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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늦가을 풍경

Feat. Autumn leaves, 단풍, 할로윈 장식 외

by 꿈꾸는 노마드

가을의 소적함을 좋아한다.

아니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주로는 거기에 푹 빠져든다.

쓸쓸함에 대해 사고하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동네 가을 풍경은 아련하면서도 동시에 참 아름답다.

나를 비롯해 사진 찍는 풍경을 여기저기서 목도할 수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내 눈앞에 늘 보이는 풍경에 우린 종종 야박한 심사가 되곤 한다.

'분명 지금쯤 큰 공원에 더 멋진 가을 풍경이 펼쳐지고 있을 거야~'

그런 맘으로 생일 전날인 지난 월요일 남편과 잠깐 외출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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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김에 쁘띠 이탤리 지역에 가서 커피와 디저트도 즐기고 공원 속 단풍을 실컷 마음에 담아와야지 하면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원(Jarry Park) 속 풍경은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어떻게 우리 동네 작은 공원만도 못하지?'

애써 씁쓸한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남편에게 어정쩡한 미소를 내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장 걸어서 쁘띠 이탤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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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7_142250.jpg 차라리 '라 퐁텐느' 공원에 갔으면 나았으려나? 뒤늦은 후회가 이 사진을 보며 밀려드네!


그날의 미션은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었다.

먼저 그 지역 유명 커피숍인 '카페 이탈리아'에서 카푸치노와 디저트 맛보기(남편은 아포가토를 선택했다).

또 하나는 그곳에 있는 향신료 가게에서 매콤한 고추가 들어간 Sea Salt를 사는 것.

역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카페에서 최고의 커피(사실 이탤리 사람들은 카푸치노를 오후엔 마시지 않는다. 아침용 커피니까.)와 작지만 강력한 카놀리를 잽싸게 먹고 주변을 조금 구경하다 나와 향신료 가게에 가서 소금과 일본스낵을 사 왔다.

내렸던 지하철역에서 한 정거장에 있는 Jean-Talon역까지 걸어가는 길에 놓칠 수 없는 장탈롱 시장에 잠시 들렀는데 여름과 비교해 너무도 다른 모습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과일이나 야채 매대도 훨씬 줄었고, 규모에서나 분위기 모든 게 너무 삭막했기에 말이다.

'와우!~ 계절의 변화라는 게 이런 데서도 확연하게 느껴지는 거구나~'를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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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였던 할로윈날엔 아침부터 스산한 빗방울이 종일 흩날려서 아이들 입장에서는 '운수 나쁜 날'이 분명했겠지만, 내 입장에서도 별로 유쾌하지 못한 날이었다.

작년만 해도 대상포진에 걸렸음에도 아이들 할로윈 복장과 분위기를 보고자 동네 한 바퀴를 돌았었는데, 올해는 비도 오고 이제 중학생이 된 다미안도 더는 할로윈 캔디에 관심이 없어져서 그냥 집콕을 택했다.

확실히 비가 와서인지 우리 집 벨을 누르는 아이들도 이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고, 캔디를 준비해 놓지 못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 것도 줄어들었으니 마냥 나쁘지만은 아니었다고 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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