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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선물하는 일

by 레빗구미




가을은 기다림의 계절이다.


빛은 조금씩 늦게 뜨고, 공기는 말없이 식어간다.

나는 이 계절이 되면 문득 생각한다.

어떤 관계들은 끝나지 않고, 단지 느려지는 것이라고.

그래서 아직 다 흘러가지 않은 감정들을,

나는 조심스럽게 꺼내본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을 더 이상 줄 수 없다”고 나에게 말했을 때,

나는 그 문장이 의미하는 걸 너무도 잘 알았다.

더 이상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더 이상 나의 이름으로 당신의 하루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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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그 순간조차도 놓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라도 당신이 내 곁에 머물러주길 바랐다.


당신에겐 어떤 선물도 필요하지 않았다.

아니, 내가 건네던 선물들은 이미 당신에게서 빛을 잃었다.

가치가 없는 것이 되어 갔다.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무엇이든 당신 곁에 남아있을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선물하기로 했다.


사랑은 종종 ‘시간의 분배’로 드러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 우리의 시간을 조금씩 떼어준다.
그렇게 나는, 당신에게 보이지 않게 시간을 내어주었다.
당신이 더 자유로워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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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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