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기다림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한 번도 외롭지 않았던 적이 없는 사람이 괜찮은 듯 살아가는 것처럼. 나는 참 오래도 기다렸다. 솔직히 이제는 내가 그동안 무엇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그 기다림은 끝나지도 않았다.
내 기다림이 끝난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다. 그것은 결국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동시에 그것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나의 밤은 항상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평하게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 또 얼마나 무언가를 기다리게 될까? 내가 그 기다림을 끝내버리면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까? 두렵다.
나는 비가 내리기를 기다린다. 겨울은 너무나도 짧았다. 다시 봄이 오고, 여름이 올 것이다. 나는 그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벌써부터 두렵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 되지 않을까?
나의 하루는 작년의 그것과 같다.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렇기에 내 미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놀랄만한 일이 일어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누군가는 인생을 왜 낭비하냐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차피 인생이라는 것은 끝나기 마련이다. 그것이 끝난 후 남들의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억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모든 것이 다 끝나버리면 열심히 살았든, 막살았든, 낭비를 했든,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왜 의미가 없냐고 하는 건 결국 산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만약 운이 좋아서(혹은 나빠서) 내 인생에 대한 기억을 갖고 죽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내 인생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나는 내 나름대로 하루를, 매 순간을, 치열하게 지워나가고 있다. '하루는 죽을 것 같다가도 하루는 살만해 난. 하루는 미친 것 같다가도 하루는 멀쩡해 하루는 힘들기만 해' 라는 노래 가사처럼.
그래 그걸로 됐다. 나는 언젠가 내게 올 그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