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갖는 의미
솔직히 말해서 내가 어떤 인간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도 아니라서 나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가 힘들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범한 인간일까? 아니면 조금은 특이한 인간일까?
나에게 있어 일상은 정말 소중하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를 들면, 나에게는 새해의 일출이나 12월 31일의 노을보다 오늘의 해와 해 질 녘 노을이 더 중요하다. 다음 달에 떠나는 40여 일간의 해외여행보다(물론, 아쉽게도 실제로 여행을 가는 것은 아니다) 오늘 밤 강변 산책로에서 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 캔이 더 소중하다.
요즘 나에게는 일상이 없다. 아침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퇴근한다. 퇴근 후에는 저녁을 먹고, 씻고, 자기 바쁘다. 물론, 그런 하루가 아까워서 잠들지 않고 버텨본 적도 있지만 다음 날이 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냥 전날, 나의 하루가 삭제된 기분을 느꼈다(휴지통에서 복구할 수도 없이 완전히).
예전에는 나의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의미 있었다(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는 의미지만). 퇴근 후에 저녁을 대충 챙겨 먹고,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여름에는 아이스로, 겨울에는 핫으로). 쓴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일기를 쓰고, 이런 글 같지 않은 글을 쓴다. 그리고 밤하늘의 별처럼 수없이 많은 노래들을 듣는다. 그러다가 카페에 나 혼자 남는 시간이 되면 짐을 챙겨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옥상에 올라가 영원할 것 같은 깊은 밤을 즐긴다.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노래를 듣기도 하고, 기타 연습을 하기도 한다. 잠깐 잠이 든 적도 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깊은 밤이 끝나기 전에 내 방으로 내려와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매일 비슷한 일상이었지만 나에게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날들이었다. 나는 하루를 내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았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들, 하고 싶은 일들을 다 끝냈다는 기분을 항상 느꼈다. 그리고 이불 속에서 눈을 감고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내일 눈을 뜨지 못한다면 뭔가 아쉬울 것이 남아 있을까?
내 대답은 항상 같았다. '아니'