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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Sep 02. 2019

불합격했으니 고소하겠습니다

실패에 대처하는 자세

놀랍게도 지원자들에게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가끔 받는다. 면접에 불합격한 후보자가 국내 최대의 법인 이름을 들먹이며 으름장을 놓을 때 우리 회사가 같은 법인과 일을 하고 있어서 안될 텐데 라는 생각과 도대체 어떤 죄목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도 한다.

내가 인격모독을 했거나 면접 때 모욕을 줬다면 이해가 되지만 면접 후기를 써놓은 글을 읽어보니 고소하고 싶은 사유가 바쁜 사람을 불러 한 시간 동안이나 자신의 시간을 허비했고 어차피 채용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는 느낌이었다는 것이 이유이다. 할 말은 많지만 크게 대응하지 않고 피드백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한 번은 내부 직원을 상대로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면접관을 세명 이상 데리고 들어가게 되었다. 보통 면접관이 세명 이상이 되면 후보자가 긴장할 가능성이 커서 권장하지 않기에 미리 후보자에게 전화로 설명을 했고 양해를 구했다. 면접이 끝난 후 우리는 더 나은 다른 후보자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불합격한 후보자의 매니저가 인사팀에 항의를 한 것이었다. 절차가 잘못되었다, 왜 면접관이 세명이나 들어갔느냐, 자신의 직원은 불이익을 당했다가 주 컴플레인 내용이었다.

난 그 매니저를 만나서 이렇게 말했다.

절차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만약 그 직원이 합격했다면 여전히 그것이 문제였을까?


내가 무조건 옳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합격했기에 컴플레인을 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절차가 문제라고 생각이 되었다면 전화로 상황을 설명했을 때 거절할 수 있었다. 내가 세명을 동시에 보는 게 부담스럽다면 나눠서 볼 수도 있지만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니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를 했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먹지 못한 포도를 맛없는 신포도라고 흉보는 것처럼 얻지 못했기에 화가 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실패하고 지금도 하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해 속상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때가 있다. 그래도 난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 내 잘못도 아니고, 그 사람의 잘못도 아니다. 누군가는 다시 도전하고 누군가는 다른 길을 찾는다. 하지만 자신의 실패를 다른 사람 탓을 하는 것은 못난 변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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