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뷔페, 그리고 호텔 순례기
단언컨대, 라스베이거스에 관한 이야기를 속속 세밀하게 들려드린다면 난 단 5일(실제론 3일) 동안의 일상과 내 느낌, 그 모든 것들을 아울러 한 권의 책이라도 만들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다!
그만큼 라스베이거스는 사람을 이끄는 묘한 매력을 지닌 도시가 분명한데, 이건 라스베이거스의 화두인 “갬블”을 엄연히 빼고 하는 소리다.
그렇다면 과연 라스베이거스의 어떤 점이 그리도 많은 이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걸까?
그건 또 단연코 우리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충족시켜 주는 그 모든 것들이라고 쉽게 대답할 수도 있겠
지만, 가만히 또 생각해 보면 그렇게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라스베이거스는 인간이 꿈꾸고, 누릴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을 압축해 놓은 세계 최대의 공간이 맞다.
그러므로 이곳에만 오면 사람들은 뭔가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고, 맘껏 누려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자위할 수 있으며, 자신의 욕망이 발현하는 걸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모두들 위안을 얻으며 돌아간다(라고 쓰고 그럴 거라고 믿는다). 훗날을 기약하며, 각박하고 짜증 나는 현실에서 벗어났던 단 며칠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일탈의 기쁨을 맛보고 흠뻑 자의식에 취해 본능에 아주 충실했던 자신을 가득 충전하고 떠나간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앉고 나서야 다시금 현실에 또 쑤욱~ 함몰되어야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미 훗날을 기약했으니까!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그걸 위안으로 삼고 그제야 평상심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라스베이거스를 그저 '환락의 도시'라고만 부르는 건 라스베이거스란 도시에게 참 공정하지 못하고 미안한 소리가 아닐까 싶다. 라스베이거스는 그야말로 수 천만의 충전기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고 나서 난 또 미친 생각 하나를 해봤는데, 그건 바로 내게 금전적 여유가 생긴다면 라스베이거스에 자그마한(물론 크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니!ㅠ.ㅠ) 아파트 하나를 렌트든 구매든 해서 그곳에 적어도 일 년은 짱! 박혀 라스베이거스에 대한 심층취재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그거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심신을 '죄의 도시'에 풀어놓고 싶은 분들을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속속들이 까발려 놓는 거!
그러니 내 취재(?)는 서민층에서부터 상류층까지 다양하게 샅샅이 행해질 것이고, 그와 더불어 나 역시 아주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될 터이지만 내 본연(?)의 자세를 흩뜨리지 않을 만큼의 자신감과 책임감은 있는 사람이라고 믿으니 내겐 그야말로 딱! 인 일이 아닐까 싶다는 거!
그럼 이쯤에서 나의 희망사항에 관한 언급은 줄이기로 하고, 세 여자와 한 남자가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서 첫날밤을 무사히, 곤하게 보내고 난 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남편과 나는 벨라지오 호텔의 명성에 불을 댕기는 또 다른 명소 벨라지오 수영장을 찾았다.
그곳은 방금 문을 열어 인적이 드문드문했고, 그러므로 호젓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게다가 마치 이태리의 어떤 지중해 연안 도시에 있는 럭셔리한 수영장을 빼닮은 모습까지….
늘 벗은 사람들도 북적거리는 장소에서 의외의 적막함과 고요로움을 발견하는 건, 특히나 '죄의 도시'라는 닉을 가지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안에서 이런 적요로움을 깨달을 수 있다는 건 의외성과 더불어 한 템포 늦추므로 우리 삶의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자잘한 행복과도 일맥상 통하는 것일 거라는 생각을 나로 하여금 들게 만들었다. 너무도 행복하게 이른 아침부터 말이다.
그리고 역시 시작부터 좋더니 그날은 쭈욱~ 참 행복했던 하루였는데, 우선 수영장을 한 바퀴 돈 다음 방으로 올라와 사온 커피 한 잔을 마시고(참고적으로 지난번 '윈 호텔'에선 커피포트와 커피가 공짜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벨라지오 호텔'엔 일절 그런 서비스가 없고, 겨우 어머니 약 때문에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하니 그것 하나는 공짜로 방에 가져다줬다는 거!), 준비를 마친 다음 남편과 동생과 오늘 밤 구경할 쇼 티켓을 싸게 살 수 있는 '티켓 판매소'로 향했다.
