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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llie Chin Sep 24. 2024

요즘 조직 진단에 대하여

조직 진단 한계

20년 넘게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했지만 제대로 된 조직 진단은 받아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진단이 없어요. 그동안의 조직 진단들은 만족스러운 결과와 시사점을 주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조직 진단을 합니다. 

대부분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설문, 인터뷰, 데이터 조사를 실시합니다.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진단하는 방식입니다. 진단의 주제는 대부분 조직문화, 소통, 리더십입니다. 이 주제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와 의견을 조사하고 분석합니다. 마치 '문화 탐구 생활'과 흡사합니다. "우리 회사 분위기는 어떤 것 같나요?", "상사는 어떤 사람인가요?", "동료들과 소통, 만족하시나요?" 이런 식의 질문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중요한 질문이긴 합니다만,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느낌입니다. 특히 MBTI 'T'인 사람들은 하찮다는 반응까지 보이며 이것만으로는 조직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진단 업체들은 사람들의 관계, 심리, 마인드와 같은 정신과 문화적 요인들에 포커싱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핵심인 '상품과 서비스', 즉 '일'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습니다. 분명 조직에는 일에 대한 구조적 문제, 체계적 문제가 있음에도 이 부분은 건드리지 못합니다. 문화적인 것만 본다는 것은 조직 내에서의 중요한 업무와 조직 구조, 업무 체계에 대한 부분을 체크하지 않는 것입니다. 조직이 아무리 원활한 소통과 긍정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어도, 비효율적인 업무 환경이나 모호한 역할 분담은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칩니다.

  

정신 건강과 기분이 좋다고 해서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즉, 조직 문화가 좋다고 해서 조직 전체가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정신은 맑고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암에 걸리거나 허리디스크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이 건강하면 병에 걸릴 확률이 확실히 줄어들겠지만, 병에 걸릴 가능성은 항상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 검진은 정신적 상태뿐만 아니라 신체 구조와 기관의 상태도 같이 체크하는 것입니다. 조직 진단의 경우도 문화적 측면뿐만 아니라 구조적 측면과 체계적 측면을 같이 봐줘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 조직 진단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이런 한계 때문인지 진단 업체들은 조직 진단에 너무 어려운 용어 쓰고 복잡하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Assumtion에 의한 Leadership의 문제로 진단 Direction을 세웠는데 알고 보니 직무 수행에 대한 Motivation 더 문제였고, 이 것은 OOO Theory에 의해 해석 접근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고 FGI를 통해 진행이 필요합니다.”

이 말은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조직장인 줄 알았는데 직무 보상이 엉망이어서 직원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업에서 일하다 보면 너무나도 다양하고 어려운 일들이 많이 생기는데 이럴 때일수록 이해하기 쉽고 명료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문성이나 신뢰성을 얻기 위해 더 어렵고 난해하게 얘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건 지양해야겠죠.

 

어쨌든 조직 문화와 더불어 조직의 구조와 체계의 진단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건강 진단도 종합 검사를 받는 것처럼 말이죠. 조직도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사람의 관계나 심리에 포커스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그냥 사람이 아닌 ‘일과 사람’ 그리고 ‘일하는 사람’을 조사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일에 조금 더 비중을 둔 조직 진단이 꼭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비전과 핵심가치에 연결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는지, 업무 규정과 제도, 프로세스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 점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리더들이 구성원 한 명 한 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매개체는 ‘사람과 일’입니다. 

조직 내에서 논의되어야 할 가장 잘 어울리고 자연스러운 주제입니다. 사람들의 일은 서로 대화가 잘되고, 잘 도와준다는 것만으로 잘 되지는 않습니다. 명확한 역할 분담과 그것에 맞는 조직 구조를 만들고, 체계화된 업무 프로세스와 규정도 필요합니다. 잘 짜인 조직 구조는 각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따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업무 규정과 프로세스가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으면 업무가 원활하고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합니다. 반대로, 이러한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면 아무리 문화적으로 건강하더라도 결국 조직은 비효율과 혼란을 겪게 되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됩니다.


자 이제 새로운 조직 진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음 글에선 조직의 건강 진단 종합 검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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