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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아름다운 이름, 캔디

by 레빗구미




늦은 밤이었다.
업무에서 받은 피로가 천천히 몸을 잠식하던 시간.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문득 모든 게 버거워졌다.
일이 힘들고, 관계가 어렵고, 세상이 너무 빠르게 나를 밀어내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눈물이 흘렀다.


무릎 위에 앉아있던 강아지 캔디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무 망설임도 없이 내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처음엔 놀랐지만, 곧 그 행동이 어떤 위로처럼 느껴졌다.
작은 혀가 내 볼을, 눈가를, 턱 끝을 천천히 훑었다.
캔디는 강아지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내 슬픔을 닦아내고 있었다.
짠 눈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체온 같은 온기가 남았다.
얼굴은 꼬릿한 냄새로 가득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따뜻해졌다.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로였다.
사람의 말보다, 포옹보다, 더 깊은 위로.
마치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그 눈빛 하나로 나는 다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열면, 캔디는 늘 먼저 달려온다.
꼬리를 흔들며, 앞발로 바닥을 콩콩 찍으며, 온 힘을 다해 달려온다.
그 짧은 다리로 뛰어오는 모습은 하루의 피로를 단숨에 무너뜨린다.
“왔어요! 드디어 아빠가 왔어요!”
그 표정 하나면, 세상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캔디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나를 반긴다.
몇 시간 동안 혼자 있었을 텐데도, 마치 몇 년 만에 보는 사람처럼 반긴다.
다른 가족도 있지만, 캔디의 시선은 늘 나를 향해 있다.
유난히 나를 따라다니고,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내 손끝의 온도를 기억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혼자 있는 동안, 캔디는 얼마나 나를 그리워할까.
아무 말도 없이, 그저 현관문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까.
내 발자국 소리를 먼저 알아채고 귀를 세우는 그 순간까지,
그 기다림은 얼마나 길고 조용했을까.


캔디는 집 안에서 나만 유일하게 받아들인다.
밥을 줄 때도, 샤워를 시킬 때도, 약을 먹일 때도.
다른 사람이 손을 대면 으르렁거리고, 꼬리를 내리지만
내가 부르면 순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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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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