정보량보다 많아 보이는데요, 카카오페이에 약 50~60개의 문자가 들어가 있으니 제로페이는 이보다 적은 수의 문자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문자량에 담을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결제 승인을 위한 웹서버의 URL이거나, 계좌번호와 입금은행 이름 정도를 난수 처리한 1줄짜리 정보일 뿐이지요.


그런데 페이먼트 비즈니스가 진정한 부가가치를 낳O2O 비즈니스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누가 어디에서 얼마를 샀는가에 대한 '결제금액' 정보가 아니라,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가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필수적입니다. 결제금액 정보는 끽해야 소득 수준이나 소비 지역 정도만을 추정할 수 있을 뿐, 사용자의 상황과 취향 분석에 기반한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카드회사들이 빅데이터의 선두주자인 듯 열심히 광을 팔지만 카드회사의 결제 정보는 빅데이터라 말하기엔 너무나 부끄러운 하타치 레벨입니다. 마트에서 10만 원 결제하고, 커피숍에서 2만 원 결제하고, 편의점에서 5천 원 내었다는 정보만으로 무엇을 권유할 수 있을까요? 마트에서 기저귀를 샀는지 강아지 사료를 샀는지,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4잔을 시켰는지 프라푸치노와 티라미수를 주문했는지,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매했는지 아니면 퇴근하며 도시락을 들고 간 것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구매 상품 정보를 알고 있으면 구매자의 '상황과 취향'을 얼추 추정할 수 있는데 위의 경우, 육아/ 애완견/ 모임/ 소확행/ 흡연/ 솔로와 관련 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요.


구매자의 '상황과 취향'을 판매자가 선의로 알고 있다면, 구매자 스스로도 놓치있을지 모르는 '맞춤 상품'을 추천수 있습니다. 때때로 과도한 빅데이터 사용에 따른 문제점들이 매스컴에 오르내지만, 아마존이나 넷플릭스를 써 면 빅데이터의 유용성에 금방 공감게 될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빅데이터 업계에서 그렇게도 간절히 원하는 구매 상품에 대한 정보가, POS를 통해 출력되는 '종이 영수증'에는 완벽하게 담겨 있습니다. 만약 어떤 페이사업자가 제로페이라는 결제 과정을 통해 영수증 정보를 같이 취득할 있다면, 결제 수수료 제로의 희생쯤은 몇 배 몇십 배로 커버해주는, 진정한 빅데이터의 보물단지를 얻게 되는 것이죠. 실제 한국에서는 매장에서 쓰레기로 모아 놓은 종이 영수증을 수거하여 스캐너로 이미지를 저장한 다음, OCR 기술을 이용하여 구매 데이터를 캐치하는 사업이 진행된 적 있습니다. OCR 기술의 부정확성과 영수증 데이터의 복잡성 때문에 실패하긴 했습니다만...


그런데,

또 한 번 그런데 말입니다.

이 영수증에 담긴 정보와 데이터의 볼륨이 생각보다 매우 큽니다.

 

[진동벨번호:8]

<영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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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 행복한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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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5 13: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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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명                      수량     단가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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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Short)    1     2,900    2,900원

카페라떼(Tall)            1     3,400    3,400원

티라미수                      1     5,400    5,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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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가                                            10,637원

부가세                                               1,063원

청구합계                                        11,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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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금액                                       11,700원

받은금액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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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11,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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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영수증(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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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구분 : 제로페이

거래매체 : 네이버페이

식별번호(핸드폰) : 010-****-5432

승인번호 : 1111354675


과세물품 :                        10,637원

부가세   :                             1,063원

면세물품 :                                   0원

염세물품 :                                   0원

합계     :                            11,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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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영수증 국세청문의처 : 1544-2020

http://www.taxsave.go.kr

0222205903664654613188798794311

943131846413134513168131613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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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반품 교환 시 영수증이 있어야 합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종이 1장에 인쇄되는 내용이지만, 글자 수로 계산하면 약 1,500자 정도나 되는 매우 큰 데이터입니다.

이걸 제로페이와 비슷한 사이즈의 QR코드로 전환하면 다음과 같은 모양이 됩니다.



매우 높은 해상도의 카메라를 가진 최신 스마트폰이 아니면 이 QR이미지를 해독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어지간히 성능 좋은 레이저 프린터가 아니라면 아마 인쇄시에 그냥 까맣게 나올지도 모르구요.



사이즈를 2배로 키워도 그 복잡성과 밀집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 정도 사이즈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1,500여 개의 문자가 들어있는 영수증 데이터가  어지간한 스마트폰과 어지간한 QR 리더 프로그램에서 작동을 합니다.

이게 QR코드 '4천 개 문자'의 진실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4천 개 문자를 담으려면 거의 A4 사이즈 정도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건 스티커가 아니라 포스터라고 불러야 할 겁니다. 게다가 결제 정보와 영수증 정보가 담겨있으니 최소한의 보안 조치는 취해야 할 것이고 아주 낮은 단계의 AES 암호화 과정이라도 거치면 데이터 볼륨이 거의 2배로 증가합니다.


QR코드로는 영수증 데이터를 보낼 수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는 영수증 데이터를 보낼 수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이 데이터 볼륨의 문제는 신용카드의 마그네틱 테이프로도 안되고, NFC로도 안됩니다. 이래서 블루투스를 이용한 Broadcasting과 Beacon 비지니스에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눈독을 들이는 겁니다.



쿠팡 X 제로페이 X POS = 알리바바


토종 이커머스의 상징인 쿠팡이, 통행세 저항의 시대정신과 박원순 시장의 용기 덕분에, 알리바바에 대응하는 융복합 비즈니스의 거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혁명적 모멘트가 지금 한국에서 발생했습니다.

결제 프로세스에 부과하는 통행세를 제거하는 대신, 몇 배 몇십 배 더 큰 자발적 구독료를 거둘 수 있는 Beacon 비즈니스의 임자가 바로 쿠팡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그러했듯,

어쩌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위에 서고 삼성전자도 뛰어넘는 퀀텀 점프를 기록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러한 온오프 통합 페이 플랫폼은 여럿이 나눠 먹는 사이좋은 게임이 아닙니다.

중국의 사례가 그러했듯 끽해야 2~3개의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과점시장을 나눠 먹겠지요. 

카카오페이는 분명 쿠팡보다 한참 앞에 있습니다.

네이버페이, 페이코, SSG페이도 그냥 놀고만 있는 회사는 아닙니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페이팔, 애플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냅다 들어올지도 모르지요.


쿠팡이 이 패를 들고 고민할 시간도 그리 많이 주어지진 않을 겁니다. 제로페이는 드디어 대한민국 땅에도 페이전쟁의 서막이 올랐음을 암시합니다.


위 방정식이 성립하려면 POS에 대입하는 값이 충분해야 함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그 값을 100만으로 만들어 주는 해법이 아래의 블로그에 들어 있습니다.

손정의 회장님에 대한 존경심 딱 하나로, 쿠팡에 던지는 훈수니다.


제로페이에 대한 시리즈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매듭질까 합니다.


@포샤

 https://brunch.co.kr/@humaneheart/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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