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노마드 Apr 30. 2024

올봄 첫 트레킹

퀘벡의 한 타운 'Prévost'


그동안 'Prévost'를 방문한 적은 꽤 여러 번이었지만 주로는 가을이었는데, 올봄 첫 트레킹으로 이곳을 선택했다.

봄의 기운이 한참 올라오고 있는 이때 접근성 좋은 곳을 고르다 보니 이곳으로 가게 된 것이었는데, 예상대로 그곳에서 봄을 느끼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건진 게 있다면 처음 본 식물과 꽃 'Bloodroot'를 새롭게 알게 됐다는 것?

찾아보니 뿌리엔 독성이 있지만 약용으로 쓴다고도 하는데 약간 으스스한 이름과는 대조적으로 꽃은 너무도 예뻤다.


온통 잿빛에 파란 하늘 정도가 화사함을 더했지만 막상 호수에 도착하니 뭔가 처연하면서 애잔함이 느껴졌다.

그때 머리에 떠오른 생각!

'여름과 가을의 풍요로움에 비해 부피는 훨씬 덜하지만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군!'


남편 말이 비버가 이렇게 나무를 갉아 놓은 거라고!
남자 둘이 리모트로 조종하는 익스트림 오프로드 RC트럭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랬다. 각 계절은 나름대로의 장점과 특수성이 존재했다.

겨울과 봄 사이인 지금의 매력을 처연함과 애잔함이라고 본다면, 완연한 봄이 되면 싱그러움과 화사함이 그것일 테고, 여름엔 풍성함이 가장 도드라지고, 가을엔 풍성함과 함께 완숙함이, 그리고 겨울엔 심플하면서도 완결성이 돋보일 것이었다.

우리 인생과 궤를 같이 하니 어쩔 없이 인간 또한 자연한 일부임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살핌과 사유와 더불어 운동까지 하고 돌아오는 길엔 그 동네 조그만 레스토랑에서 핫도그 하나와 푸틴을 주문해 저녁으로 먹었다.

남편 왈 "난 이런 시골 마을의 이 정도 규모의 레스토랑이 참 맘 편하고 좋아! 카드도 안 되고 현금만 받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란다.

그렇겠지! 우리나라 대개의 사람들이 국뽕에 취하듯 남편 또한 퀘벡뽕이 대단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주변의 세력에 휘둘리며 눌렸던 경험을 가진 곳은 다 그런 듯하다.

기회만 되면 어떡해서든 장점을 굳이 찾아드는 그 버릇은 일종의 열등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거나 말거나 오늘의 트레킹은 아주 과하지도 않고 딱 적당했단 생각에 기분 좋게 귀가했다.

몬트리올은 특별세가 붙어 가스비가 비싼데 시골은 가스비도 훨씬 싸니 가스 가득 채워서!


이꽃의 이름은 'trillium'인데 아직 피진 않았지만 꽃봉우리가 여러 곳에서 보였다.


작가의 이전글 내게 위안이 됐던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