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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곡동이박사 Apr 25. 2020

우한폐렴 COVID-19 이후의 세상, 그리고 투자시장

폭락장 이후 주식시장의  V자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난 수주 간은 악몽이었다. 사상 초유의 우한 폐렴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대유행으로 개인의 이동의 자유에 커다란 제약이 생겼으며 그로 인해 전 세계가 마비되었다. 세계 방역의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할 WHO는 초반부터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며 (기관 수장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파악하지 않으려고 했을 수도 있고) 우왕좌왕하며 사태를 키우는데 크게 이바지했고, 발병 진원지로 지목된 곳에서는 사태를 은폐 및 축소하고 책임회피의 명분을 찾기 급급했다. 북쪽에 계신 동포들께서는 확진자가 전혀 없다고 하시고, 이웃 어느 섬나라에서는 올해 예정되었던 세계 체육대회가 취소될까 봐 검사를 안 하고 버티다가 이제야 찔끔 시작했다. 적어도 이번 우한 폐렴 대유행 사태에 관해서는 대한민국의 이웃나라들 중에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한 정상국가는 한 군데도 없는 것 같다.




이러한 난장판의 결과 전 세계가 패닉에 빠져있는 중이다. 다행히도 한때 급격한 확진자 증가세를 보였던 대한민국은 2020년 4월 25일 현재 며칠째 신규 확진자가 10명 이하로 확인되며 안정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방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확진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인류는 이 바이러스의 특성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백신 또한 아직 임상실험단계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최악의 경우 제2차 제3차 대유행이 벌어질 것이라는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계가 지나면 언젠가 우한 폐렴 사태는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이전 포스팅의 추론과 마찬가지로 우한 폐렴의 유증상기와 감염 추이를 봤을 때 아주 멀지 않은 미래가 될 수도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듯, 주식시장의 패닉장도 일단은 진정세로 돌아섰다. 물론 연초의 2,000을 훨씬 웃돌던 KOSPI지수를 생각하면 아직 회복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지난 3월 중순 1,500을 내줬을 때를 생각하면 패닉장은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6일 포스팅 (https://brunch.co.kr/@scotchpen/20)에서 폭락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지금의 폭락장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어찌 되었던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은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야기했지만 그 타이밍, 즉 지금이 경기의 바닥점에 와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하지만 패닉장이 진정된 지금 어느 정도의 경기전망은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975년 인덱스 뮤추얼 펀드를 창시한 월가의 성인 존 보글. 지난 2019년 1월 식도암으로 사망했다. 향년 89세.


혹여나 해서 다시 강조하지만, 필자는 투자 및 금융에 대한 실증 데이터 분석을 수도 없이 했고 이와 관련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지만, 패닉장에서 완전 바닥을 찍었을 때 주식을 매수하여 일주일 만에 매도하여 차익을 얻는 등의 기술은 모른다. 인덱스 무츄얼 펀드를 발명한 존 보글 또한 "현명한 투자자란 새로운 이론과 기법으로 무장한 사람이 아니라 기본적인 상식에 건전한 판단력을 더한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투자철학으로 뱅가드 인덱스 뮤추얼 펀드를 반세기 가량 성공적으로 운용해 왔으며 "건전한 투자상식을 지키는 것 이외에 투자 비법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필자 또한 투자 전문가로서 소위 '단타'라고 불리는 투기로 큰 수익을 내고자 하는 독자들은 그만두라고 조언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들을 통제하고 분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한 대부분의 (아마도 모든) 투자전문가들은 이런 단기 투기 기술을 모른다. 그래서 가까운 점집에 물어보는 것이 어쭙잖게 거짓말을 시전하는 투자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안 하는 게 좋다. 진짜로.




