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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Oct 22. 2024

두 번째 회귀 18- 퀘벡 여행 2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닌 게... 혹시 아까 그 남자가 때렸나요?”

“아뇨!”     


하더니 그녀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기남은 다시 실내로 들어와 그를 찾았다.

이미 정완수와 선배는 밖으로 나가 있었고, 기남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마침내 그를 발견했다.

그의 곁으로 다가가 그를 쳐다보니 덩치가 기남에게 험한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유 갓 프라블럼?”

“오브코스 낫!”     


말과 함께 기남의 두 눈이 그를 쏘아봤고, 갑자기 그가 오른쪽 팔을 뒤틀더니 손가락 다섯 개 역시 뒤틀리기 시작했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바라만 봤지만, 덩치가 산 만한 그가 몸을 뒤틀곤 바닥으로 주저앉자 주변 남자들이 그를 부축하면서 기남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기남은 그들에게 어깨를 들썩이며 자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식으로 두 손까지 들어 올려 보였다.

그리고 기남은 밖으로 나왔다.

기남을 기다리며 밖에 서 있던 정완수와 선배 설윤 중 정완수가 기남에게 물었다.     


“왜 이리 늦나 했어. 혹시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     


기남은 기분 좋게 말했다.     


“이제 정말 피곤하다! 어서 자고 싶어!”     


다음날 그들은 몬트리올에 오면 또 꼭 가봐야 한다는 명소 세 군데를 들렀다.

첫 번째는 ‘성-요셉 성당’인데, 수도사가 기적을 이뤘다는 그곳은 크기에서 일단 어마어마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입구에 목발이 여러 개 진열되어 있었고, 그게 다 그 교회에서 이룬 기적을 보여주는 거라는 설명이 적힌 책자가 있었다.

그들은 그곳 전망대에 들러 아래에 잘 정돈된 꽃밭, 그리고 주변 광경을 감상했다.

내려와 차에 오른 그들은 바로 근처에 있는 거대한 공동묘지를 보게 됐고, 한국인들과는 다른 그들 정서가 고스란히 읽혔다.     


“사람들 왕래가 많은 곳에, 거대한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공동묘지라니!”     


정완수의 말에 거기 사람들은 공동묘지를 마치 공원 이용하듯 산책하거나 자전거로 이용한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기남과 정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로 스치듯 지나치는데 안쪽으로 거대한 묘지가 보였다.

묘지조차도 살아생전처럼 크거나 작거나 규모가 다르다는 것이 조금은 씁쓸하게 여겨져 기남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이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또 다른 몬트리올 명소라는 ‘몽-로얄 공원’이었다.

아래에서 봤던 공동묘지가 워낙 커서 공원 맞은편과 여전히 이어져 있었다.

몬트리올의 불어 이름은 ‘몽레알’이고, 이 공원의 이름은 ‘몽-로얄’. 참 헷갈린다 싶었다.

‘몽’은 영어로 ‘마운트’ 즉 산이란 소린데, 몬트리올 시내에선 가장 큰 산이고 그래서 전망대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래에 펼쳐지는 세인트 로렌스강(불어 이름은 생-로랑 강)이 저 멀리 보이고, 몬트리올 시내가 훤하게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선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고, 또 다른 쪽에선 거리 공연 비슷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밝은 햇살과 사람들의 들뜬 모습이 묘하게 어울려 기분 좋은 분위기를 풍겼다.

훈훈한 바람조차도 기꺼이 즐길 만큼 그들은 낯선 곳에서의 흥취를 충분히 만끽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걷기 시작해 호수가 보이는 거대한 들판을 지나 그들은 주변을 하이킹하고 차로 돌아왔다.     

세 번째로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이곳의 또 다른 명물인 ‘장탈롱 마켓’이란 시장이었다.

그곳은 몬트리올 근교에서 나오는 각종 농산물과 과일 외에도 각국의 양념과 고기, 해산물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과일 가게에선 시식 코너까지 마련되어 있었는데, 공짜로 신선한 과일을 맛볼 수 있다는 게 꽤 매력적이라 여겨졌다.

선배 설윤이 신선한 과일을 맛보는 정완수와 기남을 자제시키며 말했다.     


“너희들 그걸로 배 채우면 밥이 맛없지! 그만 먹어! 흐흐.”

“와! 여기 과일이 이렇게나 달고 맛있는 줄 몰랐네! 뉴욕도 과일 하면 알아주는 곳인데 말이죠!”

“여기 땅이 워낙 좋다고 정평이 나 있지. 다른 거보다 여기 야생 밭에서 나오는 블루베리는 꼭 맛봐야 하는데!”
 “그래요? 그럼, 그거 꼭 사서 먹어봐요, 우리!”     


그들은 점심으로 굴과 해산물을 먹기로 하곤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랑은 다르게 굴에 레몬즙을 짜 넣고, 원하는 사람은 타바스코 소스를 뿌려 먹기도 한다던데 주론 그냥 레몬즙만 뿌려 먹는 듯했다.

굴에 오징어구이와 랍스터 버터구이를 주문한 그들은 실컷 배부르게 해산물을 먹었다.

