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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Nov 07. 2023

붕어빵

일 년에 딱 한번 손꼽아 기다리던 날.  아들이 본인의 생일을 기다리며 엄마 내 생일 일주일 남았다~  엄마 내 생일일 삼 일 남았다 하는 아들의 모습에 내가 보였다.  겨울이 생일인 나는 그 생일만 364일 기다렸다.  엄마아빠가 대단한 생일 선물을 주지는 않아도 그저 내 생일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쁘던 시절.  찬바람이 불고 발이 시려지는 요즘이 되니 또 내 생일이 가까워 지구나 싶다. 외동딸로 자라던 나는 부유하지는 않아도 생일파티를 포기할 수 없었다.    매년 경기도에 계시는 할머니가 내려오셔서 아빠 생일상을 거하게 차려주는 그날을 보고 자란 나로서는 내 생일 파티도 아빠 생일상만큼 성대했으면 했다.   비록 좁아터진 방구석에 상 하나 놓으면 좁은 그 안방에서 하는 생일파티가 뭐 그리 대수냐 싶지만 옛날에는 그저 부끄러운 줄 몰랐다.   



11월부터 나와 친한 친구들 우리 집에 초대할 친구들을 고민했다.   어떤 친구가 어떤 선물을 사 올지가 사실 더 관건이었다.   4학년 11살이던 그해 생일은 더욱 또렷하게 하다.   지금 내 아들과 같은 나이였던 그해 역시 내 생일은 소중함 그 자체였다.   동네에 친한 친구들을 여럿 불렀다.   부르는 친구들 숫자에 선물이 비례했기에 마음은 우리 반 친구들을 다 부르고 싶었지만 우리 집은 그 많은 친구들을 수용하기에 너무 작았다.  

뭣이 중하리 좁아터진 우리 집 안방보다 내 생일이 더 중했다.  그저 생일파티보다는 그 이후에 포장을 뜯고 선물 받을 생각에 그저 행복했다.   우리 엄마는 요리를 못한다.   할머니처럼 요리솜씨를 뽐내는 생일상과는 다소 다르지만 동네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 왔고 겨울이니까 빠질 수 없는 과일 귤을 환갑상처럼 쌓아주셨다.   그리고 동네 김밥집에서 아이들이 먹을 김밥과 과자들로 생일상은 차려졌다. 생각해 보면 그 생일상 위에 음식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오직 선물. 선물뿐이었으니까.  



생일축하합니다~ 노래가 울려 퍼지고 케이크에 초를 부는 짧은 순간이 지났다. 그저 우리 집에 들어오는 친구들 손에 들고 있던 그 반짝거리던 포장지들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생일 축하해하며 건네는 선물들.   촌스럽지만 정성 가득했던 선물의 포장지를 뜯는 순간은 364일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싶다.   크리스마스라고 해봐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아빠와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게 어딨니~라고 짜증 내는 엄마만 있었던 나로서는 유일하게 갑이었던 하루.   엄마의 고생 따위는 관심 없고 좁아터진 방구석도 나에게는 다 필요 없던 순간.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순간이다.  



선물을 하나하나 뜯을때마다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기대했던 선물은 하나도 없고 아무짝에 쓸모없는 선물이 전부였다.   어린 시절의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1년 364일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는데 막상 친구들이 돌아가고 나면 허무함과 실망감만이 가득했다.  



아들의 생일 아들은 결국 밤에 울었다. 대성통곡하며 운다.   내가 생일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오늘하루는 너무 실망이야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들을 보는데 그 안에 내가 보였다.   364일을 기다렸던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막상 생일 당일이 되었는데 나머지 364일과 별반 차이 없고 여행을 왔지만 그냥 이게 전부인가 싶은 그런 날 말이다.  20년 전 어느 날 나도 그랬다.  친구들의 선물에 실망했지만 아이들 앞에서 울 수는 없었던 11살이던 그날. 생일파티가 한참 진행되고 아이들이 먹으며 깔깔거릴 때 웃지 못하며 생일을 즐기던 그날 누가 밖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동네에 살던 같은 반 남학생이었다.    사실 나보다 그 친구 엄마랑 우리 엄마가 친했기에 초청장 리스트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가 찾아왔다. 지금은 초대장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는 순간이다.  예스!  선물이 하나 더 남았다.

그래 네가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가지고 왔다면 나는 오늘 너무 행복할 것이야.  마지막 선물이니 감동적이겠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어서 와 들어와 엄마 뒤로 그 친구의 선물만 보였다.  흰색봉투.  저게 뭐지?



생일축하해~ 하며 그 친구가 건넨 흰 봉투는 맙소사.  붕어빵 봉투였다.  

차갑게 식어가는 붕어빵 5마리가 나를 보며 빙긋이 웃고 있었다.  나 기다렸니? 하듯 내 마음처럼 식어가는 그 붕어빵들이 나를 보며 웃고 있다.  내 마지막 선물이 364일을 기다리고 받은 선물이 붕어빵이라니.

난 그날부터 붕어빵이 싫다.  364일을 기다린 보람의 결과가 붕어빵이랑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그날밤 나는 받은 선물들을 하나하나 보며 눈물을 가득 흘렸다.  내가 기다린 내 생일은 이게 아니었다며.




아들이 본인 생일에 눈물을 흘린 이유를 나는 안다.  그 길고 긴 기다림의 끝은 평일과 다름없는 일상이었으니까.   생일파티해도 결국은 다른 날과 똑같은 하루라는 걸 늙으니 더 잘 알겠다.  잊히지 않는 붕어빵 선물. 붕어빵을 볼 때마다 그날이 생각난다.   그날 이후로 나는 붕어빵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겨울만되면 생각난다는 붕어빵.  붕세권이라며 우스갯소리가 귓구녕에 꽂히지도 않는다.   붕어빵 트럭은 멀리 있어야 한다.  하나도 반갑지 않다 붕어빵.   붕어빵집 아들이 이 글을 싫어한다 할지라도 생일날 붕어빵은 좀 심했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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