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바 Oct 10. 2019

합격해 보니 내가 원했던 일이 아니다?!

회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다


헤드헌터를 통한 채용은 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하다.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경우 아무래도 자격증이 있는 지원자의 풀을 많이 가지고 있는 헤드헌터를 사용하면 시간도 많이 절약되지만 후보자와 직접 민감한 이야기를 할 수 없이 헤드헌터를 통하다 보면 서로 의사소통의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채용이 되면 헤드헌터는 수수료를 회사로부터 받지만 워런티 기간이라는 것이 있어 만약 후보자가 약정한 기간만큼 근무하지 못하면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회사 입장에서도 헤드헌터 입장에서도 후보자가 오랫동안 회사에서 근무하길 바란다.


입사한 지 2주가 갓 지났을 무렵 그녀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싶다고 날 찾아왔다. 이유를 묻자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에요."라고 대답했다.

사실 그녀의 업무는 대략 A, B, C, 로 정해져 있었는데 부서의 어떤 상황에 의해 업무가 현재 B, C, D로 배정된 것이다. D 업무를 할 수도 있다고 면접 때 설명을 했으며 그녀도 이미 해 보았던 업무였기에 채용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이 제일 하기 싫은 업무가 D 업무였는데 그것을 시키는 것을 참을 수가 없고 A 업무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면접 때 그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고 그 정도의 융통성이 없는 직원은 붙잡을 이유도 없었다. 다들 그녀가 그만둔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 사유에 더 놀랐다. 아니, 어떻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회사생활을 하려고 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일, 앞으로 되고 싶은 것에 대한 꿈은 키울 수 있지만 주어진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당연히 미래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생각하면서 현재 일을 하다 보면 이 업무가 하찮게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현재 업무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성과도 나지 않는다. 성과가 없으면 당연히 미래도 없다.


아직도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직무는 이것이 아니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난 회사가 자아성취를 도와주는 곳은 아니라고 말한다. 회사가 돈까지 주면서 개인의 꿈을 이루게 해 주는 곳이라는 기대를 하면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회사는 정말로 소수의 이익을 위한 집단이고 우리는 타인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채용공고에 Office management라고 되어 있다면 탕비실 관리나 사무용품 주문을 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HR operations라고 되어있을 때 계약서를 서류함에 순서대로 정리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어찌 첫 술에 배부르랴, 꼰대 같은 이야기 일수도 있으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자기 회사를 차리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인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개미를 채용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