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책을 출간하기 전과 후 남들이 느끼는 대단한 변화는 없었다. 대단하게 책이 많이 팔려 살림이 나아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여행서는 출판사에서 지원이 없다면 내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적자인 책이라는 추가 지식만 하나 적립되었다. 책을 출간해 강의 같은 걸 한 것도 아니며 책을 출간하고 그 이후에 달라진 점은 단 하나도 없다. 그저 내 이름이 찍힌 책이 세상에 하나 있다는 것 외에는.
외적으로는 전혀 달라진 것도 나아진 것도 없지만 처음으로 책이라는 것을 만들고 나니 더 욕심이 나기 시작했고 또 다른 변태적(?) 취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예전에만 해도 책을 읽으면 수첩에 그저 좋았던 책 제목과 문장 정도만 기록했던 게 전부였다. 하지만 책 출간을 준비하며 부족한 필력을 위해서 수많은 글쓰기 책들과 글 잘 쓰는 법, 편집자들의 출간 도서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수많은 편집자들을 책 속에서 만났으며 그들에게 반해갔다. 나에게는 왜 이런 편집자가 나타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물론이고 나는 왜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자책들이 오가던 어느 날부터 기록을 넘어서 그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출판사 이름을 적고 나만의 수첩에 기록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직접 찾아가냐고? 그건 아니고
내가 가장 잘하는 것. 사이버세계에서 그들을 쫓아가는 것이다.
주로 내가 뒤를 쫓은 건 편집자님들의 책을 읽고 나서다. 몇몇 편집자님이 너무 좋은 거다. 이 출판사의 대표님이 너무 좋은 거다. 그래서 혼자 뒤를 캐기 시작했다. 좋게 말해 덕질. 나쁘게 말하자면 뒤 캐기?
그들의 출판사들을 찾아보고 그들이 출간한 도서를 찾아보며 그들의 인스타그램, 블로그까지 다 쫓아간다. 가장 뚜렷하게 티를 낸 건 인스타그램이다. 책을 읽고 예전에는 그저 좋구나 했던 소극적 자세였다면 그 사람들에게 한 반 짝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그들의 스토리를 보며 피드를 보고 아주 가끔씩 좋아요를 누르며 내 존재 보이기.
저 작가님한테 관심 있어요. 저도 좀 봐주실래요?
저도 편집자님 같은 사람이 제 글을 봐주면 좋겠어요 하는 그런 마음이 저기 발끝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그저 내가 마음에 드는 편집자님들에게 픽 당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어디에 브런치 링크 하나 남겨놓지 않았지만 그들이 내 존재를 알고 내 브런치까지 와서 글도 읽어주고 한번 피식 웃어주고 갔으면 하는 마음. 피식 웃다 못해 나에게 제안하기 메일을 보내줬으면 하는 마음.
부족하지만 책을 한 권 내고 나니 더 잘 쓰고 싶어졌다. 더 잘 쓰고 싶고 더 잘 쓴 글로 또 다른 책도 내고 싶어 졌다. 욕심인 거 안다.
그래서 그런 편집자님. 내가 막 던져놓은 글들을 골라 그냥 뚝딱 스토리텔링해줄 그런 편집자님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도대체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모르는 글들을 하나하나 모아줄 수 있는 그런 사람말이다. 그래서 그냥 오늘도 쫓아가 그들의 안부를 묻는다.
그럼 아마 누군가는 말하겠지. 그럴 거면 그 시간에 글을 써서 출판사에 투고를 하라고.
아니! 나는 이 사이버세계에서도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를 원한다. 쫓아가서 좋아요 누르는데 이것이 어찌 자만추냐 할 수 있지만, 내 마음은 그것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 곁에서 자꾸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 날 상대의 눈에도 내가 보이는 날이 있을 것이라는 그런 마음. 짝사랑 순애보 같은 마음이 바로 나의 뒤 캐기 취미의 이유란 말이다.
예전 수업을 듣던 학생이 말했다.
"쌤, 저는 의사랑 결혼할 거예요"
"네가 이렇게 공부를 안 하는데 어찌 의사를 만나?"
"쌤. 의대 앞에 가서 맨날 앉아있을 거예요. 분명 그중 한 명쯤은 맨날 제가 앉아있다 어느 날 앉아있지 않으면 제 안부가 궁금해질 거거든요"
어이가 없어서 웃었던 그 학생은 과연 의사와 결혼에 성공했을지도 의문이지만 내가 그때 그 고딩과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게 그저 우습다. 나는 의사 남편을 꼬시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편집자님. 운명의 편집자님을 만나고 싶다는 것뿐. 내가 막 뿌려둔 브런치의 글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어머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이것들 모아서 기똥차게 묶어드릴게요 저자님. 해주는 편집자님을 그저 찾을 뿐이라는 것.
기똥찬 글빨이 없는 부족한 나는 새롭게 생긴 취미를 오늘도 즐겨본다. 글쓰기 연습이 필요한 시간이지만 운명적 편집자님을 만나는 건 어쩜 노력이 조금 필요할지도 모르잖아?
수많은 편집자님과 수많은 출판사에 좋아요를 누르며 고민한다 브런치 링크라도 걸어봐? 말아? 그때 그 학생처럼 나도 늘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보련다. 나의 운명의 편집자님을.
제가 덕질 중인 그 편집자님들 눈에 띌 때까지 하트 누르겠습니다. 오늘도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