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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곡동이박사 Feb 06. 2018

원화의 이유 있는 강세

환율 변동에 따른 합리적인 투자 의사결정


지난 11월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76.80원으로 장을 마쳤다. 10월 이래 두 달간 원/달러 환율은 5% 가까이 하락했다. 심지어는 29일 새벽에 북한이 미사일을 쐈고, 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600억 원 이상을 팔아 치웠는데도 환율은 하락했다. 지난 며칠간 환율이 반짝 상승을 했지만, 지난 1월 25일 기준 3년 2개월 만에 1,062.50원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경향을 보면 최근의 원화 강세는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자체보다 하락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의 강세는 비교 대상이 되는 외국 통화들과 비교할 때 유독 두드러진다. 지난해 하반기 두 달간 호주 달러,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의 통화 환율도 하락했지만 대부분 0~1%대에 그친 수준이었다. 이는 다른 통화들에 비해 원화가 ‘나 홀로’ 유독 강세를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원화 강세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두 가지 요인은 경기회복세와 정부 정책의 변화로 볼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경기회복은 숫자에서 나타난다. 2017년 3분기 GDP 증가율은 전기대비 1.4%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3분기 이전부터 보더라도 수출 증가로 인한 경기회복세는 뚜렷하다. 한국 무역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은 반도체, 선박, 석유 제품 등 수출 주력품목이 호조를 이룬 가운데 2017년 1월부터 10월까지 17.3%가 증가했다. 이러한 수출증대로 달러 유입이 있었기 때문에 환율 하락은 경제학적으로도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요인은 정부 정책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이전 정권에서 고환율 정책 유지했다면, 현 정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기조 – 환율을 낮춰 내수를 확대 – 를 반영하여 환율 하락을 막지 않는 방향으로 외환정책 틀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압박도 이런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는 고환율 정책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미국 재무부 환율 보고서에 ‘환율 조작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하락을 적극적으로 막는 것은 국제정치 역학적으로도 무리일 수 있다.


이 외에도 지난해 11월 16일, 캐나다 정부와 캐나다 달러의 무한도 무기한 상설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것도 환율 하락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천연자원 가격 하락으로 캐나다 달러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캐나다 달러가 국제 기축통화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에 분명히 일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환율의 하락(자국 통화 강세)은 경제학에서 일반적으로 수출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출 감소를 가져온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면 개인 투자자로서는 원화 강세가 향후 수출 감소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경기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그래서 주식시장의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설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물론 완벽하게 시장 자율에 맡겨진 환율의 하락은 고전적인 경제학 이론과 같이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보수정권 집권 기간 동안 장밋빛 경제지표를 도출해 내기 위해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번 원화 강세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 환율을 찾아가는 프로세스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의 복안대로 저환율 정책이 내수확대로 이어진다면 내수경기 진작을 통해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즉, 고환율 정책의 수혜자들과 피해자들의 이익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 전체적인 경기에의 영향은 중립적 혹은 긍정적일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우리나라 수출의 호조는 세계 경기회복에 의한 수요 회복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 반도체, 선박, 철강, 석유제품 등 우리나라 수출 주력상품들의 대부분은 산업 중간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그 수요의 탄력성이 소비재보다 비탄력적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주력산업에서 경쟁국으로 꼽히는 일본이 한때 125엔까지 치솟았던 인위적인 엔저 정책에 한계를 보고 있는 만큼 (현재 110엔 대) 엔화 가치도 향후에는 결국 상승할 것으로 보이고 또 다른 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내외부적인 요인들을 종합해 보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원화 강세, 즉 원/달러 환율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기적으로 이런 강한 원화는 수출 감소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서 투자자들에게 환율은 주목해야 할 매우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환율 하락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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