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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집 앞 현금 가져간 보이스피싱운반책 무죄

by 박현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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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범죄는 해마다 그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으며, 범죄 조직은 새로운 방식으로 피해자를 속이고 돈을 가로채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수법 중 하나는 피해자를 속여 직접 현금을 인출하도록 유도한 후, 특정 장소에 돈을 놓아두게 한 뒤 이를 수거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범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사람들이 바로 **‘수거책’**입니다.


수거책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 조직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직접 피해자를 만나 돈을 받기도 하고, 피해자가 특정 장소에 두고 간 돈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범죄에 가담하기도 합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에게 경찰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었으니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거나 **"지문 감식을 위해 현금을 인출한 후 특정 장소에 보관하라"**는 등의 거짓말을 통해 피해자를 조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의 집 현관문 손잡이에 걸려 있던 현금을 가져간 경우, 법적으로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사기죄로 처벌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스스로 재산을 처분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단순히 경찰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라고 믿었을 뿐, 자신의 돈을 기꺼이 넘겨주려는 의사는 없었다는 점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보이스피싱 수거책과 사기죄의 법적 기준을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살펴보고, 사기죄와 절도죄의 차이점, 그리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법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피해자의 집 앞 현금을 가져간 수거책, 사기죄가 성립할까?


이번 사건은 2021년 11월,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를 속이며 시작되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을 사칭하며 **"피해자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유출되었으며, 피해자가 거래하는 은행 직원들이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는 이 말을 듣고 불안해졌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추가적인 지시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에게 **"은행에서 현금 4000만 원을 인출한 후, 지문 감식을 위해 집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두라"**고 지시했습니다. 피해자는 경찰을 사칭한 범인의 말을 믿고 지시대로 행동했습니다.


현금을 인출한 후, 비닐봉지에 돈을 담아 자신의 집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두었고,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은 수거책 정 씨가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이 돈을 가져갔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에게 **"우리는 지문 인식 카메라를 활용해 손잡이에 남은 지문을 확인할 수 있으니, 그대로 두면 된다"**는 거짓말을 했고, 피해자는 이를 철저히 믿고 돈을 손잡이에 걸어둔 것이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은 수사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이었던 정 씨를 검거하고 사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렇다면 정 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의 집 앞에 있던 현금을 가져간 행위는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을까요?




�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처분의사’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은 정 씨의 행위를 사기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적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기망(속임수)에 의해 스스로 재산을 처분할 의사를 가져야 합니다. 피해자가 속아 넘어가서 돈을 직접 이체하거나 범인에게 돈을 건네주었다면, 이는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돈을 손잡이에 걸어둔 행위가 처분의사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피해자는 돈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주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단순히 수사기관의 요청을 따르는 것이라고 믿었을 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단순히 경찰의 요청에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손잡이에 걸어둔 것이므로, 이를 처분의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1심과 항소심 –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다


✅ 1심: 사기죄 성립 (징역 10개월 선고)


1심 법원은 정 씨의 행위를 사기죄로 판단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정 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으며, 피해자가 속임수에 의해 돈을 집 앞에 놓았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 항소심: 사기죄 불성립 (무죄 판결, 집행유예 2년)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사기죄의 처분의사를 다시 검토한 결과, 정 씨가 현관문 손잡이에 걸린 현금을 가져간 행위는 사기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사기죄의 처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대법원 판결 – 사기죄 성립 불가, 무죄 확정


대법원은 **"피해자가 돈을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둔 행위는 사기죄의 처분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 대법원의 핵심 판단


✔️ 피해자는 단순히 경찰의 요청에 따른 것뿐이며, 재산을 이전하려는 의사가 없었음.
✔️ 손잡이에 걸어둔 현금은 여전히 피해자의 지배 아래 있었으며,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사실상 넘겨진 것이 아님.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의 행위가 사기죄에서 요구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돈을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둔 것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조작한 ‘경찰 수사 과정’에 협조하기 위해서였을 뿐, 재산을 자발적으로 넘겨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즉, 피해자는 돈을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는 의사가 전혀 없었으며, 단순히 경찰의 지시에 따르고 있다고 믿었을 뿐이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돈을 놓은 장소가 공개된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집 현관문 손잡이였고, 피해자는 언제든지 이를 확인하고 다시 가져갈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돈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피해자의 ‘처분의사’가 없었으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판결은 사기죄와 절도죄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을 다시 한 번 명확히 정리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 신중한 법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으며, 단순한 심부름이나 고액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가담했다가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연루될 경우 사기죄 또는 절도죄로 기소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법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억울하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거나, 법적 조언이 필요하다면 형사 전문 변호사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보이스피싱 관련 법률 상담이 필요하다면, 지금 바로 소원 법률사무소에 문의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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