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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Sep 19. 2019

일개미를 채용합니다

불편해도 불평하지 않는 사람

지원자에게 우리 회사를 소비자로서 평가해 달라거나 혹은 본인이 매니저가 되면 어떤 부분을 향상하고 싶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이 질문에 기대하는 답은 지원자의 창의성이나 엄청나게 허를 찌르는 예리함이 아니라 (1) 평소에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었는지, 우리 회사 제품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있는지 (2) 제한된 자원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답변이다.


여기서 이 (2) 번에 해당되는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오랫동안 방문판매 시스템을 이용한 화장품 회사라고 해보자. 창립자는 광고에 돈을 쏟지 않고 그 돈으로 더 나은 제품에 투자하려고 했으며 방문판매사원은 곧 우리 회사의 마케팅 직원이다라는 콘셉트로 회사는 운영되어 왔다고 가정했을 때 분명 그것에 대한 불편함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있을 것이다. 만약 입사 면접 때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더 많이 알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를 물었을 때 나름의 창의적인 대답을 준비한 것이 "이 회사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여성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간판 광고를 시작해야 합니다. 요즘 인스타도 많이 하니 인스타그램으로 소문을 한번 내보죠"라고 하면 이 지원자는 선택받지 못한다.



그 아이디어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이 틀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원자에게 바라는 것은 제한된 자원과 환경 (제품의 판매방식은 변화할 수 없다. 앞으로도 광고는 안 할 것이다)에서 더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예전에 글로벌 인사시스템을 한국에 들여오는 작업을 했는데 시스템 오류가 너무 많아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매니저에게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 되고 나 이거 못쓰겠다고 백기를 들자 "It's a system that we have."라고 대답했다. 그게 우리가 가진 거야. No more discussion.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Accept(수용하기)"에 대한 충고를 했다.


생각해 보면 이미 결정된 내용이고 아무리 오류가 판을 쳐도 나 혼자 이 상황을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을 빠르게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우리가 어떻게 일할 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회사가 일개미 직원에게 바라는 것이다. 그럼 결국 이 시스템은 사용하는 것이고 (변경할 수 없는 환경) 그렇다면 오류를 줄이기 위해 더블 체크하는 방법을 따로 고민한다. 분명 일이 더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내가 불평할 문제는 아니다.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아무리 내가 창의적인 생각이 넘치고 그 회사의 콘셉트에 불만이 있더라도 합격하고 싶다면 다르게 생각해 보자.  실제로 면접 때 저 질문을 했을 때 우리 회사의 불편한 시스템에 대해 엄청난 비판을 쏟아버리는 지원자를 만난 적이 있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었으나 면접이 끝나고 같이 면접을 보았던 매니저는 "회사 직원이 아니라 대표가 되셔야 할 분이네요."라고 했다. 그가 했던 말이 옳고 그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충고가 아니었다.


서두에서 던졌던 질문의 답변을 생각해 보자.

소비자 입장에서 광고 없이 입소문을 이용한 다른 마케팅 방법, 방문 판매사원들이 직접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 순위를 만들어 베스트 셀링 제품을 엮어 패키지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이런 식이다. 유명한 연예인을 광고에 씁시다 등의 거창한 답변이 아니라 콘셉트를 그대로 유지한 소소하고 현실적인 대답.

 

면접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위에 대한 생각은 꼭 하길 바란다.

창의성은 내가 CEO일 때 발휘하면 된다. 회사는 여왕개미와 일개미 중 누구를 선택할까.


이 글이 입사를 꿈꾸는 지원자들을 주저앉히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사람들이 일개미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전투력이 높은 불개미 사람으로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결국 타협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좌절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회사원들은 그렇게 살더라,

지원자들의 개성을 관용을 베풀어 받아주는 회사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합격했으니 고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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