그리고 주변 시장을 좀 더 구경한 다음 차를 마시기 위해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라기보단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빵집인데 맛나 보이는 달콤한 케이크 종류가 많이 눈에 뜨였다.

그들은 커피를 주문하고 이탤리식 디저트라는 카놀리를 맛봤다.

치즈 맛과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커피와 아주 잘 어울렸다.

커피에 달콤한 디저트까지 마친 그들은 근처 ‘리틀 이탤리’라는 동네를 구경했다.

뉴욕도 그렇지만 이탤리 사람들의 자기 것 사랑은 대단해 보였다.

젤라토에, 이탤리식 커피, 그리고 다양한 파스타 종류를 파는 식품점, 커피 머쉰 가게까지 볼거리가 많아 그들은 실컷 눈요기를 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사 가지고 온 파스타로 파스타 요리를 해 먹었다.

선배가 혼자 오래 살다 보니 반 요리사가 다 됐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베이콘과 버섯을 넣은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줬는데 맛이 아주 훌륭해 정완수가 감탄하며 말했다.     


“형! 할 거 없음 한국 나가서 이탤리 식당 차려도 되겠는걸!”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다시 조교수 임명 안 되면 그럴 참이다!”

“그렇진 않겠지만 혹시 뉴욕으로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어요?”

“여기 사니까 뉴욕보다 약간 더 추운 거 말곤 좋아! 나중에 결혼하면 애들 영어 외 불어 배울 수 있는 것도 강점일 듯싶고.”     


기남이 그때 끼어들었다.     


“왜 몬트리올을 북미의 파리라고 하는지 저도 알겠더라고요. 분위기가 확실히 뉴욕과는 달라요.”

“그렇지! 우리 내일은 여기 구시가지에 가 보기로 하지. 거기도 아담하고 볼 게 꽤 있으니까. 그다음엔 여기 유명 대학 두 군데도 가 보자고.”     


다음날 그들은 ‘올드 몬트리올’ 구시가지를 구경하고 선착장을 둘러본 다음 시내에 있는 매길 대학에 들렀다.

드넓은 교정에 시내와 가깝고 영어권 대학으로 많은 유학생을 확보한 캐나다 최상위 순위권에 속한 대학이라고 선배 설윤은 설명했다.

그들은 교정 안에 있는 박물관도 둘러본 후 거길 나와 다음 대학으로 향했다.

그곳은 불어권인 몬트리올 대학으로 퀘벡 현지인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이었다.

매길 대학과는 분위기가 어딘가 조금 달라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고, 불어가 현저하게 많이 들렸다.

우리네완 달리 이곳은 대학 캠퍼스가 주변 주택가에 인접해 있었고, 몽-로얄과도 그리 멀지 않아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고 그곳에 많이 오른다고 선배가 알려줬다.

우리가 막 건물 안에 들어서 이곳저곳을 구경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셋은 총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았고, 그중 기남은 즉각적으로 심상치 않은 예감에 두 사람을 피신시키기로 맘먹었다.     


“아무래도 큰 사고 같은데 두 분은 안전한 곳에 들어가 계세요!”

“자네는?!”     


설윤이 놀란 얼굴로 기남을 바라보며 외쳤다.     


“전 일단 아래층으로 내려가 상황을 보겠습니다.”

“기남아! 너나 나나 군대도 안 다녀왔는데 낯선 곳에서 맨몸으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정완수가 놀라며 기남에게 외쳤다.     


“난 어려서부터 운동도 했고, 괜찮으니까 염려 말고 넌 빨리 형님이랑 몸부터 숨겨.”     


기남은 말을 마치자마자 아래층으로 급히 내려갔다.

그때 총소리가 또 들렸고, 기남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잽싸게 날렸다.

창문을 통해 보니 강의실에 들어간 20대 중반의 남자가 총을 들고 여자들을 향해 총을 발사 중이었다. 

9명의 여성이 총을 맞고 쓰러졌고, 놀란 남학생들이 말을 잃은 채 떨고 있었다.

그는 사태가 급박하다는 걸 직감하고 주변 시설을 확인했다.

카페테리아에 꽤 많은 학생이 있는 걸 확인한 그는 영어로 외쳤다.     


“어서 피해요! 총을 든 사나이가 이 건물 안에 있어요!”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몸을 움직였지만,

 또 어떤 이들은 그냥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불어권 대학이라는 걸 떠올린 기남은 이번엔 유창하게 불어로 이야길 했다.     


“지금 위층에서 9명의 여성이 총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곧 살인범이 이곳으로 내려올 겁니다. 어서 몸을 피하라고요.”     

그 와중에도 총소리가 몇 번 더 들려왔다.     

그리고 기남은 또 강의실로 뛰어 올라가 그곳에도 똑같은 말을 전했다.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며 몸을 숨기기 시작했고, 곧 범인이 얼굴을 드러내며 기남 근처로 다가왔다.

그는 코캐시안 외모에 북아프리카계 외모가 혼합된 듯 보였다.

그리고 어딘가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해 보였다.

기남은 그를 향해 불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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