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을 형성하는 즐거움의 과정
문화예술 중 어느 한 분야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하나의 작품이 또 다른 작품을 불러오는 현상을 말이다.
책을 읽는다면, 책에서 언급한 제3의 책에 흥미를 느껴 찾아 읽게 되는 경우이다.
더 나아가, 장석주 작가는 "이 책과 저 책의 연관성 아래 책을 읽는 것"을 "맥락의 독서"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하나의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음악, 영화, 미술 작품 등으로도 확장된다.
예를 들면, 음악(특히, 재즈)을 즐기기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서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 외에 수많은 명곡들이 등장하는데, 찾아 듣다 보면, 자연스레 재즈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또 다른 예로,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에 등장하는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를 마주하면 이 둘의 작품을 다시 찾아보고 싶게 만든다. 이 과정을 거친 후,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더욱 인상 깊은 독서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나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보여주는 삶에 대한 태도를 접하고 나서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양귀자의 『모순』으로, 최근에는 장 그르니에 『섬』과 『일상적인 삶』까지 이어졌다. 모두 삶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이전에 읽은 책들의 내용이 복합적으로 결합되면서 작가들의 생각들을 비교 및 종합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나의 생각도 정립할 수 있었다.
소개되는 작품들을 알아가다 보면 처음 봤던 작품을 다시 봤을 때, 변화된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나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작품, 작가를 알아가는 재미는 경험하지 않고는 공감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은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고, 취향이 모여 나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
가치관은 나의 인생에서 선택의 기준이 되고,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저 즐거움을 좇는 행위가 나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의미 있는 행위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책장이 나의 가치관을, 플레이리스트가 나의 취향을 드러낼 것이다.
*장석주,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중앙북스(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