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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Aug 30. 2021

액땜 2

이번엔 하수구다

그때 알아봤어야 한다.  그 뒤 일어난 무시무시한 통장 출혈을

첫 손님이 오기로 했다.  가오픈 기간이라 백 프로 준비는 덜된 상황이지만 아는 분이었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첫 손님을 받는 디데이.  

전날 마지막으로 화장실 청소를 끝냈다.   

새로 만들어진 화장실이지만 아직까지 공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기에

깔끔하게 화장실 청소를 했고 이곳저곳 물기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물이 안 내려간다.

하수구에 머리카락 한올 없는데 물이 안 내려간다.

당장 내일 낮이면 손님이 오는데 화장실 바닥은 한강이 되어간다.  



손가락 화상 입은 걸로 액땜이 부족했던 것일까.

당장 손님이 오셔야 하는데 물이 안 내려가다니.  

청소로 남아있는 비눗물.. 조금씩 빠지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그대로 멈췄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온갖 신출귀몰한 꿀팁들이 넘쳐흘렀다.

누구 말이 맞고 틀렸다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우선 우리의 처방은 뚫어뻥으로 하수구를 밀어보자였다.

그리고 변기 뚫어뻥으로 뻥뻥 쉼 없었지만 역시다.  

한강은 그대로 침수위기에 처했다.




이미 시간은 늦었다.

다음날 일찍 자재백화점에서 압축 뚫어뻥을 구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나 그것 조차 안된다면

아.. 상상하기 싫은 그다음 일이다.



밤새 답답한 가슴 두드리며 시간을 보냈다.  

아직도 오픈전 액땜이 부족하단 말인가. 어디까지 문제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오전 서둘러 자재상에서 압축 뚫어뻥을 구입했다.

제주에는 쉽게 물건 유통이 안되기에 혹시나 없으면 어쩌지에 또 골백번 걱정을 했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딱 하나 남은 압축 뚫어뻥을 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기대를 걸고 펜션으로 향했다.

간절함이란 이런 것일까. 하수구 막힘 그게 머라고 이리도 간절하단 말인가.



손님이 체크인하기로 한 객실.

화장실이 하나뿐이라 무조건 뚫어야만 한다.

샤워하면서 한강 되는 경험이 있다면 그 불편함 아마 다들 알터.

제발 오늘 손님의 샤워가 한강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빌며

뚫어뻥에 압축을 넣어본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듯

기계에 압력을 높인다.  누가 만들었는지 또 한 번 경이롭다.

그리고 가득 압력을 높인 뚫어뻥은 믿음직스럽게 하수구로 향했다.



샤워기 아래 하수구에 그 녀석을 넣고

그대로 "뻥"  



까스활명수 먹고 속이 펑 터지듯

콸콸 흘러가는 고인물들.

아.. 감사합니다.  하나님, 부처님, 공자님, 맹자님.. 그 외 등등

그리고 한 명 더.. 압축 뚫어뻥을 개발하신 분께도 이 감사함을 전합니다.



다시 싹 청소를 했고

첫 손님을 맞았다.  



하지만 그건 그저 다음 막힘의 인트로였을 뿐.

두 달 후 반대쪽 숙소에 변기가 막혔고  집 전체 하수구를 뚫어야만 했다.


하루 종일 비 오는 날 내 통장도 함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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