그런데 인적이 드문드문한 거리,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물결처럼 떠다니는 사람들과 흥청거리는 분위기에 불야성을 이루는 밤의 라스베이거스와는 너무도 다른, 마치 화장을 지우고 민낯을 드러낸 밤거리의 여자를 마주한 듯한 다소 황당한 시추에이션으로 치부될 수 있는, 그러한 아침의 라스베이거스에는 확실히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다.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반나체의 여성, 남성 스트립퍼들의 전단지하며 뭔가 알 듯 모를 듯 허망스러운 분위기 하며, 같은 곳이 이리도 달라 보일 수 있다니~ 하는 쓸데없는 감상까지 겹쳐 다소 혼란스러웠다는 게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순간이었고, 난 또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며 하나라도 흔적들을 담아대기 위해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상쾌한 기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티켓 판매소'로 씩씩하게 걸어갔다. 어떤 곳은 8시에 문을 연다고 하는데, 우리가 들렀던 그곳(하와이안 마켓 플레이스)은 9시에 문을 연다고 되어 있었고, 15분 일찍 도착한 우리 앞엔 단 한 팀만이 줄 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9시가 되기 전 이미 직원들은 줄 서 있던 우리들에게 다가와 이런저런 공연과 레스토랑에 대한 질문, 그리고 선전을 시작했다.
말로는 50%까지 할인이라고 하는데 그걸 확인해 볼 방법은 없었고, 대개의 선전이 그렇듯 최고가 50%라는 말로 알아들어야 할 듯. 그런데 문 앞에 실버스타 스탤론 아저씨가 서 계셨다! ㅎ
그곳에서 우리는 지난번에 회한으로 남겨 놓았던 쇼 구경, 즉 우리가 묵었던 '윈 호텔'에서 공연하는 '르 레브'(꿈이라는 뜻의 불어) 티켓을 4장 구입했는데, 이건 동생이 자기가 확실하게 쏘겠다고 해서 설왕설래하다 많이 미안했지만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아직 좌석을 확인할 순 없었지만 원래는 'VIP 석'인데, 어머니의 휠체어 때문에 그곳으로 자리가 배정되었고, 더불어 우리도 바로 그 밑의 최고의 좌석이 배정되었다는 걸 극장에 들어섰을 때 깨닫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 일단 티켓을 손에 넣었으니 이번 라스베이거스 여행의 목적 중 반은 이미 이룬 셈!
이제부턴 그 외 덤으로 더욱 알찬 일정을 차곡차곡 실행해 나가기로 하고 우린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왜냐면 알찬 일정 중 하나인 라스베이거스가 자랑하는 뷔페 중에서도 일요일의 '브런치 뷔페'를 우리가 묵는 벨라지오 호텔에 있는 '더 뷔페'에서 먹어보기로 맘먹었기에 말이다.
라스베이거스 소개 책자에 보면(이미 라스베이거스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행과 관련해 준비해 온 모든 책자와 복사 종이들을 샅샅이 훑으면서 대략의 일정을 맘 속에 그려놓았고, 제대로 라스베이거스를 즐기기 위한 요령 또한 단단히 준비해 놨다!) 라스베이거스에선 뷔페식당에 꼭 가봐야 하고,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뷔페식당이 있는데, 우리가 묵는 벨라지오 호텔의 뷔페도 그중에 속하므로 괜스레 멀리 찾아갈 것 없이 한 번 그 수준(?)과 맛을 탐험해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워낙 라스베이거스엔 뷔페가 많기도 하지만 또 인기 있는 뷔페에는 줄이 길게 늘어져 까닥하단 먹는 시간보다 줄에서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할 때도 있단 정보를 얻은 뒤라 다소 불안한 맘으로 식당으로 향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어머니의 휠체어 덕분(?)에 우린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거!
미국은 캐나다와는 또 다르게 휠체어를 타신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에 대한 대우가 극진(?) 하니 어쩌면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긴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참고적으로 뷔페 가격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벨라지오의 아침 뷔페는 보통 가격이 $15. 99이고, 점심은 $19.99이지만, 일요일 아침 브런치만은 가격이 $24.99다 (그래서 그런지 그다음 날도 우린 점심 뷔페를 같은 곳으로 갔었는데 메뉴가 조금 달랐다. 예를 들어 브런치에는 우리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메로구이가 있었는데, 그냥 점심 메뉴에는 그게 빠져 있었던 것!).
가격은 조금 높지만 그래도 조금 더 나은 메뉴를 포함하는 브런치를 먹게 된 걸 오히려 잘 된 일이라 여기며 뷔페식당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그렇게 아침부터 좋았던 그 기분을 계속 유지하면서 자리를 잡았고, 먼저 남편의 순례를 차분히 기다렸다 온갖 정보를 다 꿰뚫고 돌아온 남편의 조언에 따라 동생과 나는 차분하게 식당 안을 돌았다.
