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정원으로 변신
정원의 꿈
많은 사람들이 정원을 사랑했다.
내 마음대로 꽃과 나무를 식재하고,
자연의 변화를 조망하며 오롯히 즐길 수 있는 신과 같은 권력(?)을 쥐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소유할 수 없는 자연을 내 소유물처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정원이기 때문기 때문인 듯.
시골살이에 로망이 마당과 정원 혹은 텃밭이다.
셋다 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하여
정원 하나만을 선택하였다.
이전에 살던 분들은 텃밭으로 사용하며 철에 따라 식재료를 수확했던 것 같다.
과수원 옆에 조그만 땅떼기라 뭔가 하기가 애매해보였다.
원래는 주차장으로 만들까 하다가 성토를 좀 더 하고 다지기를 해야할 것 같아,
일이 커지고 돈이 들어가기에 정원을 만들기로 했다.
셈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주차장보다 정원이 훨씬 노력과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을씨년스럽게 관리 안된 은행나무는 가을마다 악취를 풍기며 은행열매를 떨구었다.
밟는 신발마나 냄새를 남기고 전기선에 가지를 걸치며 안전을 위협했다.
이웃들에서도 잘라내버기릴 원하여,
십수년을 살아온 은행나무를 베어버리기로 했다.
소형 전기톱가지고 거인같은 은행나무와 씨름을 하고 있으니,
옆에 사는 이장어른이 굉음을 내는 체인톱을 가져오셔서 절단내 주신다.
지나다니며 길을 더럽히고 냄새풍기고,
혹시나 배나무들에 병이라도 옮길가봐 눈에 가시같았는데,
주인이 자른다고 팔을 걷어 붙였으니
단박에 와서 도와주신다.
정원의 경계를 세우다
부탁드린 것도 아닌데 어머니가 황금편백을 주문했다.
경계목처럼 가격을 띄워 도로 옆에 식재해서 공간을 구분했다.
울타리를 세우려고 했는데, 황금편백이 자라면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원의 모양은 못생겼다.
반듯한 미남은 아니지만 네모 반듯하지 못하고 삐뚤빼뚤해서 재미는 있는 그런 모양새다.
모양 자체에서 재미를 갖고 있는 땅이라서 심심하지 않은 정원이 될 것이다.
정원의 밑그림을 그리다
유투브로 가드너들의 지혜를 탐하니, 직선보다는 곡선이 주는 변화가 매력적이다.
구역을 구분하여 재료와 식물들로 변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잔디밭을 가운데 펼치고 담주위로 나무나 꽃을 심는 운동장 같은 정원은 재미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구불구불 길을 만들고 구역을 나눠 식물들이 들어갈 자리들을 만들어준다.
베어낸 은행나무가 도화지에 선 역할을 해준다.
울타리를 세우다
울타리 역할을 하는 황금편백이 자라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릴테고,
은행나무에서 나온 굵은 가지들을 활용할겸
편백 사이마다 기둥처럼 세워주었다.
부정형의 모양이 자연스럽게 정원의 모양과 닮아있다.
정원의 길을 만들다
시골집이 벽돌집이라서 적벽돌로 길을 내고 싶었다.
원래는 좀 더 세련된 분위기로 벽돌로 외부의 공간들을 다 채우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려면 지반을 정말 잘 다지고 정말 많은 손이 들어가야한다.
생각하는대로 하고 싶다면, 그만큼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길이라도 적벽돌로 깔아보자는 의지로, 벽돌을 싸게 살 방법을 궁리 끝에,
동네를 수소문하여 벽돌 공장을 하나 찾아냈다.
더이상 벽돌을 찍어내는 곳은 아닌데, 예전에 찍어 팔고 남은 벽돌들이 좀 남아 있었다.
너댓 빠래트와 모래를 주문했다.
정식으로 하자면, 밑그림을 그려논대로 땅을 깍아내고 부직포를 깔고 자갈을 깔고 고운 모래를 덮어서
평탄화를 해준 뒤에 벽돌을 줄세워서 나가야 한다.
아쉬운대로, 갈퀴와 삽으로 땅의 수평과 높이를 정리하면서 벽돌을 놓아가며 한땀한땀 길을 만들어 나간다.
길은 직선으로 쭉쭉 뻗게하는게 작업하기가 더 쉽지만,
변화를 주기 위해서 일부러 구불구불 오솔길처럼 벽돌을 높아주었다.
짧은 길이 구불거리기에 더 길어보이기도 하고,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장난스럽기도 하다.
길과 길이 만나는 곳에는 벽돌을 원형으로 돌려서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길만 있는 것보다 이런 공간을 더해주면서 정원이 더 역동적인 공간으로 변하는 것 같다.
완성된 벽돌 정원길이 마음에 든다.
나무와 꽃들도 채워야하고
정원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인 데크도 추가해야한다.
추가된 공간들은 '나만의 정원만들기 2편' 다음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