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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Dec 02. 2019

차라리 계속 나쁜 리더가 낫다

항상 좋은 리더가 될 자신이 없다면

 
처음 리더가 되면 내가 직원일 때 느꼈던 여러 좌절감의 이유를 되짚어보며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좋은 매니저가 되려고 노력한다. 직원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들의 요청사항을 반영하려고 한다. 하지만 직원 모두가 바라는 바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보니 처음의 다짐대로 ‘모든’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기가 점점 어려워 짐을 느끼게 된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점이 되면 이제는 ‘거절’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엄격하고 원칙대로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직원에게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지난번에 00 씨의 요청은 들어줬으면서 왜 내 요청은 들어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관성 (Consistency)이 없는 리더는 직원들이 스스로 자기 결정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내 가 어떤 리더인지를 직원들에게 인지되도록 행동으로서 보여주고 직원들이 그것을 믿고 스스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일관성이 없는 리더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매번 방향성이 다른 리더로 인해 혼란스러워 스스로 일하는 것을 멈춘다.

스케줄 근무를 하는 회사이다 보니 직원들은 스케줄 변경 요청을 리더에게 자주 하게 된다. 매장이 한가하니 승인을 해주고 바쁜 날은 승인을 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매장이 한가한 날인데 다른 직원이 휴가라 이번에는 승인이 어려웠다. 매번 승인/비승인에 집중된 리더의 결정은 직원들을 더 헷갈리게 만든다. 말 그대로 운 좋으면 승인, 안 좋으면 비승인이란 식이 되는 것이다.

변경 요청 날짜를 원칙을 직원들에게 알리고 예외 없이 진행하겠다는 다소 엄격하게 진행한 리더의 경우는 초반에는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했으나 그 부서의 변경 요청 건은 점차 줄어 0%에 다달았다. 직원들이 리더의 성향을 읽고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리 스케줄을 보고 자신의 개인 일정을 조정하고 자신들끼리 스케줄을 변경하여 매장 운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스스로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후자의 경우 직원의 입장에서는 좋은 리더가 아닐 수 있으나 사실 리더라는 사람은 어떤 일에 (what)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 다 마무리되었을 때 어떤 그림을 보고 싶은지 (vision)에 집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테이블이 10개 있는 식당에서 직원에게 테이블 하나를 가리키며 저 테이블 좀 닦아요 라고 지시한 후 1시간 후에 테이블 하나만 닦아놓고 놀고 있는 직원을 탓해서는 안된다. 매니저는 그 직원에게 “식당 내 테이블에 대한 청결과 깨끗한 매장을 유지하세요.”라고 지시하는 것이 맞다. 결국 오늘은 테이블을 닦으라 내일은 의자를 정리하라고 지시하는 리더와 함께 일하는 직원은 매번 어떤 일을 시킬지 모르는 상황이니 스스로 일을 하지 못하고 리더 역시 매번 일을 시켜야 하는 입장이니 피곤할 수밖에 없다.

처음 리더의 업무를 시작하게 되는 직원들이 비슷한 문제로 고충을 털어놓기 위해 나를 찾아오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가 해 주는 이야기가 있다.
“영원히 착한 매니저가 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계속 나쁜 매니저가 되세요.” 내 매니저가 ‘나쁜’ 매니저라는 것을 아는 직원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일한다. 늘 100을 주던 착한 매니저가 어느 날 50을 주기 시작하면 직원들의 불만은 폭주한다. 차라리 꾸준히 10씩 주는 나쁜 매니저의 부서가 더 빨리 안정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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