좀 더 영양가 있고, 맛난 걸 먹기 위해 성급한 마음을 가능한 자제하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적당히 배불러 식당을 나올 땐 더욱 흡족한 마음으로 다음 예정 코스로 향할 수 있었는데, 우리의 '아점' 식사 후 그날의 일정은 대충 이와 같았다.
먼저 벨라지오 호텔과 바로 연결되는 공짜 모노레일을 타고 모노레일의 종점인 '맨덜레이 베이 호텔'까지 가서 그곳 호텔을 구경한 후 그 밖에 몇몇 호텔을 더 구경하다가 우리 호텔로 돌아와 꽃단장(?)을 하고 근사한 저녁을 먹으러 간 다음 오늘 밤의 하이라이트인 '르 레브' 쇼를 보기로 말이다.
그런데 그 일을 하기 전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그건 바로 호텔 측의 잘못으로 멀리 떨어지게 된 방 2개를 가급적이면 같은 층, 바로 옆 방으로 바꾸는 일.
만약 불가능하다면 옆방까진 안 바라겠지만 적어도 층은 같아야 한다는 선까지는 양보하기로 맘먹고 우리는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기다렸다.
물론 리셉션 데스크에선 원한다면 바깥에서 돌아다니다 다시 방이 준비되었을 때 돌아와 방을 옮겨도 된다고 했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어차피 다시 돌아와야 하고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 기다렸다 아예 방을 옮기고 호텔을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기를 한 것이 한두 시간에서 또 한두 시간으로 늘어나다 보니 다소 호텔 벨라지오에 대한 평판과 인식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만들었다.
한 시간도 아쉬운 판에 이미 예약해 놓은 방 두 개를 나란히 해 놓지 않아 이 무슨 시간 낭비람! 싶은 마음에 화도 몽글몽글 피어오르려고 해서 애써 참았다. 여행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말이다.
그래서 수영장 근처 그늘에 잠시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다가 또 잠시 눈도 붙이다가 하면서 시간을 죽였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린 결과, 같은 층은 맞지만 옆방은 아니고 한 오십 미터 떨어져 있는 정도에서 방을 두 개 다시 잡고 우린 드디어 타 호텔 순례에 나섰다.
모노레일을 타고 마지막 정류장에 내려 여기저기를 구경하면서 우리가 묵는 지금의 호텔 '벨라지오'와 지난번에 와서 묵었던 '윈' 호텔과는 또 다른 테마로 각기 개성 있게 꾸며진 호텔과 호텔 수영장, 그리고 쇼핑 상
가 등을 돌아보다 우리의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에 있을 때까진 전혀 몰랐던 사실 하나를 집에 돌아와 알게 된 게 있는데, 그건 바로 별로 대단하지 않게, 아니 좀 더 솔직하게는 약간 허접스럽게 봤던 'MGM 그랜드 호텔'이 라스베이거스 거리에 있는 고급 호텔을 비롯한 럭셔리 콘도와 오피스 빌딩을 'MGM RESORTS INTERNATIONAL'이라는 이름으로 무려 12곳이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 MGM 그랜드와 미라지 리조트가 합병하여 'MGM 미라지'가 되었고, 그게 커지면서 2010년 현재의 이름이 된 것이라고 한다.
울랄라~ 더 자세히 알아보니 네바다 주를 비롯해 미시시피와 미시간 주에 15개의 사업체, 그리고 네바다 주, 일리노이 주, 마카오와 중국에 네 곳의 사업체에 50% 투자를 하고 있는 거대 그룹이 바로 'MGM RESORTS INTERNATIONAL'이었다.
이건 어찌 보면 웬만한 5 성급 라스베이거스 호텔의 절반을 소유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고, 그렇다면 도대체 이렇게 거대한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소유주가 누구인지 그게 또 갑자기 궁금해져 찾아보니 그 주인공은 MGM 영화사를 소유했었던 '커크 커코리안'이라는 억만장자였다는 거.
그 밖에도 이 거대 그룹의 변천사에 대해서는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언급이 있었지만 내가 뭐 경제인도 아니고, 그 이상에 대해서는 별 관심도 없어 그쯤에서 구글링을 멈췄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그날 저녁의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또 하자니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너무 많은 사진
들로 인해 스크롤의 압박이 심해질 듯 해 오늘은 일단 여기에서 멈춰야 할 것 같다.
환상적이었던 그 후의 일에 대해선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을 이쯤에서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