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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reici Jan 19. 2022

[Histoire 4] 살고 싶은 세상

써야하는 글 쓰려고 앉아서 끄적거리다 보면 다른 글들이 왜이렇게 많이 적고 싶어지는지


- 5월에 가장 많이 했던 생각. 어떻게 살아야할까, 사는 방법과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생각. 누군가는 돈 버는 방법을 사는 방법이라 얘기하고 난 그건 사는 방법이 아니라 돈 버는 방법이라고 얘기했다. 결국 돈을 벌어야 사는거 아니냐는 논리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말을 말았고, 대신 그런 말을 너무 당연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생각해보니까 5월에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과 얘기하다가 갑자기 진짜 분노도 이해안되서 답답하던 것도 싹 식으면서 정신이 번쩍드는 순간이 많았는데, 덕분에 혼자 생각만 하던 말들을 조금은 단호하고 객관적으로 건넬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렇게 말을 건넨 뒤에 더 이상의 언쟁은 없었다. 아마 본인도 객관적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 정답은 아니었다는 걸 느껴서였겠지? 상대방이 습관적으로 '몰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라고 내뱉는 말의 무책임함에 대해 가장 단호하게 얘기했다. 결국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의미의 '몰라 나는'이 어느 순간부터 정말 듣기 싫었기 때문. 본인 생각을 얘기하는데 '몰라 나는'을 앞에 붙이는 건 너무 비겁하잖아.


- 문득 어떤 날 아침에 일어나서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문을 열고 간만에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소파에 앉아서 읽던 책을 읽었다. 파리에 관한 책이었고, 간간히 나오는 아는 장소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하고 싶은 것들이 마구 생각났다. 그렇게  떠올려 본 하고싶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살고 싶어졌고 울고 싶어졌다. 살고 싶어진 건 죽고 싶다가 살고 싶어졌다기 보다는 더 '잘' 살고 싶어진 편에 가깝고, 울고 싶어진건 그냥 그래도 이렇게 아직 하고싶은게 많구나 하는 데서 온 슬픔?


- 이렇게 살고 싶다 하는 것들에 대해서 기록하고 싶어졌다. 아마 위에 얘기랑 같은 날 인 것 같은데, 낮에 어떤 곳에 문의 메일을 남겼었다. 어떤 것을 다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의였고 간단히 보낸 문의에 바로 해결책이 담긴 답 메일이 왔다. 마지막으로 감사하다는 메일을 보내면서 덧붙여서 왜 되돌리고 싶은지, 어떤 부분에서 조금 불편했는지에 대해 적었다. 평소에 자주 그러지는 않는데 그냥 그렇게 적고싶어졌던 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받은 메일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그런 상황에 대해 시간 내어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내용을 참고하여, 더욱 명확히 고객 분들에게 안내드릴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하고,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의견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보내주시는 피드백은 저희가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언제나 환영입니다!] 라는 답변을 읽는데, 정말 오랜만에 사람과 메일을 주고 받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들을 만날 때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이렇게 살고 싶은데, 이렇게 사는게 왜이렇게 힘들까 싶으면서도 이렇게 살아가도 되겠구나 싶은 안도감도 드는 그런 생각.


- 그냥 어떤 것을 목숨바쳐 이루고자 하는 기질이 선천적으로 없는 사람으로서 강제로, 일부러, 일시적으로 어떤 효과가 나타나게 하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이건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오래가지 못할, 어떤 것을 왜 해야하는지 이해도 되지 않을 뿐더러 그런 일에 에너지를 쏟는게 무의미 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필요한 건 이해한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멋있다. 단지 내가 잘 못할 것 같고, 하고 싶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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