앞서 언급한 우한 폐렴 대유행의 여파로 인한 주가 폭락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유가 또한 급락했다. 지난 4월 15일 발표된 IMF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3.0%라고 한다. 발표기관에 따라 대동소이하지만 내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일 것은 확실해 보이고 이러한 경향은 우한 폐렴 피해가 큰 국가일수록 두드러진다. 특히 미국에서는 우한 폐렴 최다 확진자 및 사망자가 나왔고 해당 통계에 따르면 -5.9%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실업자 급증으로 미국의 실업률은 4월 말 현재 1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4.10 뉴욕타임스 기사) 이런 미국 내의 실업률 증가, 소득감소, 유동성 제한 등을 생각하면 미국 주식시장도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기축통화를 무기로 삼은 미국은 지난 3월 17일 기준금리를 0.5%나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한데 이어 3월 24일에는 무제한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를 선언하며 시중에 풀려있는 고위험 및 불량채권까지 필요하다면 모두 사들일 것을 선언했다. 어떻게든 미국 내 기업 및 개인의 파산 및 도산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필자는 항상 양적완화를 골자로 한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사기에 가까운 행위라고 비난하고는 했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달러화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불량채권을 사들여서 부도가 나면 달러를 또 찍어내면 된다.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발생되면? 물가는 오르겠지만 무역수지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를 보유한 대규모 개방경제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의 시장질서에서는 환율 불균형에 따른 타격은 미국에 수출을 하려는 국가들이 더욱 크기 때문에 환율은 중국이나 일본 등의 외부 관련 국가에서 환율 조정 노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이론적으로 그렇고 이제까지 사례도 대부분 한결같이 같은 메커니즘을 따라왔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정책으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당장은 아니라는 것이 현시점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으로 보인다.


우한 폐렴에 대한 대처를 비교적 잘 한 국가로 분류되는 대한민국 또한 경기회복이 요원하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IMF는 올해 대한민국 성장률을 -1.2%로 예상했다. 경기회복 또한 더딜 전망이다. 게다가 4~5월은 국내 대기업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이다. 우한 폐렴으로 대부분의 기업의 매출이 급락한 상황에서 갚아야 할 돈의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기업으로써는 큰 부담이다. 따라서 5월 말까지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전망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저유가라는 호재가 있지만 수요가 얼마나 줄어들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악재가 쏟아지는 시기에는 주식시장을 들여봐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투자처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우한 폐렴으로 인한 금융시장 리스크는 어디에도 피할 곳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덜' 위험한 곳은 있다. 바로 채권시장이다. 특히 필자는 소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비중을 늘릴 것을 권하고 싶다. 비단 채권이 덜 위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이미 대부분의 독자들이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채권은 주식에 비해 비교적 변동성이 적고 그래서 안정적이다. 주식과는 달리 이자라는 고정수익을 발생시키고 만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리스크에 대한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채권시장에서도 손해는 발생할 수 있지만 주식시장보다는 제한적이다.


둘째로, 안전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때는 채권수익률이 결코 낮지 않다. 채권의 가격은 구조적으로 금리와는 반대로 움직인다. 즉 금리가 높으면 채권 가격이 싸지고,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가격이 비싸진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양적완화를 선언하고 금리를 낮추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자살행위를 할 중앙은행은 없다. 따라서 저금리 기조는 이어질 것이고, 불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에서 채권 수익은 주식 수익보다 나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채권에 몰빵을 하는 게 반드시 좋은 투자는 아니다. 채권의 비중을 높이되 본인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주식이 있고 향후 기업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판단되면 그런 주식도 매입하는 게 좋다. 딱히 개별주식이나 산업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에는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고작 몇% 의 배당을 받겠다고 배당주에 투자하느니 하루에도 몇% 씩 오를 수 있는 무배당주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반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이고 하루에도 몇% 씩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주가지수도 그 정도의 변동성을 보인다. 이런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떠안으면서까지 무배당주 혹은 저배당주 매입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확률 낮은 게임을 하는 것보다 배당주 장기투자를 하고 신경을 끄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다.  




혹자는 우한 폐렴 대유행이 끝나더라도 우리는 이전의 생활로 되돌아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에 인류가 아등바등 대응하고 있는 현시점은 어쩌면 역사의 큰 변곡점일 수도 있고, 이것은 우리 생활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릴지도 모른다. 계속 이어지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인생도 마찬가지지만 투자 역시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지겹지만 다시 한번, 장기투자, 분산투자 그리고 가치투자라는 틀에 박힌 건전한 투자원칙을 다시 강조할 수밖에 없는 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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