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이션은 손목을 돌리는 게 아니라 리코킹이 되는 과정이다
퇴근길에 인도어 연습장에 들러서 90분 연습을 하고 왔더니 허리가 뻐근하다. 평소처럼 샷을 점검하는 차원의 연습은 3시간이 넘어가도 별로 힘도 안 들고 땀도 많이 안 나는데 반해 오늘처럼 목적성을 갖고 특정 동작에 올인하는 날은 연습 시간이 짧아도 다음 날에 뻐근함을 느끼곤 한다. 지난겨울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던 탓인지 허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라 오른쪽 골반을 넣는 사이드 밴딩 동작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허리는 뻐근한데 기분은 좋다. 날씨도 따뜻해졌으니 연습량도 운동량도 더 늘려야겠다. 왼손잡이 스윙을 해보니 허리가 아무 저항 감 없이 부드럽게 잘 돌아간다. 지금이라도 왼손으로 전향할까. 9년 동안 매일 하는 고민이다. 다행히 왼손잡이 클럽이 꽤 비싸더라고.
요즘 발사각을 낮추고 거리를 늘리는 연습을 하다 보니 유튜브 영상들도 그쪽으로 찾아보게 된다. 알고리즘은 기가 막혀서 3, 4년 전 영상까지 찾아내 목록에 띄워주곤 한다. 요즘은 내가 하고 싶은 스윙을 가르치는 프로의 영상만 가려서 보는 편이라 모든 영상을 다 챙겨보지는 않는데, 오늘따라 로테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그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 싶었다. 마침 오늘 온 갈비뼈 통증 초진이 로테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하다 가기도 했고.
클럽 헤드가 로테이션되는 힘으로 공을 친다고 생각하는 골퍼가 많다. 그리고 임팩트 직전에, 또는 임팩트 시에 헤드 스피드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하는 골퍼도 많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생각 때문에 많은 골퍼가 스쿠핑으로 고생하고 있다. 반드시 알아야 한다. 클럽 헤드는 임팩트 이후에 로테이션된다. 임팩트 시 클럽 페이스는 살짝 열려있다가 임팩트 후 닫히는 힘을 받아 공에 전달하게 된다. 탁구의 드라이브를 생각해 보면 쉽다. 탁구공이 라켓면에 닿을 때 스피드가 가장 빠르고 강하게 감는다고 생각하면 스윙이 짧아지고 손목을 많이 쓰게 된다. 신유빈 선수를 비롯한 많은 탁구 국가대표의 움직임을 상기해 보라. 그들은 광배근을 사용해 팔의 아크를 최대한 크게 가져가면서 라켓을 온몸으로 휘두른다. 공이 라켓면에 닿은 이후에 스피드는 더욱 빨라지며 공이 라켓면에 휘감기면서 탑스핀이 걸리게 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공이 페이스에 묻으면서 닫히는 힘으로 로프트만큼의 스핀이 걸리고, 스윙 궤도에 의해 사이드 스핀이 함께 걸려 날아가게 된다. 임팩트 직전에 손목을 강하게 감으면서 공을 타격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럼 그 이후에 헤드 스피드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클럽 헤드가 감속하게 되고, 공에 충분한 힘을 전달할 수 없다.
릴리즈 - 임팩트 - 로테이션은 하나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릴리즈는 풀어준다는 뜻인데, 풀어주려면 묶여 있어야 한다. 그 힘을 구속하고 있는 것이 오른쪽 팔꿈치이며, 오른 어깨의 외회전이다. 다운스윙에서 강하게 클럽을 끌어내리면서도 오른 어깨는 외회전 되고 오른쪽 팔꿈치 안쪽은 정면을 바라보면서 꺾여 있는데 이 상황은 힘을 쓸 수 없는, 마치 팔이 꺾인 것 같은 동작이다. 임팩트 직전에 이 묶인 팔이 풀어지면서 공을 강하게 타격하게 되는데, 임팩트까지 오른 팔꿈치가 굽혀져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임팩트 이후 오른팔이 완전히 펴지게 되고, 팔이 펴지면서 손목의 로테이션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순서다. 그래서 어떤 유명 레슨 프로는 오른팔의 움직임을 ‘장풍을 쏜다’는 동작에 비유했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꺾여 있던 오른팔이 펴지면서 강하게 돌아가는 것이 로테이션의 본질이다.
