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 합기도장, 체육관 등에서 아이들이 운동을 하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는 흔히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이때 관장이나 지도자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요?
최근 대법원은 태권도장에서 중심잡기 훈련을 하던 초등학생 원생이 골절상을 입은 사건에서 태권도장 관장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는 체육시설 운영자들에게 중요한 판결로, 법원이 부상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건 개요부터 ‘업무상 과실치상’의 개념, 그리고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결한 이유와 향후 법적 영향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이 사건은 2020년 10월, 한 태권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태권도 관장 A 씨는 초등학생 원생들에게 **‘원탑’(높이 31cm의 훈련 도구)**을 이용한 중심잡기 훈련을 시켰습니다.
원탑 위에 올라가 중심을 잡던 한 원생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왼쪽 팔꿈치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검찰은 **“A 씨가 훈련 방법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시범, 안전조치를 소홀히 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 “태권도장의 훈련 방식이 일반적이며 사고를 예견하기 어려웠다.” → 무죄
항소심: “관장이 훈련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안전 매트를 추가적으로 설치하는 등 조치를 소홀히 했다.” → 벌금 150만 원 선고
대법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 →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은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왜 이렇게 판단했을까요?
� ‘업무상 과실치상’(형법 제268조)이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타인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적용되는 범죄입니다.
즉, 단순 사고가 아니라 예견할 수 있었던 위험을 방지하지 않아 부상을 초래한 경우 법적 책임이 인정됩니다.
� 체육시설 운영자의 주의 의무는?
훈련이 위험할 경우,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할 것
원생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시범을 제공할 것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견하고 예방 조치를 취할 것
항소심 법원은 관장이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을 뒤집으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원탑(31cm 높이) 위에서 균형을 잡는 훈련은 태권도장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훈련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넘어지는 것은 훈련 과정의 일부이며, 불가피한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훈련 도구의 높이가 31cm로, 일반적으로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정도로 높은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태권도장에는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매트가 깔려 있었으며,
이 매트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것은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 원생은 이전에 1년 5개월 동안 같은 태권도장에서 훈련을 받아왔음에도 특별한 부상을 입은 적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관장이 훈련의 위험성을 미리 알거나, 회피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결론: 대법원은 관장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한 태권도장의 문제를 넘어, 모든 체육시설 운영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책임을 지는 경우
훈련 과정에서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경우
안전장비(매트, 보호대 등)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경우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방치한 경우
책임이 면제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훈련이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방식일 경우
적절한 보호장비가 준비되어 있을 경우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일 경우
체육시설에서 발생한 사고가 운영자의 책임으로 인정될 것인지 여부는 사고 발생 경위와 시설 내 안전조치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위험한 훈련을 진행하면서도 지도자가 사전 설명 없이 훈련을 시켰거나, 시설 내 보호 장치(매트, 보호대 등)가 미비했을 경우에는 운영자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사고가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법원은 운영자의 주의 의무 위반을 엄격하게 판단할 것입니다.
반면, 태권도장에서 진행되는 훈련이 일반적인 수준이며,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감수해야 할 운동 과정의 일환이라면 운영자가 사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질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원탑 훈련이 태권도장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며, 높이가 낮아 심각한 부상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즉, 법원은 체육시설 운영자의 법적 책임을 판단할 때, 훈련의 위험성과 사고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체육시설에서 운영자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훈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충분히 고려하고, 적절한 안전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태권도장이나 기타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지도자들은 훈련 전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보호장비를 철저히 구비하며, 사고 발생 시 대처 절차를 명확히 정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학부모들은 아이가 체육시설에서 훈련을 받을 때 시설 측이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사고가 발생했다면, 시설 측이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인지, 지도자의 과실이 있었는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체육시설에서의 사고를 예방하고,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운영자와 학부모 모두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