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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수 Aug 07. 2022

팝콘과 컵라면

문화가 있는 날 오후라 그런지 엘리베이터가 순식간에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내 앞에는 스무 살이나 스물한 살 쯤으로 보이는 여자 둘과 남자 한 명이 같이 있었다. 그중 여자 둘이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영화를 보며 팝콘을 사 먹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한 여자가 “밥값으로 팝콘 사 먹고…”이라고 하자 다른 여자가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 먹고…”라며 웃었다. 그러자 처음 말을 건넨 여자가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그게 인생이지.”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고 심지어 라임까지 맞는 대화였다. 놀라웠다. 이 짧은 세 마디 안에는 고물가 시대의 대한민국 주머니 사정과 컵라면으로 때우면서까지 팝콘을 사 먹겠다는 젊음의 에너지, 이 고단한 상황을 인생이라고 비유하는 문학적 능력까지 세 박자가 고루 있었다. 팝콘을 먹는 즐거움을 위해 밥을 포기하고 컵라면을 선택하는 게 인생이라니. 이상하게도 나 역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극장에 도착해 화장실에 다녀오니 이들 셋은 키오스크 앞에서 팝콘을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어떤 팝콘을 먹을지 궁금증이 일었고, 나는 모처럼 인생이라는 두 글자를 떠올리며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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