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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Nov 18. 2019

아이를 키우는 것은 리더십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도 회사도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아이가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학부형이고 회사를 오래 다닌 적이 없어 일 년에 한두 번 만나게 되는 모임의 주제는 대부분 아이 양육과 시댁 이야기, 그리고 학교 다닐 때의 추억들이다.

 30 초반에 나는 정말 열심히 회사일을 했는데 당시 친구들은  출산을 하거나 갓난쟁이 아이들과 고군분투하느라 서로 소홀한 적이 있었다. 하루 24시간 동안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나 같은 사람에게 회사 이야기를 빼놓으면 사실 이야기할 주제가 거의 없었기에 아이를 키우고 밖에서 일하지 않는 친구들을 만날 때는 주로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이제 10, 11살이 되니 친구들도 여유가 생기고  역시 회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어 같은 주제의 대화라 할지라도 깊이가 다르다. 친구들은 더 이상 ‘아이 아닌 자아를 가진  ‘사람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방법으로 인도하는 대화에 고민이 많고, 실패를 하고 후회를 한다.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화법, 아이가 스스로   있도록 도와 주기 등의 대화를 하다 보니 이것이 회사생활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야 하냐는 질문에 묻지 말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고 대답하는 매니저나 부모는 직원과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없다. 지난번에 분명히 알려줬는데도 직원과 아이는 잊어버리고 같은 질문을  한다.   이렇게 멍청하냐 말귀를 못 알아듣냐고 되물으면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는   있지만 결국 직원과 아이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내가 가진 고민 (직원이 말을 안 듣는다)과 친구가 가진 고민 (아이가 말을 안듣난다)으로 우리는 서로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아이의 양육과 관련된 책을 미혼인 내가 읽고, 소통과 리더십에 대한 책을 친구가 읽는다.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가 인생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산다는 것이 동질감으로 다가왔다.
 
덴마크에서  매니저가 결혼  육아를 하면서 경력이 단절된 후보자 인터뷰를 하고 나서  육아 경력이 Just stay at home (그냥 집에 있었다)인가를  물었다.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면서 가치 있는 일인지, 그것이 사실 회사에서 영향력을 가진 포지션에 근무했을 때  하나의 경력으로 발휘될  있다고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요즘은 아이가 있는 후보자에게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 대신에 “아이가 20살이 되었을 때 인생을 어떻게 살라고 하고 싶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오히려 두 번째 질문이 후보자에게는 자신의 속 깊은 마음을 보여주는 대답을 이끌어 내기가 좋다.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어요?라는 질문은  자신이 리더로서 직원들이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기대치와도 연결이 된다. 회사 생활이라는 것이 한편으로 부질없으면서도 ‘인생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험이 되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회사생활이  인생의 전부가 되질 않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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