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74.6도를 찍어버리다
"당근!"
언제부턴가 중고장터하면 가장먼저 생각나는 플랫폼이 되어버린 당근마켓.
거주지 인근 동네사람들과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다른 중고플랫폼에 비하여 신뢰도가 상승했다.
특히, 자취하는 학생들이나 자가가 없는 직장인들은 멀리까지 갈 수 없기 때문에 가볍게 산책도 할 겸 동네에서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당근마켓은 중고플랫폼의 신스틸러가 아닐 수 없었다.
처음 당근마켓에 발을 딛기 시작한 것은 자취때문이었다.
본격적으로 자취를 시작하면서 필요한 물건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책상, 스툴, 건조대 등등
당시 돈이 없던 학생인 나는 당근마켓에서 싸게 올라오는 (주로 5천원, 만원대 위주로) 물건들을 구입하기시작했고 이사를 가야할쯔음, 짐을 줄여야 했기에 당근마켓이 또 요긴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상경을 하서부터는 더욱 더 활발한 당근거래가 시작되었다.
집이 넓어지면서 필요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속속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나 나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지만, 변덕이 심한 탓에 가구 취향이 조금씩 바뀌었다는 이유로, 질리는 가구나 소품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당근마켓!
최대한 저렴하게 올리자는 주의로 원가가 비싼 물건이 아닌 이상 오천원에서 이만원대 위주로 저렴하게 물건을 올리기 시작했고 수많은 거래가 오고가면서 지금의 온도, 74.6도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총 100건이 넘는 거래를 하면서, 수많은 우여곡절도 참 많았다.
약속당일, 고작 몇 분전에 거래를 파기하는가하면(이정도는 약과에 불과) 나이많으신 분들을 배려해서 구매자가 원하는 장소로 협의하여 나갔으나, 사이즈가 맞지않는다는 핑계로 거래가 파기되었고. (이 부분에 대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보통 의류를 판매하게되면 정확한 사이즈를 기재해야한다. 허벅지 너비, 허리길이 등, 모든 정보를 기입해놨다) 오며가며 교통비와 시간을 써버린 나는 당근거래에 대한 회의감도 느낄 때가 많았다.
하지만, 개중에 참 좋으신 분들도 많이 만났다. 당근은 '나눔'거래가 존재하는데, 자기에게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만 팔만한 물건이 아닌 경우, 0원에 주시는 경우가 있다.
나눔도 참 많이 받는 등, 이웃간의 따스한 거래를 경험한 적도 많다. 고양이 집사인 나는, 같은 집사인 사람에게 고양이 간식을 추가로 더 나눔받는다던가, 간식 등을 공짜로 받기도 했다. 나 또한 그러한 따스함에 보답하고자, 여러사람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나눔하기도 했다.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무개념 거래자가 존재하는 반면에 개념있는 거래자 또한 존재한다. 그렇기에, 당근이라는 중고거래플랫폼이 활성화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당근거래를 하면서, 나같이 무모한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필자는 20대 여성으로서, 인바디를 측정하면 모든게 비정상이 나올만큼 비실비실한 체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악과 깡은 그 누구보다도 충만한 나는 당근거래라하면 그 악과 깡으로 무거운 물건도 번쩍번쩍 들어올린다. 기억에 남는 세가지 거래가 있다.
첫번째 거래. 고양이 사료+모래
집에서 약 1km가 안되는 거리지만, 고양이 사료랑 모래를 합하면 대략 10kg이 된다. 교통비를 아끼겠자는 주의인 나는 악과 깡으로 약 10kg이 되는 고양이 사료와 모래를 이고지고 온 경험이 있다. 당시, 일교차가 심한 야밤에 거래를 해서 망정이지, 더운 한 낮 오후에 했다면 아마 나는 털썩 쓰러지고 말 것이다.
두번째 거래. 고양이 캣타워
집에서 약 2-3km되는 거리다. 이것도 이고지고 오겠다고 생각한 내가 너무 바보같고 무모했다. 고양이 캣타워를 나눔해준다는 고마운 이웃이 있어 걸어서 거래장소로 갔다. 비대면 거래였기때문에 거래자를 볼 수는 없었고, 분해되어있지 않는 캣타워를 하나씩 분해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백을 들고 가면 그 안에 다 넣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 병신 머저리같았다. 낑낑대며 들고오는데, 무게도 무게지만 분해된 캣타워 구성품이 인도로 우두두 굴러떨어져버렸다. 나의 한계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암만 생각해봐도 이건 절대 가져가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자, 그 자리에서 카카오 콜택시를 바로 불러버렸다. (필자는, 일평생 택시를 이용해본게 손에 꼽을 정도다)
세번째 거래. 이케아 라크 선반
가장 무모한 당근거래 탑1에 들 정도로 어이가 없었던 이케아 라크 선반..
선반이라고 하기에, 화분을 올려둘정도의 작은 선반이라고 생각했던 건 큰 오산이었다. 이케아 라크 선반은 알고보니 티비장으로 쓰일만큼 커다랐었고 무게도 엄청났었다. (거래 전에 미리 크기를 알아두는게 좋았을 걸..) 거래를 무를 순 없었기때문에, 일단 판매자에게 감사인사를 드리고 선반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1km정도 되는 거리를 끌고 가져오는데 정말 쪽팔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쪼만한 여자애가 커다란 선반을 끌고 거리를 쏘다니는데 짠해보였는지,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집이 어디냐고 이 무거운 걸 어떻게 혼자 끌고 갈 수 있냐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다가오셨다.
도움을 바라고 끌고 온 건 아니었으나, 어쩌다 도움이 필요하게 된 사람의 처지에 놓였달까......... 정말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는 순간이었다. 감사하게도 아주머니께서 집근처 횡단보도까지 들어주셨고 나는 감사인사를 전하며 아주머니를 보내드렸다.
마지막 난관, 우리집은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꼭대기층에 위치한다.
'아, 이걸 들고 올라가야만 한다'
악과 깡정신이 충만한 나는 선반을 들고 무작정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음날, 근육통 몸살 확정인 순간이었다. 집안으로 겨우겨우 들여놨지만, 이게 웬 걸? 라크선반을 두기에 내 집은 너무나도 작았던 것이다. 이건 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 필자가 이렇게나 무모하고 무식하고 바보같다. 결국 어떻게 했겠는가. 당일 바로, 라크 선반을 되팔 수밖에 없었다. 나눔으로...
물욕이라고 해야할까 아님 그냥 무모하다고 해야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필요했던 물건일 수도 있겠다. 단지 내가 사이즈를 오해했을 뿐.... 가끔 나의 능력치(?)를 과대평가해서 이것만큼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당근거래가 그 중 하나이지 않을까...
뭐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나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요! 외치는 건 어딘가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당근 온도가 알뜰살뜰하게 살려고 하는 나의 의지와 열정을 보여주는 대명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