팔이 펴지면서 손목이 돌아가게 되는데, 절대 손목은 돌리는 게 아니다. 그래서 프로들은 클럽을 ‘던지거나’ 클럽을 ‘뿌리라고’ 표현한다. 이 부분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백스윙탑에서 트랜지션을 거쳐 다운스윙으로 오는 동안 손목은 언코킹 된다. 간혹 언코킹을 ’ 손목이 풀어진다 ‘라고 오해하는 골퍼들이 있다. 그래서 손목의 코킹을 유지하면서 끌고 오는 것이 올바른 다운스윙이라고 생각한다. 장담컨대 이런 생각을 갖고 스윙하는 골퍼들은 절대 슬라이스와 생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코킹은 백스윙탑에서 계속 풀어지거나 트랜지션 동작에서 일정 부분 더욱 코킹 된 후 언코킹 되면서 내려오게 된다. 그것이 클럽 헤드의 중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언코킹되면서 손목이 풀어지면 스쿠핑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오른 손목 힌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것이다. 코킹은 풀어지되 힌지는 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임팩트 동작에서 핸드퍼스트가 나올 수 있고 공을 강하게 눌러 칠 수 있다. 드라이버도 마찬가지다. 공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하체는 조금 더 회전되어 있으며 상체는 그만큼 뒤에 머물러 있다. 상하체의 포지션이 다를 뿐 손목의 움직임은 동일하다. 힌지가 유지되면서 코킹은 풀어지고, 임팩트 이후 오른팔이 완전히 펴지고 나면 풀어졌던 손목이 다시 코킹 되는데 이것을 리코킹이라고 한다. 임팩트 이후 일어나는 로테이션은 바로 이 손목의 리코킹 동작이다. 손목이 강하게 채 지면서 클럽 헤드가 마치 채찍 끝처럼 채 지고, 헤드 스피드는 절정에 달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 골프를 배울 때 왼쪽에서 소리가 나도록 클럽을 휘두르라고 배우는 것이다. 왼쪽에서, 다시 말해 임팩트 이후에 헤드 스피드는 최대를 기록하고, 그때 소리가 난다.
다운스윙 언코킹과 임팩트 후 리코킹을 쉽게 이해해 보자.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던 회초리를 때리는 동작이다. 클럽을 거꾸로 잡거나 얼라이먼트 스틱같이 가벼운 막대기를 오른손으로 쥐어보자. 그리고 그 막대기가 회초리라고 생각하고, 앞에 있는 가상의 학생의 엉덩이를 회초리로 때리는 것이다. 허리 높이 소파에 쿠션을 두거나 임팩트 백을 의자 위에 올려 높이를 맞춰도 좋다. 막대기를 가볍게 휘둘러 보면서 오른손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해 보라. 몇 번 휘두르고 익숙해지면 임팩트에서 오른손을 멈추고, 관찰해 본다.
오른 팔꿈치는 굽혀져 있고, 오른 손바닥은 타깃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정확한 임팩트 동작이다. 골프 스윙의 임팩트와 다른 점은 핸드퍼스트가 아니라는 점 정도다. 당연하다. 몸을 전혀 쓰지 않고 팔로만 휘둘렀으니까. 그럼 어떻게 몸을 쓰냐고? 간단하다. 무거운 연습기를 오른손 한 손으로 들거나 클럽을 정상적으로 잡고 한 손으로 똑같이 타격해 보라. 회초리가 무거우면 자연스럽게 몸이 먼저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것이 본능적인 휘두름이고, 다운스윙에서 오른 손목의 움직임이다.
그래서 로테이션은 손목을 조작해서 일부러 돌리는 것이 아니라 언코킹 된 클럽을 강하게 리코킹 하는 동작이다. 물론 이 동작이 약하거나 잘 되지 않는다면 연습을 통해 로테이션을 강하게 단련할 필요는 있다. 나처럼 드로우를 치기 어렵거나 푸시 슬라이스 구질로 고생하는 골퍼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로테이션 동작이 좋아지면 드로우 구질이나 페이드 구질을 구사하기가 편해진다. 로테이션의 양을 조절해 구질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지고 치면서 몸의 회전력을 다 이용하지 못하는 대신 손목의 로테이션 움직임으로 헤드 페이스의 로테이션 양을 조절해 구질을 구사할 수 있고 비거리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프로들이 이야기하는 비거리 손실 없는 파워 페이드 구질의 원리다.
강한 로테이션을 위해 나는 두 가지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 하나는 스윙할 때 피니시까지 오른손을 절대 놓지 않는 것이다. 로테이션이 약하다 보니 왼손으로 끌고 오는 동작이 과해졌고 자연스럽게 임팩트 이후 오른손을 놓는 현상이 많아졌다. 지금은 그립을 걸레 짜듯이 강하게 잡고 피니시까지 그립을 절대 놓치지 않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방향성이 많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립을 견고하게 잡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머지 하나는 악력 훈련이다. 악력기를 세 개 구입했다.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악력기 두 개는 차와 원장실에 두고, COC 악력기는 원장실 책상 위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10초씩 클로즈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하루 몇 번의 훈련만으로도 악력이 강하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나는 반대 스윙인 데다가 손의 악력까지 약한, 비거리를 내기에 최악의 조건을 갖고 있다. 드라이버 비거리를 늘리려면 골반의 사이드 밴딩을 늘리고 로테이션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나에겐 그렇다. 지금도 연습을 다녀와서 바로 글을 쓰다 보니 양손이 부어서 뻑뻑한 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골프는 너무 매력적인 운동인 것을.
손목의 움직임과 로테이션에 대한 이해가 올바르게 정립되면 L to L 스윙만으로도 비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그것을 경험했다면, 이제 몸을 쓸 시간이다. 코어 근육으로 견고하게 버텨주면서 어깨와 골반을 마음껏 회전해 보자.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