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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Feb 04. 2018

낯선 시선, 그리고 시작


 


나는 매우 소극적인 사람이고, 잘생긴 사람도 아니다. 그냥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나라는 존재는 어쩌면 평범한 삶을 추구하면서도 남들과는 다른 삶을 걸으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그런 결혼을 향해 발을 내디뎠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결혼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점, 하기 전에 있었던 일과 감정들, 현재 벌어지는 일 등 여러 가지 시점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국제결혼, 국제 연애를 하려는 사람들이나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것들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 기록을 남긴다. 세상의 모든 존재에게 평범한 삶이란 없다. 그러니까 각자의 삶은 자신 만이 만들어가는 특별한 세상이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때였다. 리서치 회사에서 일한 지 7년쯤 되어가던 때, 리서치 연구원이었던 그 시절은 진행되는 일을 처리하기에도 벅찬 나날이었다. 늘 회사 일에 치였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연애를 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오프라인 소개팅, 소개팅 앱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아마도 매일 새벽 3-4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하루는 일을 해야 했던 것에 대한 위로나 보상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서 찾으려던 것 같다. 사랑을 하면 이 모든 스트레스와 감정이 없어질 것 사랑이라는 감정은 힘든 삶에서 기댈 수 있는 일종의 피난처였다.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았고 나에 대한 자존감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나에게 나를 사랑해주고 좋아해 주는 존재는 어쩌면 꼭 필요한 공기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나와 맞는 공기를 찾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던 그때에 일부러 찾아가던 자리보다는 의외의 곳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세상의 존재를 만났다. 



2012년 무렵이었다. 외국계 회사였기 때문에 신입사원 중에 외국인이 있었다. 중국 사람이었던 그 직원에 대해 처음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 또 다른 외국 사람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일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큰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본부 팀장님의 도움을 받을 일이 생겼다.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야 했기에 꽤 빈번하게 그쪽 자리로 넘어갔다. 갈 때마다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고 늘 인사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전혀 신경 쓰지 않던 그 외국인이었다. 이야기 한 번 해 본 적 없고, 한국말이 서툴렀던 그 사람의 시선엔 무언가가 담겨있었다. 처음엔 그냥 예의 상하는 인사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시선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궁금해졌다. ‘왜 내 눈을 저렇게 쳐다보며 인사할까?’ 직접 만나서 물어볼 용기가 없던 나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회사에 공유된 전화번호를 내 연락처 목록에 저장하여 카톡 친구에 추가했다. 그렇게 뜬 카톡으로 말을 걸어 보았다. 상대방에 대해 전혀 모를 때, 특히 그 사람의 생각을 모를 때 먼저 말을 거는 것이 얼마나 어렵던가. 그때는 그런 무모함이 있던 시간이었다. 누군지 모르는 척 묻는 말로 시작한 그날의 대화는 지금 보면 민망할 정도로 매우 직선적이었다. 상대방의 한국어 실력이 대화를 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번 되묻거나,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고 직접적으로 바로바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나를 아는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남녀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 짧은 1-2시간의 대화동안 모두 물었고, 알 수



안녕하세요. 저는 ooo라고 해요. 혹시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아내:안녕하세요. 저는 ooo라고 합니다. 카카오톡에 친구로 등록해서 죄송합니다. ooo과장님이 실수로 등록된 거 같습니다.
나:아, 1 본부 그 이쁘신 분이요? 저를 기억하시네요!!
아내:과장님 말씀을 너무 잘하십니다. 과장님 잘생겨서 그래서 기억합니다. 
나:앗.. 아니에요.. ooo씨도 너무 이뻐요.



지금 보면 이불 킥을 할 만큼 민망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건, 상대방이 외국인이었고, 그리고 서로에게 아마도 호감이 확실하게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렇게 어색하지만 기쁜 대화의 끝에 바로 그 주말에 점심식사를 덜컥 잡아버렸다. 아마 서로 호감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너무나 민망한 상황이었을 거다. 같은 회사 직원이었고, 나는 7년 차 회사원, 그녀는 신입사원이었기 때문에 호감 없는 관계였다면 바로 어색한 상황이 이어졌을 것이다. 상대방의 낯선 시선을 느끼고, 그 시선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모험을 택한 나는 그렇게 내가 전혀 해보지 못할 것만 같은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다.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던 그 사람과 이전과는 완전 다른 인연을 시작했다. 사내연애에서 결혼으로 이어진 이 인연은 내 마음 어디엔가 존재하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두 세계가 만나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간다. 어쩌면 두 사람이 만난다는 건 서로 알지 못했던 세계를 배우며 다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아내와의 첫 데이트에서 이야기한다. 


“제가 남자 친구 해도 될까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던 아내는 배시시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 다른 세계 속의 아내는 그렇게 나의 세계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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