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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Aug 31. 2021

숙소창업 일기

#컨셉을 잡자

추진력이 제법 좋은 부부.  결심하면 거의 대부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제주 내려오기 전 꾸준한 N잡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사교육 시장에서 발맞춰 걷고 있었지만 늘 불안했다.  매년 수능쯤 해 고3들이 빠지고 나면

빠진 학생들을 채우는 시간이 늘 불안했다.  



원래는 살려고 계약한 집이 생각보다 화려했고 우린 그걸 파티룸으로 운영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SNS가 활발하던 시절도 아니었지만 입소문과 온라인 홍보활동, 오프라인에서 전단지 까지..   

당시엔 그런 아이템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기에 지역방송이지만 TV 출연까지 할 수 있었다.  



비슷한 유경험과 제법 성공가도에 올려둔 파티룸.

제주에서 숙소 창업은 사실 자본이 없어 시작을 못했을 뿐이지 도전 자체에 주저함은 없었다.



코로나로 해외 가는 게 어려워졌고 생계는 점점 막막해져 갔다.  

그리고 이 시국. 이 상황에 우린 제주에서 펜션을 오픈했다.  



최대한 절약하는 방향으로

초기 자본은 0 아니 마이너스에서 시작했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차라리 수백 년 된 돌집이었으면 좋았을걸.

어정쩡하게 약 20년쯤 된 집이라 이도저도 콘셉트도 없었다.

전 세입자는 촌스러운 상태로 숙소로 돌렸는데 바다 앞이라 그래도 장사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했다.

뻥치시네..  아무리 봐도 손님이 올 것 같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계약서에 싸인을 한 이후부터

이 촌스러운 집을 어찌해야 할지 매일 밤 고민이 많았다.  

자금적으로 여유가 많았다면 꾸미고 싶은 만큼 꾸밀 수 있고 신축처럼 싹 다 뜯어고쳐버리겠지만

우리에겐 그럴만한 여유돈이 없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 싶었다.  



#컨셉을 정하자.


처음 컨셉을 잡는데 한참이 걸렸다. 전국 팔도 예쁘다는 집은 다 구경했지만

화려하고 멋짐에 따라갈 재간이 없더라.   여유도 없이 펜션 오픈을 하겠다고 생각한 그때부터 잘못인가.

매일 후회와 우울함의 연속이었다.  다시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에 열심히 자료조사를 하고  

자료조사를 하다 보면 나의 잔고에 다시 우울함이 오고 그러다 다시 또 열정에 불타 오르는 날의 반복.



이미 연식은 제법 된 구옥이고

그렇다고 제주스러움을 듬뿍 가진 제주 전통주택도 아니다.

돈이 많아 멋진 풀에 으리으리한 모습을 갖추기도 어렵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간.  적당한 레트로 컨셉을 살려 예스러움과 현대적 감성을 섞어

뉴트로 콘셉트로 가자.  



하지만 결정한다고 모든 것이 일사천리는 아니었다.

콘셉트를 잡고 또 그와 비슷한 주제의 인테리어 정보들을 수집했다.

우리 숙소에 가장 잘 맞는 가구와 분위기, 조명들을 찾아야 했다.  

하나부터 열 가지 손이 안 가는 건 없다.   



처음 생각보다 돈 들어갈 곳이 많았다.  신혼살림을 채워 넣듯 그냥 빈집에 모든 것을 다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욕심을 부리면 한도 끝도 없다.

숙소 오픈 역시나 그렇다.  여유자금이 많아 내가 세상에 하나뿐인 숙소를 만들겠다 결심하면 먼들 못할까.

제한된 시간 그보다 제한된 돈 앞에 매번 우울함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직접 조명을 보러 다니고 싸고 예쁜 것을 찾아야 했고

제주엔 육지처럼 다양하지 않으니 매일 컴퓨터로 손품을 팔아야 했다.

같은 가구라도 비슷한 듯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 심지어 제주라 배달비는 따따따블인경우도 있다.

숙소 오픈을 앞두고 가장 아까웠던 돈이 육지에서 제주로 오는 배송비가 아니었나 싶다.




콘셉트를 정하고 조명, 가구와 가전을 적당한 선에서 선택하고 나니 일은 일사천리였다.

하지만 오래된 옛집은 곳곳에 아픔을 호소했고...

곳곳이 하자 덩어리였다.   



액땜하듯 하수구도 막히고...

비가 오니 전기 누전은 물론이고..  청소할 땐 멀쩡하던 게 우리가 돌아서면 말썽이었다.



아직도 손을 봐야 하는 곳은 계속 나온다. 처음에 비하면 지금은 머 거의 호텔급으로 바뀌긴 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신축이었으면 이런 고생 안 했을 텐데 라는 생각 참 많이 했다.



이런 오래된 집을 관리하기엔 주인이 맥가이버가 될 수밖에 없다.

어디 맥가이버 전문양성 학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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