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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Oct 07. 2019

사무직이 뭔데요

리테일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 (3편)


예전에 다녔던 외국계 회사도 지금 회사도 내부 승진과 이동이 다른 회사에 비해선 열려있었다. 매장 직원으로 입사해서 본사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고 경력이 필요한 VM 등의 업무도 판매직원이 눈에 띄어 트레이닝을 받고 주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작은 희망이지만 그걸 믿고 지원하는 지원자들의 꿈을 짓밟고 싶진 않다. 하지만 어떤 업무인지는 정확히 알고 꿈을 꾸어야지 도와줄 수 있는데 무턱대고 자신의 꿈은 '사무직'이다고 대답하는 지원자를 보면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사무직이 뭔데요?라고 내가 되물으면 그때서야 우물쭈물하며

"뭐... 마케팅이나.. 인사팀이오."라고 대답하길래 이것 봐라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기로 했다.

"평소 인사팀에 관심이 있었어요?"

"네, 하고 싶었어요."

"가장 최근에 읽거나 본 리테일 업계의 인사동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요."


후보자는 말을 잃는다. 물론 내 질문이 매장 판매직을 지원한 지원자에게는 필요 없는 질문이었으나 평소에 관심이 있었다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화이트칼라에 대한 동경은 이해한다. 우리 부모님조차도 내가 인사팀에 근무하면서 유니폼을 입고 주말에도 일하고 교대근무를 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한다. '남들이 볼 때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리테일에서의 꽃은 현장이다. 특히 외국계의 경우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자리는 우리 같은 지원부서가 아니라 매장에서 판매직으로 성장해 매니저가 되어 영업전략을 이해하고 고객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열려있다. 직원 입장에서 인사팀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보통 매니저가 된 후에 지원하라고 충고해 주는데 막상 그 부서에서 매니저가 된 후에 인사팀 근무를 제안하면 거절한다. (우리가 별개 아니라는 게 그쯤 되면 느껴지는 것이다)


지원부서는 사실 10여 년의 경력이 지나가면 누구나 다 비슷하다. 10년 차나, 15년 차나 딱히 큰 차이가 없는데 15년 차는 몸값이 비싸기만 하다. 결국 이렇게 나이가 들고 경력이 무거워진 상태에서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판매직으로 시작해 매니저가 된 비슷한 연차의 사람들은 리테일 매니저(전체 조직의 매니저) 자리까지 오퍼를 받는 걸 보면 확실히 차이를 느낀다.


물론 사무직에 어울리는 프로파일은 있다. 하지만 리테일 회사에서 사무직을 꿈꾸는 것보다는 그냥 다른 회사에 널려있는 많은 사무직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확률적으로 더 많은 자리가 있고 남들이 볼 때 더 그럴싸한 자리일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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